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평범한 사람이 천재를 이기는 방법

길벗 道伴 2013. 7. 11. 09:59

 

[강명석칼럼] 더 지니어스, 평범한 사람이 천재를 이기는 방법

1회에 승부욕이 없다고 했던 출연자

“승리의 비법은 반드시 있습니다. 저희가 말씀드린 규칙 외에는 어떠한 수단을 써도 좋습니다. 

 물론 폭력이나 절도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tvN <더 지니어스: 게임의 법칙>(이하 <더 지니어스>)의 첫 회,

 첫 게임에 대한 설명은 이 프로그램 전체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출연자들은 매 회 제작진이 제시한 게임의 룰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그 외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폭력과 절도는 안 되지만 사기를 치는 것은 막지 않는다. 

성규가 첫 회에 우승할 수 있었던 것은 게임에서 서로 돕기로한 김민서를 속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더 지니어스>는 첫 회 마지막에 이런 말도 했다

. “강한 상대는 질투의 표적이 될 수 있습니다. (중략) <초한지>의 유방의 지혜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이빨을 드러내지 않은 것입니다.”

첫 회에서 하버드 출신의 이준석은 첫 회에 우승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고도 탈락했고,

 순식간에 게임의 필승전략을 간파한 갬블러 차민수는 3회만에 탈락했다.

 당구 선수 차유람은 <더 지니어스>에서 큰 활약을 하지 못했지만 다른 출연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다른 출연자들에게 큰 위협은 되지 않았기에 도움을 받았다. 

김구라는 현란한 언변과 냉정한 상황판단으로 매 회 게임의 판도를 좌우했지만 차유람보다 더 일찍 탈락했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 


똑똑하거나, 사기꾼이라는 것이 빨리 드러날수록 생존 확률은 낮아진다.

 어눌한 듯 보이던 이상민은 세 명만 남았을 때에야 자신이 상황을 조종했다며 자랑한다. 

동시에 <더 지니어스>는 다른 출연자들과의 연합이 필수에 가깝다. 

다른 출연자와의 연맹을 맺을만한 힘이 없다면 탈락 가능성이 높아진다.

 너무 튀어도, 너무 똑똑해도, 너무 속여도 안 된다

<더 지니어스>에서는 역설적으로 어떤 분야든 ‘지니어스’로 판명되는 순간 프로그램에서 버티기 어려워진다.

 정말 천재적이어야 하는 것은, 처세다

소설가 공지영이 SNS를 통해 연예인들의 노출을 비판하자, 

클라라는 “내게 관심은 직장인 월급과 같고, 무관심은 퇴직을 의미”한다며 “월급이 삶의 목표가 아니듯, 내 목표도 관심이 아니다. 훌륭한 연기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모든 재산이든 대중의 주목을 받아야 그 다음 목표에 접근할 수 있다. 

SNS든 프로야구 경기장이든 끊임없이 자신을 어필할 기회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대중의 비호감을 사면 다음 행보가 쉽지 않다.

 김구라는 과거에 독설로 주목받았지만, 그 과정에서 벌인 나쁜 행동으로 지상파 진출 후 계속 위기를 맞았다. 

공교롭게도 그는 <더 지니어스>에서 초반부터 타인을 속이는 책략에 집중한 나머지 경계대상이 됐고, 결국 탈락했다. 


추악한 승리를 거두고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하라

<더 지니어스>의 틀은 일본 드라마 <라이어 게임>과, 첫 게임의 내용은 일본 만화 <도박묵시록 카이지>와 표절논란이 있었다.

 특히 <라이어 게임>과의 연관성은 일본 제작진의 입장이 궁금하기도 하다. 

그러나 <라이어 게임>과 <도박묵시록 카이지>에서 캐릭터들의 목표가 생존이라면,

 <더 지니어스>는 생존 다음의 생존을 생각하게 만든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출연자라 해도 같은 출연자들과 12회동안 함께하는 것은 바꿀 수 없다.

 모든 곳에 설치된 카메라는 출연자의 모든 행동을 공개한다. 

개인은 자신을 세상에 끊임없이 공개하며 영향력을 얻고, 그 영향력으로 목표에 다가선다.

 동시에 주목받을수록 세상이 주는 압박은 심해진다.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는 힘을 얻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그 다음. <더 지니어스>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는 법에서 시작해,

 그 다음의 살아가는 법을 게임으로 풀어냈다. 

기묘하게도, <더 지니어스>는 일본 컨텐츠들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음에도 지금 한국 사람들의 어떤 부분을 예능 안으로 옮겨왔다. 
 

이번엔 우승하나요?


“과정과 결과. 집단과 개인. 아름다운 패배와 추악한 승리.” <더 지니어스>가 첫회에 출연자들에게 한 말은 

이 프로그램의 모든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리고, 결승전에 오른 홍진호와 김경란은 승리에 관한 가장 다른 방식을 보여준 두 사람이다.

 홍진호는 대중을 이겨 버리고야 마는 개인이다. 연맹에 실패하기도 하고, 때로는 경계대상이 돼 ‘데스매치’까지 몰린다.

 하지만 그 때마다 놀라운 두뇌 플레이로 위기에서 탈출했다.

 아무리 코너에 몰려도 1:1 대결의 영역에서 거둔 승리로 살아남는다.

 반면 김경란은 언제나 다른 출연자들을 활용했다.

 게임을 주도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속한 연맹이 승리하는데 기여한다. 

덕분에 준결승에서야 처음으로 ‘데스 매치’를 했다.

 모든 행동에는 자기 나름의 명분이 있고, 탈락 위기에 처한 사람을 도우면서 인심도 얻는다.

 대중이 흔히 생각하는 두뇌 플레이는 아니다. 

하지만 한 분야의 천재가 아닌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가장 천재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그리고, <더 지니어스>는 결승전의 세가지 종목 중 ‘인디언 포커’와 ‘같은 그림 찾기’를 집어넣었다.

 이 종목들은 개인전, 특히 기억력을 활용하는 시합에 강한 홍진호가 잘 할 수 있는 게임들이다.

 동시에 제작진은 이전의 탈락자들이 게임에 필요한 아이템을 출연자들에게 줄 수 있도록 했다. 

김경란이 그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개인과 대중. 정면 승부와 처세. 어떻게 게임하는 것이 답인지는 모른다. 

오히려 <더 지니어스>는 시청자에게 질문을 던질 것이다

당신이 응원하는 방식은 무엇이냐고. 그것이 지금 당신이 사는 방법이다. 

글. 강명석 (웹 매거진 <ize>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