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영] 고객사 `내 편` 만든 ARM의 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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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계속해서 거래하기를 희망하는 중소기업이 자신보다 수백 배 큰 대기업과 진정한 의미의 상생 관계를 만드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왜냐하면 말로는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실질적인 혜택에 대한 의구심이 있기 때문이다.
상생을 기반으로 새로운 경쟁법칙을 디자인하여 진정한 윈윈구조를 창조하는 대표적 사례가 있다.
바로 스마트폰, 태블릿 PC, TV 같은 다양한 기기의 운영체제 및 응용프로그램을 실행하고,
동시에 다른 부품 및 장치들을 제어하는 칩셋(APㆍApplication Processor)의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ARM이라는 영국 회사다.
ARM이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 가지고 있는 시장점유율이 90%를 넘었기 때문에 쉽게 이야기하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ARM의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칩셋 같은 반도체 기술은 실리콘밸리가 유명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처럼
인텔이 대표주자다.
하지만 ARM은 반도체기술에서는 상대적으로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영국에서 설립된 회사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회사들이 설계ㆍ개발ㆍ생산을 수직적으로 통합하여 독점적인 시장 지위를 구축하여 높은 이윤을 창출한다
. 하지만 ARM은 생산을 포기하는 대신 설계 및 제조에 대한 핵심적인 지적재산권을 창조하고, 해당 기술력을 전 세계 300여 개의 반도체 기업뿐만 아니라 1000개 정도의 협력회사들에 라이선스하여 매출을 창출한다.
독점을 통한 이윤 창출이 아닌 상호 협력을 통하여 지속가능한 이윤 창조 구조를 만들었다.
지적재산권을 대여하는 기업들이 높은 로열티를 부과하고, 동시에 매우 선별적으로 파트너를 선정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ARM은 오히려 고객사로부터 로열티가 너무 낮은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저렴한 비용을 청구한다.
뿐만 아니라 고객사들이 ARM이 개발한 설계기술을 언제든지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는 유연성까지 부여함으로써, 고객사들이 제품 개발에 따르는 위험과 비용을 최대한 절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자신들의 기술에 각종 차별된 기능을 탑재하는 것을 오히려 자유롭게 권장하는 편이다
고객사와 협력하는 전략의 초점을 가격보다는 출하량 극대화에 두는 것이다.
고객사가 진정한 의미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한다면 ARM의 매출 및 사업구조는 자동으로 단단하게 다져진다.
ARM의 고객사를 위한 창조적 사고는 `빅리틀`이라는 차기 제품 전략에서도 나타난다.
모바일 기기의 전력 소비량 때문에 고민하는 다양한 고객사들을 위하여 간단한 작업은 전력 소비가 적은 리틀 칩셋으로 처리하고, 대용량 작업은 빅 칩셋으로 처리하는 창조적 결합전략을 개발한 것이다. 이러한 최신 제품 역시 원하는 고객사에는 동일한 방식으로 얼마든지 제공하려고 한다.
얼핏 보면 ARM은 자신만의 차별화하고 독점적인 기술력을 활용하여 엄청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ARM은 낮은 가격과 유연한 기술개방 정책을 통하여 모바일 칩셋 시장의 거의 모든 잠재적 경쟁자들을 진정한 협력자로 전환시키고 있다.
바로 이런 상생전략을 통해서 ARM은 세계 시장 점유율 90%라는 결과를 창조하였고, ARM 협력회사들은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재원을 절약하였다.
ARM 사례는 진정한 의미의 상생전략을 활용한다면 상상조차 어려운 결과를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구색 갖추기 혹은 보여주기식 상생 이벤트에 자원을 낭비하는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창조경영의 대표적 사례이다.
[박남규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