사설] `창조적 실패` 話頭던진 이건희회장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주요 대기업 회장들이 신년사를 통해 올 한 해 화두로 '성장'과 '변화'를 꼽았다.
성장과 변화는 매년 되풀이되는 낯익은 단어지만 과거 어느 때보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짧게는 참여정부 4년, 길게는 외환위기 이래 10년 동안 저성장의함정에서 헤어나지 못한 한국 경제가 올해는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길 기원하는 마음에서다. 올 한 해 경제를 이끌어갈 주역들은 누가 뭐래도 기업인이다. 생산, 투자, 수출, 일자리 창출 등이 모두 기업인 손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밖으로는 환율과 국제유가, 안으로는 대통령 선거, 노사불안, 재벌규제 등 발목을 잡는 국내외 요인들이 산재해 있지만 기업들은 외부환경 탓만 할 수도 없는 처지다. 지난해 온갖 난관 속에서도 수출 3000억달러 돌파라는 쾌거를 이뤄냈듯이 새해에도 기업들의 활약은 계속돼야 한다. 재계 리더들의 신년사 중에서도 이건희 삼성 회장이 강조한 '창조적 실패'론은 특히 눈길을 끈다. 이 회장은 "실패와 창조는 물과 물고기 같아서 실패를 두려워하면 창조가 살 수 없다"며 창조를 위한 실패를 포용하는 풍토가 필요함을 지적했다. 창조적 발상을 존중하는 분위기는 비단 기업에만 국한되는 얘기는 아니다. 국가 경제 전체가 평등주의와 과거 지향적 사고의 틀에 얽매여 있는 우리 현실에 비춰볼 때 정부와 정치권도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똑같은 바다매립 공사이면서도 두바이 팜아일랜드가 세계인에게 찬사를 받는 프로젝트가 된 데 비해 한국 새만금사업은 국내에서마저 제대로 지지를 못 받는 것은 상상력 결핍이 가져온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정부 고위 관리들이 청와대 눈치보고 코드 맞추면서 꾸려온 대형 국책과제들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는 지난 4년간 모두가 목격해온 일이다. 이건희 회장은 "디지털 시대에 영원한 1등은 없다"며 "시대적 변화에 부응해 경영시스템과 제도의 개혁은 물론 소중하게 간직해온 기업문화까지 바꾼다는 각오를 해 달라"는 말도 했다. 지난 80년대 중반 신경영 선포 때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 했던 발언을연상케 한다. 다만 삼성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성장과 변화 못지않게 사회적 책임도 소홀히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