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로 가는 길]유튜브 업로드 수 꼴찌서 두번째… 자기표현 소극적
[창조경제로 가는 길]유튜브 업로드 수 꼴찌서 두번째… 자기표현 소극적
기사입력 2013-04-15 03:00:00 기사수정 2013-04-15 03:00:00
역대 어느 동영상보다도 많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동영상이 올라 있는 인터넷 웹사이트 부동의 1등 콘텐츠가 한국산인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이제 유튜브를 통한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 등 한류(韓流)의 확산은 더이상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하지만 인구수를 감안한 전체 유튜브 동영상 업로드 수에서 한국은 35개 조사대상 국가 중 뒤에서 두 번째인 34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은 “한국이 문화를 소비하는 데는 매우 적극적이지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데는 소극적”이라며 “겁 없이 방아쇠를 당기는 이스라엘의 ‘후츠파 정신’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아·베인 창조경제지수(DBCE 지수) 평가의 32개 핵심지표 중에는 내국인 특허출원 건수, 정보통신기술(ICT) 활용성 등 한국이 1위에 오른 것도 있지만 전체 순위는 중하위권으로 곤두박질쳤다.
한국인의 약점인 자기표현 부족, 획일적인 교육 환경 등과 관련된 지표가 순위를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창조경제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걸림돌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 표현 못하는 한국인
전국 대학생 기술사업화 경진대회에서 입상한 한국 대학생들이 1월 독일의 대표적인 강소기업인 증강현실 업체 메타이오(Metaio)를 찾았다.
학생들은 이 기업의 창업자인 토마스 알트 박사에게 벤처기업가로 성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독일인인 알트 박사는 “가장 현실적인 요소는 영어 실력”이라며 “비즈니스의 언어는 영어”라고 잘라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를 배우며 영어 사교육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는 한국인의 영어 실력은 어떨까. 토플(TOEFL) 평균점수는 최근 상승세지만 기본적 자기표현 도구인 스피킹 영역 점수는 35개국 중 29위였다.
세계를 무대로 창업하고 기업을 확장해야 하는 국내 기업가들에게는 영어 역시 여전한 걸림돌인 것이다. 싸이가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는 정곡을 찌르는 영어 표현들이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덕분이었다
. “드레스 클래시, 댄스 치지(Dress classy, dance cheesy·점잖게 빼입고 웃기게 춰라)” 같은 그의 말은 교과서에서 보기 힘든 표현이다.
낮은 경제적 세계화 지수(32위)도 세계로 나아가기보다는 국내 시장에 안주하는 한국인의 성향과 관련이 깊다.
이 지수는 무역량, 외국인 직접투자(FDI)와 수입 관련 규제를 수치화해 산정한 세계화의 수준을 말한다.
예를 들어 무역량이 많으면 높아지지만 대표적인 무역장벽인 관세수입이 많으면 낮아지는 식이다.
경제적 세계화 지수는 네덜란드, 아일랜드, 벨기에 등 작은 나라들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에 외국과의 활발한 거래는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작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이 지수가 최하위권이었다.
○ 시험은 잘 보는데…
문규학 소프트뱅크코리아 사장은 “한국은 어떤 인재를 키워낼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전혀 돼 있지 않다”고 말한다.
모두가 자녀들을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키우기에만 급급해 멀리 보고 인재를 키우려는 교육에 대한 철학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한국의 획일적인 교육 환경은 창조지수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획일적인 교육환경으로 인한 낮은 창의적 교육 인프라가 창조경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디어 창출을 막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학업성취도 지수는 3위로 최상위권이었다.
학업성취도는 각국의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 학업성취도 비교 평가(PISA)에서 읽기, 수학, 과학시험 점수로 측정했다.
이 지수가 높은 것은 한국 학생들이 대체로 머리가 좋은 덕분이기도 하지만 시험 성적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교육방식 또한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의 자기주도 학습능력 지수는 31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시키는 것은 잘하지만 자율적인 학습능력은 떨어지는 셈이다.
한국 학생들은 질문에도 인색한 편이다. 시키는 것만 잘하려 하기 때문이다.
질문이 없으면 발전도 없고 표현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뉴저지 주 영재학교 버겐카운티아카데미의 김덕양 교사의 말은 곱씹어볼 만하다.
“한국 교육의 시작은 ‘이거 알아?’인데 서구의 교육은 ‘이거 할 수 있어?’에서 시작하는 때가 많다. ‘이거 알아?’는 맞거나 틀리거나 둘 중 하나인 반면 ‘이거 할 수 있어?’는 설명과 토론으로 이어져 심화학습이 가능하다.”
○ 재고해야 할 핵심성과지표
한국은 연구개발(R&D)이나 특허출원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비율은 5위, 내국인 특허출원 건수는 1위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이러한 수치의 우위는 명확한 창조적 결과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예컨대 원천기술에 대해 받는 로열티 대비 지불하는 로열티의 비율을 뜻하는 기술무역수지 배율(기술흑자 배율)에서 한국은 0.42로 30위다.
지불하는 로열티가 100이라면 받는 로열티는 42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 수치가 4.07로, 받는 로열티가 지불하는 로열티의 4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이 순위가 현저하게 낮은 이유는 사업화와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은 연구소 위주의 R&D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돈을 벌기 위한 연구보다는 연구를 위한 연구가 많은 것이다.
이에 따라 각종 사업의 목표달성 정도를 측정하는 핵심성과지표(KPI)를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개발비와 특허출원 건수 대신 기술무역수지 배율이나 창조적 제품 수출액 비중(한국 28위)을 평가하는 등 핵심성과지표를 바꿔 질적인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수 베인앤컴퍼니 파트너는 “견고한 창조경제를 구현하려면 한국이 부족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며 “이를 방치하고 R&D 투자를 늘리거나 특허 확보에만 열을 올리는 정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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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로 가는 길]이성용 베인앤컴퍼니코리아 대표 “나가수처럼 부가가치 더해야 창조경제”
기사입력 2013-04-15 03:00:00 기사수정 2013-04-15 03:00:00

김연아 박태환과 같은 훌륭한 선수들이 나왔으면 국내 피겨스케이팅과 수영도 선수층이 두꺼워지는 게 정상이다.
훌륭한 기업이 나오면 건강한 생태계가 조성되는 게 창조경제다.
그런데 한국은 시스템의 부재로 제2, 제3의 김연아 박태환이 나오지 않고 있다.”
동아일보와 함께 ‘동아·베인 창조경제지수(DBCE지수)’를 개발한 베인앤컴퍼니코리아의 이성용 대표(사진)는 한국의 창조경제 수준을 스포츠에 비유해 설명했다.
일부 대기업이 한국경제를 이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창조경제의 정의가 제각각이다. 도대체 창조경제란 무엇인가.
“창조경제가 뭔지 모르겠다면 현 상황, 지금의 우리 경제를 보자.
우선 수출 위주의 경제다. 경제 규모가 크지 않아 내수만으로는 부족하다.
또 다른 차원에서는 쫓아가는 경제라고 할 수 있다.
쫓아가는 경제에서 조금 발전하면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가 된다.
창조경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이끄는 경제, 리딩(leading) 경제라고 본다.”
―DBCE지수의 의의는 무엇인가.
“모호한 창조경제의 개념을 정량적으로 지수화한 점에서 우선 큰 의미가 있다.
단순한 지표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조사 대상 35개국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지표들을 선정해 측정하고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다음은 왜 우리 경제가 잘 안 되고 있는지 근본적인 문제를 파고들어 프레임을 만든 것이다.
창조경제 정의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곧바로 해법으로 시각을 돌렸다.
끝으로 어떻게 하면 창조경제에 도달할 수 있을지를 정부, 기업, 사회, 학교의 차원에서 구체화했다는 점이다.”
―창조경제의 예를 든다면….
“TV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나가수)’를 보자.
나가수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요소를 재조합해서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낸 프로그램이다.
출연한 가수들은 활발하게 콘서트를 열며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음원(音源)시장이 커지는 등 부가적인 사업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
이렇게 부가가치를 더하는 것이 창조경제다.
재래식 두부 대신 신선한 포장두부로 부가가치를 높인 풀무원은 대표적인 창조경제 기업이다.”
―창조경제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속도가 빠르고 유연해야 한다.
일단 저지르고 봐야 한다.
이것저것 다 재고, 대통령에게 모든 걸 보고하고 시작하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벤처 박물관을 짓고 벤처데이(day)나 벤처위크(week) 같은 박람회를 여는 신선한 접근도 필요하다.
유구한 역사가 있어야만 박물관을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린이들이 찾아 즐기고 기업가정신을 키울 수 있는 현대적인 박물관을 지으면 창업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할 때 동행 명단에 대기업 경영자뿐 아니라 벤처 창업가도 올리라고 권하고 싶다.
그것이 창조경제를 주장하는 대통령에게 걸맞은 행보 아닐까.”
김선우 기자 subl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