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올 A학점 하버드대 수석졸업 진권용
[매경이 만난 사람] 한국인 첫 `올 A학점` 하버드대 수석졸업 진권용
대치초교 야구광이 일냈죠, 나만의 공부 비법? `족보` 절대로 보지 마세요 영어 서툴러도 축구등 운동 잘해 친구들과 쉽게 친해져 | ||
기사입력 2012.06.15 17:02:42 | 최종수정 2012.06.15 19:16:31 |

그것도 남들 4년 다니는 대학을 3년에 모두 마친 데다 만점 졸업을 했다면 말이다.
그러나 올해 하버드대를 수석 졸업한 진권용 씨(20)는 창백한 얼굴에 두꺼운 안경을 쓰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여지없이 깼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비교적 다부진 몸매로 봐서는 상상 속의 `하버드대 공부벌레`와는 달랐다.
30도를 넘나드는 최근 진씨와 매일경제 본사에서 인터뷰를 했다.
진씨는 인터뷰 도중 사진촬영을 하면서 " `뽀샵(포토샵 사진 보정)`해 주시는 거죠?"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아무리 봐도 평범한 스무 살 청년이다.
그는 평범한 외모와 달리 비범한 실력의 소유자다.
최고 명문 하버드대학교에서 그는 성적표를 모두 A로 채웠다.
졸업 학점은 `4.0 만점에 4.0`. 그야말로 꿈같은 점수다.
덕분에 지난달 24일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진씨는 전체 수석을 차지했다.
전체 1552명 졸업생 가운데 단 2명뿐이었다.
게다가 진씨는 경제학과 수석상(존 윌리엄스상), 최우수 졸업논문상(토머스 ?스상)도 수상했다.
졸업 평점 상위 5% 안에 부여하는 최우등 졸업생(Summa Cum Laude)에 선정된 것은 물론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진씨는 미국 로스쿨 입학자격 시험인 LSAT에서도 180점 만점에 179점을 얻어 지난해 예일대와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는 다양한 학풍을 경험하기 위해서 모교 하버드대가 아닌 예일대 로스쿨에 진학할 예정이다.
그에게 대뜸 "하버드대 수석 졸업이 어떤 의미냐"고 물었다.
진씨는 대답 대신 `소피아 프룬드상(Sophia Freund Prize) 증명서`를 꺼내 보였다.
"진권용이 하버드에서 한국인 최초로 최우등 졸업을 했다고 한 곳도 있다.
그건 분명 잘못된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제가 한국인 최초로 받은 상은 소피아 프룬드상"이라고 정정했다.
상위 5%에 주는 최우등상은 이미 그전에 받은 한국인 선배들도 있다는 설명이다.
정확히 말해 자신은 최고 학점으로 졸업하는 사람에게 주는 상인 소피아 프룬드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다는 것. 사소한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는 역시 꼼꼼하고 정확했다.
요즘 세간에 종종 이슈가 됐던 학력 위조 논란을 익히 들었는지 세심한 이 청년은 이날 인터뷰에도 졸업장, 졸업앨범, 각종 증명서 등 자신을 증명할 자료를 한가득 가져왔다.
하버드대는 살인적인 공부 강도로 유명한데 그에게 어떻게 만점 졸업을 할 수 있었는지, 식상하지만 가장 궁금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하버드대 학부 4년 과정을 3년 만에 마치면서 4.0 만점을 받은 진권용 씨가 졸업장과 각종 증명서 등을 보여주며 웃고 있다.
그만큼 압박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애초에 목표를 A학점에 두지 않았다.
언젠가 B학점이 나올 수도 있지만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마음만 가졌다.
시험기간이나 논문 제출을 앞두고 48시간 연속 공부한 적은 있다. 그러나 이틀 밤이 한계라 그 이상 밤을 새운 적은 없다.
-그래도 나만의 공부 비법이라는 것이 있을 법도 하다.
▶공부 비법은 족보(기출문제 모음집)를 찾지 않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족보를 찾아서 공부하는 학생이 많다.
그러나 족보는 만점의 80%까지만 보장한다. 10문제가 나오면 1~2문제는 새로 나오기 때문에 놓칠 수밖에 없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꼼꼼하게 정도를 걷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족보를 구하는 것이 편하긴 하지만 놓치는 것이 많고 큰 효과를 얻지 못한다.
-영어공부는 어떻게 했는가. 원어민도 받기 어려운 성적을 받았는데.
▶영어공부에는 왕도가 없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어쨌든 글쓰기다.
고등학교 때 영어 에세이를 선생님에게 자주 첨삭받았다.
최소 일주일 전에 에세이를 써서 두세 번 첨삭 지도를 받고 최종 제출했다.
한국에서 영어 말하기를 필요 이상으로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논리적으로 글을 쓰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이게 가능해지면 충분히 영어로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다.
비록 동양사람 발음이라도 말이다. 영어 말하기는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점차 극복할 수 있었다.
-처음엔 영어 못했을 텐데 어떻게 어울렸나.
▶누구나 자신만의 장점이 있다.
외국 학생들도 자신의 장점을 부각하면 미국 친구들이 다가온다.
중ㆍ고등학교 때 축구와 야구를 잘하는 편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친구들이 먼저 다가왔다.
너무 위축돼서 자신의 장점마저 숨기는 학생들이 있다.
그러기보다는 자신의 장점을 내세워서 `나는 이만큼 흥미로운 사람`이라고 알려야 한다.
-공부 비법이 조금 평범해 보인다.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공부하는가.
어떻게 하버드대가 세계 최고 대학이 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하버드대 경쟁력을 만드는 요소가 세 가지 있다.
물론 첫째는 학생의 열정, 둘째는 교수의 관심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학교 측에서 학생들에게 전폭적으로 재정 지원을 한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다.
하버드는 졸업생 기부를 바탕으로 채워진 적립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하버드에 합격하기만 하면 걱정 없이 열심히 공부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지원하는데 공부만 할 수 있는가. 요즘 등록금 문제가 심각하다.
▶가구당 연소득 6만달러 이하인 경우 한 푼도 내지 않고 공부할 수 있다.
이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 온 학생이든 적용된다.
유학생도 마찬가지다. 더운 남부에서 온 학생들에게는 날씨가 춥다고 코트 살 돈까지 준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전폭 지원하면서 평등한 기회를 제공한다.
내가 마지막 학년 때 1년 등록금ㆍ기숙사비ㆍ식비ㆍ보험료 등을 합쳐 5만5000달러가 나왔다.
연소득 6만달러 이하면 5만5000달러를 모두 지원한다.
자기 용돈만 조달하면 전혀 비용이 들지 않는 셈이다.
-여유 있는 집안 출신은 등록금을 모두 내는가.
▶연소득 6만달러부터 18만달러까지는 연소득 10%를 등록금으로 낸다.
그리고 소득이 높아질수록 면제 비율이 낮아져 등록금이 올라간다.
등록금 납부에 누진 체계를 적용한다.
하버드대에서 절반은 학비 감면 혜택을 받으며 전혀 내지 않는 학생도 상당수 있다.
사실상 하버드대 학생은 소득에 따라 다른 등록금 고지서를 받는다고 보면 된다.
-미국 유학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의외다.
▶하버드는 미국에서 가장 재정 사정이 좋은 축에 속한다.
미국 대학은 대부분 재정 보조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하버드만큼은 등록금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거의 없다.
물론 로스쿨을 비롯한 대학원은 학비 감면이 없고 학자금 융자로 등록금을 조달한다.
그러나 예일대 로스쿨의 경우 공직이나 NGO 등 연봉이 높지 않지만 공익을 위해 필요한 직종에 진출하는 경우 대출금을 모두 탕감해준다.
그러지 않으면 학자금 융자를 갚기 위해 고소득 직종에만 진출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열심히 하는 분위기에서 좌절도 했을 것 같다. 공부를 열심히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공부가 재밌었다. 공부를 즐기면서 했다. 공익을 위해 일하겠다는 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실력을 갖춰야 했고 열심히 공부해야 했다.
-앞으로 진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공익을 위하겠다는 말은 조금 애매하다.
▶금융이나 국제통상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 싶다. 경제학은 분석이고 법은 도구다.
경제학을 바탕으로 분석해서 법을 통해 적용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일단 미국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며 경험을 쌓고 그 뒤 한국에 돌아와 공익을 위해 일하고 싶다.
한국 사회에서 혜택을 많이 받았다.
여러 가지 행운이 따라서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한국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다.
-군복무는 어떻게 할 계획인가. 한국으로 돌아오려면 군복무를 반드시 해야 한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입대할 예정이다.
시기만 로스쿨 졸업 후로 잡아놨고 어떻게 복무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 `강남 사교육` 없이 6학년때 나홀로 유학
2002년 6월 진권용 씨는 서울 대치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던 도중 캐나다 유학을 떠났다.
4학년 때 친구들과 함께 초등학교 야구부를 창단해 활동할 정도로 야구에 열정을 보이던 진씨였다.
그만큼 한국 생활에 애착도 강했지만 넓은 세계가 보고 싶어서 부모님 없이 홀로 유학을 떠났다.
대학 교수인 아버지도 흔쾌히 승낙했다.
유학을 떠난 뒤 캐나다의 한 사립 중학교에 입학했다.
초반에는 어머니가 캐나다를 주기적으로 방문해 돌봤지만, 점차 홀로 서기를 했다.
발목을 잡던 영어도 친구들과 좋아하는 야구, 축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등을 즐기면서 자연스레 극복했다.
이렇게 배운 영어로 진씨는 2005년 미국으로 건너와 최고 명문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에 합격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유학을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유학은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이 확립된 후 떠나야 한다.
아무리 글로벌 인재가 중요하지만 그 뿌리는 한국이다.
뿌리가 없으면 국제 미아다. 미국 학교는 다양한 문화를 중시한다.
그러나 아무리 다양한 문화를 중시해도 내 문화가 없으면 그곳에서 내 길을 잃는다.
외로움은 친구들과 함께 운동을 하면서 극복했다.
처음에는 부모님 생각도 많이 났지만 곧 극복할 수 있었다.
-정체성을 확립해야 유학에 성공한다는 말인데, 언제가 적당한지 궁금하다.
▶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기가 고등학교 졸업 이후가 될 수도 있고 초등학교 때가 될 수도 있다.
그만큼 사람마다 정체성을 느끼는 시기가 다르지만, 나는 초등학교 때 내가 한국인이라는 생각을 가졌다.
그래서 유학을 떠났다.
물론 애늙은이 같다는 말도 많이 듣긴 했다.
유학을 가야겠다는 결정은 주변 어느 누구의 권유가 아니라 내 스스로 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싶었다.
-유학 가기 전에 사교육은 받았는가.
▶학원을 몇 번 다닌 적은 있었다.
수학 등을 가르치는 일반 학원이었다.
그마저도 꾸준히 다니지 않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부를 창단해 활동하다 보니 학원을 계속 다니는 것은 어려웠다.
-최고 명문 사립학교라는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를 나왔다.
아무래도 교육 문화가 달라 어려움을 겪었을 것 같다.
▶처음엔 에세이 쓰기를 중시하는 미국식 교육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글쓰기 실력을 늘리는 데는 왕도는 없다.
많이 쓰고 첨삭을 받으면 좋은 에세이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다.
■ He is…
△1991년 12월 서울 출생 △2002년 서울 대치초등학교 재학 중 캐나다 유학 △2009년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 졸업 △2012년 하버드대 수석 졸업(소피아 프룬드상 수상), 최우등 졸업(수마 쿰 라우데), 최우수 논문상(토머스 ?스상)ㆍ경제학과 수석상(존 윌리엄스상) 수상 △2012년 9월 예일대 로스쿨 진학 예정
[김규식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