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뒤섞는다. 고로 창조한다
손현덕 칼럼] 우리는 뒤섞는다. 고로 창조한다 | |
기사입력 2013.04.17 17:30:16 | 최종수정 2013.04.17 19:19:38 | ![]() ![]() ![]() ![]() |
온통 창조경제로 도배되고 있다. 갖다 붙일 수 있는 데는 모두 창조를 붙인다. `창조외교`하겠다, `창조관광`하겠다. 정신 사납다. 창조경제한다며 포럼이니, 특별위원회니 결성한다고 법석들이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며 푸념을 늘어놓는 새누리당은 한심하고, 정치인들의 질의에 힘겹게 창조경제를 설명하는 장관들은 딱해 보인다. `창조경제는 이런 것이다`고 마치 종결자인 양 한마디씩 해대는 측근들이나, 하루가 멀다하고 창조경제에 대한 글을 신문에 써대는 학자들도 꼴이 우습다. 아니, 창조경제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새로운 개념인가? 그동안 우리가 창조경제 안 했다는 건가? 오죽 답답했으면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창조경제에 대해 정의를 내렸을까 싶다. 그가 정의한 창조경제 문장에 `융합`이라는 말이 세 번 나온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 산업과 산업의 융합, 산업과 문화의 융합…. 솔직히 그다지 마음에 드는 정의는 아니지만 핵심은 분명하다. 융합을 빼고는 창조를 말할 수 없다. 창조는 한마디로 뒤섞는 것이다. 아니, 뒤섞어야 창조가 나온다. 주요 연구 테마는 과학과 미디어 예술을 섞는 것이다. 대부분의 수업이 팀워크를 중시하는 프로젝트 방식이다. 이 학교에는 보스턴 인근의 경영전문대학, 디자인전문대학과 함께하는 강좌(통합 제품디자인)가 있다. 세 대학에서 각각 학생들을 선발해 팀을 짠다. 일주일마다 캠퍼스를 옮겨 수업을 한다. 스탠퍼드대학의 디자인스쿨은 그 출발점이 아이러니하게도 테이블이었다. 대학은 학생들이 모여서 토론하는 테이블에 주목했다. 그래서 스튜디오 방식의 학습이 탄생했다. 무조건 섞는 것이다. 얼마큼 다른 사람들과 뒤엉켜 일을 잘하느냐를 재는 지표다. 우리나라는 36개 국가 중 35위. 그가 남긴 말. "핀란드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교육 선진국이 된 것은 협력을 강화한 결과"라고. 심리학, 철학은 물론 음악, 사진 등을 전공한 사람도 뽑는다. 복합적 사고에서 창조가 나온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기아자동차는 K9을 만들면서 원격제어, 차량관리, 정보검색이 가능한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했다. 그게 유보(UVO)시스템이다. 전형적인 굴뚝기업 포스코도 2년 전부터 `아이디어 마켓플레이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조직원은 물론 외부인들도 각자의 아이디어를 쏟아내 그것을 뒤섞자는 개념이다. 모든 기업이 창조경영을 한다. 사운을 걸고 한다. 창조하지 못하면 죽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창조엔 융합이 필수라는 점도 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