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우리는 뒤섞는다. 고로 창조한다

길벗 道伴 2013. 4. 18. 09:12

손현덕 칼럼] 우리는 뒤섞는다. 고로 창조한다
기사입력 2013.04.17 17:30:16 | 최종수정 2013.04.17 19:19:38 싸이월드 공감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가관이다.

온통 창조경제로 도배되고 있다.

 

갖다 붙일 수 있는 데는 모두 창조를 붙인다. `창조외교`하겠다, `창조관광`하겠다. 정신 사납다. 창조경제한다며 포럼이니, 특별위원회니 결성한다고 법석들이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며 푸념을 늘어놓는 새누리당은 한심하고, 정치인들의 질의에 힘겹게 창조경제를 설명하는 장관들은 딱해 보인다. `창조경제는 이런 것이다`고 마치 종결자인 양 한마디씩 해대는 측근들이나, 하루가 멀다하고 창조경제에 대한 글을 신문에 써대는 학자들도 꼴이 우습다.

아니, 창조경제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새로운 개념인가? 그동안 우리가 창조경제 안 했다는 건가?

오죽 답답했으면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창조경제에 대해 정의를 내렸을까 싶다. 그가 정의한 창조경제 문장에 `융합`이라는 말이 세 번 나온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 산업과 산업의 융합, 산업과 문화의 융합…. 솔직히 그다지 마음에 드는 정의는 아니지만 핵심은 분명하다.

 융합을 빼고는 창조를 말할 수 없다. 창조는 한마디로 뒤섞는 것이다. 아니, 뒤섞어야 창조가 나온다.

`상상력의 천국`이라 불리며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놓는 MIT 미디어랩은 융합이라면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곳이다.

  주요 연구 테마는 과학과 미디어 예술을 섞는 것이다.

미국 보스턴에 벤처의 상징인 올린공과대학이 있다.

 대부분의 수업이 팀워크를 중시하는 프로젝트 방식이다.

 이 학교에는 보스턴 인근의 경영전문대학, 디자인전문대학과 함께하는 강좌(통합 제품디자인)가 있다.

세 대학에서 각각 학생들을 선발해 팀을 짠다. 일주일마다 캠퍼스를 옮겨 수업을 한다.

창조의 모델이 되는 모든 대학이 예외가 없다.

스탠퍼드대학의 디자인스쿨은 그 출발점이 아이러니하게도 테이블이었다.

 대학은 학생들이 모여서 토론하는 테이블에 주목했다.

그래서 스튜디오 방식의 학습이 탄생했다.

무조건 섞는 것이다.

2년 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한국 학생들의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 지표`라는 걸 발표했다.

얼마큼 다른 사람들과 뒤엉켜 일을 잘하느냐를 재는 지표다.

 우리나라는 36개 국가 중 35위.

교육부문에서 늘 1등에 오르는 핀란드의 피터 존슨 교장협의회 회장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가 남긴 말. "핀란드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교육 선진국이 된 것은 협력을 강화한 결과"라고.
결론은 간단하다. 대학과 대학의 칸막이, 학과와 학과의 칸막이를 없애는 것이다. 그게 출발점이다.

부족한 점이 없지 않지만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는 신규 채용인력의 30%가 디자인 전공이 아니다.

 심리학, 철학은 물론 음악, 사진 등을 전공한 사람도 뽑는다.

 복합적 사고에서 창조가 나온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기아자동차는 K9을 만들면서 원격제어, 차량관리, 정보검색이 가능한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했다.

그게 유보(UVO)시스템이다.

전형적인 굴뚝기업 포스코도 2년 전부터 `아이디어 마켓플레이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조직원은 물론 외부인들도 각자의 아이디어를 쏟아내 그것을 뒤섞자는 개념이다.

모든 기업이 창조경영을 한다.

사운을 걸고 한다.

창조하지 못하면 죽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창조엔 융합이 필수라는 점도 안다.

박 대통령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공무원들에게 하는 말은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라`는 것이다. 장담컨대 박 대통령은 이 말을 임기 중 수천 번은 반복할 것이다. 창조정부, 별거 없다. 한 줄이면 된다. 섞는 것이다.

우리 얘기라 좀 쑥스럽지만 지난 2005년 매일경제는 창조혁명보고서를 발표한 적이 있다. 거기서 이런 주장을 했다.

"혼혈이 순혈보다 강하다.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인재를 섞어라. 최고경영자 집무실 문을 열라. 그래야 소통한다."

창조=융합. 창조=소통. 단순한 진리 앞에 호들갑이 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