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 창조경제의 요람 유럽대학

길벗 道伴 2013. 7. 18. 17:38

 

◆ 창조경제의 요람 유럽대학 ① ◆

 

알토大는 모바일창업 사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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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로잔공대에 위치한 `사이언스 파크.` 이곳에 입주해 있는 의료 벤처기업 `아레바 뉴로테라픽스` 직원들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자체 개발한 `뇌 전기 자극` 기술이 올해 초 파킨슨병과 같은 뇌질환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수전증이나 강직 현상 등에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와서다. 이 회사의 안드레 메르카지니 대표는 "기존 기술보다 월등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며 "내년 유럽에서 대규모 임상시험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아레바 뉴로테라픽스는 2008년 메르카지니 대표(33)가 로잔공대에서 박사학위 과정 중에 설립한 회사다.

연구를 하며 개발한 뇌 전기 자극 기술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창업을 시도한 것. 하지만 당시 유럽 경제위기로 돈줄이 끊어져 자금을 마련할 길이 막막했다. 이런 그를 도운 것은 로잔공대가 운영하고 있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이노그랜트(innogrant)`였다.

1년 동안 연구비를 지원받고 경영전략 컨설팅도 받았다. 덕분에 아레바 뉴로테라픽스는 박사급 인력까지 채용하는 등 10명이 일하는 벤처기업으로 컸다.

핀란드 알토대를 졸업한 자르노 코포넨(22)은 최근 천군만마를 얻었다. 음성 무료 통화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스카이프`의 창업 멤버 야누스 프리스가 코포넨이 만든 회사인 `퓨처풀`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함께 일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2009년 학부생이던 코포넨은 구글, 아마존 등 유명 포털에서 검색어를 입력하면 항상 똑같은 결과물만 나온다는 점에 답답함을 느꼈다. 그는 알토대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창업 사우나(startup sauna)`의 다양한 도움을 받아 퓨처풀이라는 앱을 개발해냈다.

그는 "창업 사우나의 도움이 없었다면 벤처 설립은 요원했을 것"이라며 "다양한 앱을 개발해 회사를 키워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강소국으로 평가받는 스위스와 핀란드 대학가의 벤처 창업 열기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못지않다. 핀란드 알토대의 경우 학내 창업이 1년에 평균 40개에 달할 정도다. 로잔공대 신경재활치료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이준승 씨(27)는 "학생들의 창업 의지가 한국보다 훨씬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시작한 벤처기업은 중소ㆍ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스위스와 핀란드의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 악화 속에서도 스위스와 핀란드는 각각 1.0%와 2.1%의 성장률을 보이며 유로존 평균(0.9%)을 웃돌았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두 나라 모두 활발한 창업으로 만들어진 중소ㆍ중견기업 덕분에 경제구조가 탄탄해졌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도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대기업 중심 성장 구도에서 벗어나 벤처ㆍ중소기업 활성화에 초점을 둔 `창조경제` 구현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한 핵심 수단은 지식이 창출되는 대학에서 활발한 창업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핀란드와 스위스처럼 대학이 창업의 요람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구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원장은 "학생들이 갖고 있는 아이디어가 현실화되고 창업으로 연결된다면 한국 경제에 큰 활력소가 될 것"이라며 "학생들에게 기업가정신을 불어넣고 창업을 지원하는 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매년 `실패의 날` 모여 창업실패 경험 나눕니다"

핀란드 알토대 `창업 사우나` 통해 90개 기업 세상으로
스위스 로잔공대 `이노그랜트` 생활비 받으며 창업 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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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서쪽으로 16㎞가량 떨어진 에스포시에 위치한 알토대 오타니에미 캠퍼스. 숲속에 들어선 건물들 사이로 붉은색 벽돌로 지은 아담한 단층 건물 `알토 ES(Entrepreneurship Society)`와 마주쳤다. 건물 벽에 `창업 사우나(startup sauna)`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한눈에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남학생 3명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전자책 읽기를 향상시키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 위해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파스트르(Fastr)`라는 창업준비팀의 구성원들이다. 이 팀의 일원인 엘다스 로기노프스는 "전자책 독서를 즐기면서도 읽는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안하고 있다"며 "우리의 목표는 전자책 시대에 독해력까지 향상시킬 수 있도록 사용자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알토 ES는 2009년 알토대 학생들이 자생적으로 만든 창업지원 조직이다. 지금은 다른 유럽 학생들과 창업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면서 북유럽 벤처 생태계의 구심점으로 성장했다.

알토 ES가 운영하는 핵심 사업이 바로 창업 사우나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을 준비하는 팀들은 정보와 교육 등 다양한 지원을 받는다. 매년 30개가량 팀이 집중 멘토링을 받으면서 알토 ES 건물에서 자유롭게 창업을 준비하게 된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창업 사우나를 통해서만 90여 개 기업이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창업 사우나는 사우나를 할 때 땀에 흠뻑 젖는 것처럼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기 위해 열정을 다한다는 의미에서 지어졌다.

지난 6월 시작한 이번 여름 시즌에 이 프로그램 지원을 받는 팀은 모두 10개다. 이들은 9주 동안 이곳에서 제품 개발을 진행하면서 창업을 구체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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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알토대 오타니에미 캠퍼스에 있는 창업 준비 공간인 알토 ES에서 창업을 하려는 학생들이 제품 개발 방향을 놓고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있다. <김미연 기자>

각 팀은 정보와 아이디어를 서로 공유하며 각 분야 전문가 멘토들로부터 도움을 받기도 한다. 이날 멘토 자격으로 창업 사우나를 찾은 아페 포하비르타 핀란드 모바일협회 이사는 학생들에게 "항상 `왜`라는 질문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하고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가 아니라, 우리가 이 일을 왜 하는지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알토 ES 대표를 맡고 있는 엘리나 우텔라 씨는 "기업 경영자 외에도 문화, 교육, 기술 등 다양한 분야 멘토들을 섭외해 창업 지원 강연을 하고 있다"며 "다양한 분야를 접하면 창업 아이디어를 잘 구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알토 ES의 창업 지원 활동은 핀란드 국경을 넘어선다. 지난해는 유럽 각국에서 사람들을 끌어모아 창업 관련 교류의 장인 `슬러시 콘퍼런스(slush conference)`를 주관하기도 했다. 일부 창업 준비 학생들을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에서 일할 수 있게 하는 인턴십 프로그램 `스타트업 라이프(startup life)`도 진행하고 있다.

알토 ES에 모인 학생들은 매년 10월 13일을 `국제 실패의 날`로 정했다. 이날은 창업 실패, 아이디어 구상 실패 등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성공을 위한 자산으로 만드는 날이다. 엘리나 대표는 "창의력은 어디서 불쑥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각고의 노력과 구상 끝에 나오는 결과물"이라며 "우리는 이런 끝없는 노력과 실패의 과정 속에서 성공으로 이어지는 창의성을 찾아내기 위해 실패의 날을 만들었다"고 했다.

스위스 로잔에서 레만 호수를 따라 차를 타고 15분 정도 달리면 넓은 들판 사이로 직사각형 모양의 건물이 군데군데 늘어선 학교가 나타난다. 스위스 과학기술을 이끌고 있는 로잔공대다.

지난달 26일 로잔공대에서 기술사업화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사이언스파크`와 `이노베이션스퀘어`를 찾았다.

건물마다 로지텍, P&G, 노바티스 등 글로벌 기업들의 간판이 붙어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이노베이션스퀘어에는 글로벌 기업의 연구소가 주로 입주해 있고, 사이언스파크에는 학교 연구실이나 학생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벤처기업 100여 사가 상주해 있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기초지식뿐 아니라 기업과 함께 연구하며 아이디어를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어가는 시스템을 체험한다.

`아이디어가 사업과 만나는 곳`. 로잔공대의 슬로건에는 학생들에게 기업가정신을 불어넣으려는 철학이 그대로 담겨 있다. 로잔공대의 3대 목표에는 교육과 연구 외에 기술이전이 포함돼 있을 정도다. 로잔공대는 1986년부터 다양한 기술사업화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학생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썩히지 않고 직접 만들어 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로잔공대가 자랑하는 기술사업화 지원제도는 크게 `기술이전사무소`와 `산업협력` `이노그랜트(innogrant)` 시스템으로 나뉜다. 기술이전사무소는 특허관리와 라이선스 등록을, 산업협력은 학생들이 사업화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기업과 연구실의 협력 연구를 지원한다. 이노그랜트는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생활비에 신경 쓰지 않고 창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매달 월급을 지원한다. 2008년 이노그랜트의 도움으로 의료 벤처기업 `아레바 뉴로테라픽스`를 창업한 안드레 메르카지니는 "당시 이노그랜트에서 창업에만 열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지 않았다면 회사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마우스 기업 로지텍도 시작은 30년 전 로잔공대의 사이언스파크에서 학생의 아이디어로 출발한 작은 벤처회사에 불과했다.

로잔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대외협력처 한국담당관으로 일하고 있는 임종은 박사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사업화를 통해 사회로 환원되고 있는 것"이라며 "학교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에게 기업가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로잔공대에서 창업한 회사는 모두 156사에 달한다. 매년 평균 12개 벤처회사가 새롭게 등장하며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실패 두려워 않는 문화 만드는게 중요…창업지원, 조건 안달아

에레 레브레 스위스 로잔공대 이노그랜트 총괄

 

대학에 기업가정신을 퍼뜨리기 위해서는 문화가 중요합니다.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문화가 뒤따르지 않으면 창업은 요원한 일입니다."

스위스 로잔공대 이노베이션파크에서 만난 이노그랜트 프로그램 총괄 책임자 에레 레브레 박사는 "유럽의 대학생들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기업가정신이 부족한 편"이라며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기업가정신이 대학 곳곳으로 퍼질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노그랜트는 창업을 원하는 교수나 학생에게 조건 없이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2005년 스위스의 한 은행이 학교를 위해 내놓은 100만달러를 종잣돈으로 삼아 만들어졌다. 레브레 박사는 "로잔공대에는 기술사업화와 창업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스타트업`을 중점적으로 돕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노그랜트 프로그램을 만든 뒤 지난 7년간 56개 아이디어에 자금을 지원했고, 이를 통해 25개 새로운 회사가 탄생했다"고 밝혔다.

이노그랜트 펀딩의 대상자가 되면 교수와 학생을 구분하지 않고 1년간 창업에만 열중할 수 있다.

창업에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받은 돈을 학교에 반납할 필요가 없다. 레브레 박사는 "이노그랜트의 펀딩을 받으면 연구나 수업에서 제외된다"며 "1년간 생활자금을 지원해 주기 때문에 돈 걱정 없이 창업 준비에만 신경을 쓰게 된다"고 했다.

이 같은 혜택에 힘입어 이노그랜트 프로그램에 창업을 하겠다며 지원하는 프로젝트는 연간 40~50건에 달한다

 

 

 

 

◆ 창조경제의 요람 유럽대학 ② ◆

 

 로잔공대·IMPRS "세계 학생들과 머리 맞대라"…융합형 창의인재 키워

절반이 `외국인`…교류·협력하며 함께 성장
박사학위 따면 돈주며 해외로 나가게 유도
"다양한 아이디어 모이니 성과도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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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MIT로 평가받는 로잔공대는 120여 개국 학생들이 모여 다양한 아이디어와 문화를 나누며 공부하고 있다. 로잔공대 롤렉스센터에 모여 과제를 토론하고 있는 스위스와 미국, 벨기에 학생들. <원호섭 기자>

지난달 26일 오후 스위스 로잔공대 캠퍼스 한가운데에 위치한 `롤렉스센터`. 도서관 하면 떠오르는 딱딱한 이미지와는 달리 곡면으로 이어진 롤렉스센터의 도서관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간단한 식사를 하거나 책을 보며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학생 4명이 노트북을 켜놓고 교수가 내준 과제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두 명은 스위스인, 나머지는 각각 벨기에와 미국에서 온 학생이었다.

벨기에에서 온 루이자 이마달로 씨(25)는 "워낙 외국인들이 많기 때문에 함께 공부하고 대화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며 "오히려 다양한 문화를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로잔공대에는 현재 학부생부터 박사과정생까지 모두 9508명이 재학 중인데, 이 중 외국인 비율은 47%에 달한다. 특히 연구인력의 핵심인 박사과정 재학생 2041명 중 외국인은 1225명으로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임종은 로잔공대 국제협력담당관은 "유럽과 미국 대학 중심으로 대학평가를 하면 로잔공대는 외부 교류협력과 외국인 비율에서 언제나 1위를 차지한다"며 "120여 개국 학생들이 함께 모여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MIT로 불리는 로잔공대의 경쟁력은 이처럼 해외 인재를 적극 영입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출발한다. 외국 인재 유치뿐 아니라 그 반대의 모습도 뚜렷하다. 로잔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학생들은 박사후연구원 생활을 반드시 외국의 다른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경험해야 한다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

임 담당관은 "로잔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학생은 이곳에서 박사후연구원을 할 수 없다"며 "한 곳에서만 배우지 않고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인력순환(Circulation)` 정책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한 연구실에서만 연구를 하다 보면 자신의 분야에 대한 시야가 좁아질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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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기초과학연구기관인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소가 운영하는 독일 막스플랑크국제학교(IMPRS)도 비슷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IMPRS는 막스플랑크연구소가 인근 대학과 함께 박사과정 학생을 뽑은 뒤 연구, 수업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가 정부 출연연구소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UST)`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달 27일 독일 뮌헨 교외에 위치한 양자공학 막스플랑크연구소를 찾았을 때 아르헨티나에서 온 아구신 슈프린 박사는 독일인 마이클 잡스트 IMPRS 연구원과 함께 레이저를 이용한 물리현상을 연구하고 있었다.

슈프린 박사는 "막스플랑크연구소에 관심이 많아 캐나다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이곳에 왔다"며 "여러 나라에서 온 IMPRS 학생들과 함께 일을 하다 보니 레이저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양자공학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공부하고 있는 IMPRS 연구원은 50명. 이 중 절반에 가까운 23명이 외국인이다.

IMPRS의 니컬러스 카르포위츠 박사는 "장학금과 거주비용 등을 연구소가 지원해주기 때문에 다른 일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며 "학생들은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넉넉한 지원에 힘입어 IMPRS에 지원하려는 학생들은 넘쳐난다. 한 명의 박사과정을 뽑는 데 전 세계의 유능한 연구원들 40~50명의 지원자가 몰릴 정도다. 2006년 이후 양자공학 막스플랑크 연구소 IMPRS 학생들이 지금까지 발표한 논문은 80여 건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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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PRS의 또 다른 특징은 전 세계 연구자들이 모여 있지만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포스텍에서 박사학위를 받으며 협력연구를 위해 IMPRS를 방문한 중국인 자오젠 씨는 "세계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과 함께 연구를 하니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많다"며 "연구실 간 벽도 한국보다 낮기 때문에 다양한 아이디어와 지식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IMPRS는 국제 교류 활성화를 위해 IMPRS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이 해외에 있는 다른 연구기관이나 대학에 협력 연구를 지원했을 때 연구비를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반대로 해외에서 IMPRS에 공동 연구나 새로운 연구를 제의하는 교수나 학생이 있으면 연구비를 전액 지원해 주기도 한다.

카르포위츠 박사는 "이곳을 거쳐 가거나 함께 연구한 사람 등을 통해 관련 분야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과학자의 지식이 순환되면서 IMPRS가 관련 분야의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협력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매경-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공동기획

 

 

창조경제의 요람 유럽대학 ③ ◆
한국 대학 "창업은 교수나 하는거지 학생이 웬 창업이냐"

선진국과 너무 다른 대학 내 창업인식
창업=패가망신…부정적 시각 팽배
기술력 갖춘 창업자엔 무상 지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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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도 창업 주체예요" 지난해 7월 서울대 학생들이 창업한 온라인 강의 콘텐츠 제공 기업인 러니웨어(대표 박태영ㆍ전기정보공학부 3학년ㆍ왼쪽) 멤버들이 자신들의 창업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다. 박태영 대표는 "학부생은 창업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이 대학에 퍼져 있다. 아이디어가 있어도 창업공간 제공 등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한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이충우 기자>

스위스 로잔공대를 졸업한 니콜라스 듀랜드 박사(33)는 박사과정을 밟던 2008년 학교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인 `이노그랜트(innogrant)`를 통해 1년간 생활비를 지원받았다. 조건은 없었다. 다른 데 신경을 쓰지 않고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연구에만 매진하면 됐다. 그런 과정을 거쳐 그는 2010년 진단기기 전문 벤처기업 `어바이오닉(Abionic)`을 설립했다. 10분 안에 15가지 알레르기 검사를 고통 없이 할 수 있는 진단 장치가 어바이오닉이 자랑하는 대표 상품이다. 어바이오닉은 지난해 스위스에서 만들어진 벤처기업 중 일곱 번째로 우수한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듀랜드 박사는 "학교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이 벤처를 만드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줬다"고 했다.

서울 소재 사립대 컴퓨터공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이 모씨(남ㆍ27). 2009년 학부를 마치고 석ㆍ박사 통합과정에 진학한 그는 연구실에서 배운 프로그래밍을 이용해 창업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연구를 병행하며 창업을 하자니 걸리는 게 많았다. 결국 연구실을 그만두고 회사를 차렸다. 회사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지만 그동안 마음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씨는 "돈이 없으니 투자를 받을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수익을 언제 낼 수 있겠느냐는 압박이 심했다"며 "수익만을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결국 올해 초 이씨는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창업을 했던 3년간의 일은 개인적으로 값진 경험이었지만 "그냥 공부나 제대로 하지 그랬느냐"는 주변의 핀잔을 들어야 했다.

두 사례는 극명하게 갈리는 대학 내 창업 여건을 보여준다. 스위스 핀란드 독일 등의 대학에서는 학내 창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이고 자연스럽다. 학생들 창업을 장려하며 다양한 지원 정책도 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제도적 지원은커녕 창업에 대한 인식부터 부정적이다.

창업을 하면 패가망신의 길을 걷는 것이라는 인식이 넓게 퍼져 있다. 특히 벤처기업에서 도전적인 일을 해보려고 하면 `대기업에 입사할 능력이 안 되는 친구`라며 색안경을 끼고 보기도 한다. 이 때문에 모험(벤처 창업)은 피하고 대기업ㆍ공기업에 취업하거나 의사의 길을 걷는 등 안정적인 삶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젊은 과학자 소사이어티인 `뉴튼스(NEWTNS)`의 임중연 대표는 대학생들의 도전정신 부재는 우리 사회가 실패를 딛고 재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패에 대해 관용을 베푸는 사회적인 시스템이 없다"며 "창업이 활발한 선진국 대학의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고 실패와 성공에 대한 경험이 축적돼 확산되면 자연스럽게 대학생들의 기업가정신이 고취될 것"이라고 말했다.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는 "청년들이 보수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은 사회생활을 늦게 시작하는 추세가 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서른이 다 되어 사회에 진출하다 보니 실패하면 끝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며 "많은 학생이 등록금 `빚`을 안고 대학을 졸업하는 것도 창업의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등록금 대출로 이미 빚을 떠안고 있는 학생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창업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벤처 1세대인 변대규 휴맥스 사장은 "예전에는 대학생에게 취업 걱정이 없었기 때문에 도전적으로 창업에 나설 수 있었지만 지금은 서울대ㆍ연세대ㆍ고려대 출신들도 취업을 걱정하는 분위기"라며 "이 때문에 학생들이 점점 더 안정적인 삶을 살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에 창업지원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2009년 대학 내 벤처기업인 천랩을 설립한 천종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창업할 때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고, 창업전문가도 찾을 수 없었다"면서 "그렇다고 외국처럼 과학자가 기술을 제공하면 이를 토대로 회사를 만드는 시스템도 없다"고 지적했다.

대학 내 산학협력단을 활용해 사업 실패에 따른 신용불량 문제를 해결하자는 방안도 제기된다. 박구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원장은 "현재 산학협력단 기능은 연구과제를 관리하는 업무에 집중되고 있다"면서 "산학협력단이 관리하는 자금 가운데 일부를 청년 기술창업 지원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원장은 "학생들이 창업에 실패했을 때 신용불량자가 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며 "창업을 할 때 `빚`이 아닌 `그랜트` 개념의 자금지원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창업을 한 대학생이 은행 대출을 받았다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게 되고 신용불량자라는 낙인은 평생 따라다니게 된다. 이처럼 초기 사업 실패가 평생의 멍에를 짊어지게 되는 것도 창업을 꺼리게 만드는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다.<시리즈 끝>

※ 매경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공동기획

 

창업활동 학점 인정…휴학기간 신축 적용

대학생 창업 2인의 제언

 

2011년 친환경 쓰레기통 제조업체인 이큐브랩을 공동 창업한 이승재 이사(26ㆍ서울대 화공학과 4년 휴학 중)는 요즘 복학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서울대는 휴학할 수 있는 기간이 모두 6학기로 제한돼 있다. 그는 현재 3학기째 휴학 중이어서 아직 시간적 여유는 있지만 일이 많은 벤처기업 특성상 복학 문제가 먼 훗날의 이야기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이사는 "지난해 첫 제품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 하반기에 신제품 출시와 함께 본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휴학할 수 있는 기간이 넉넉한 것만은 아니다"며 "휴학기간 제한 규정 때문에 사업을 포기하고 복학하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했다.

그는 "정부에서 청년창업을 장려하지만 정작 창업을 하게 되면 휴학기간 제한 규정에 걸리게 된다"면서 "휴학 규정을 신축적으로 운영하고, 창업을 하거나 벤처에서 근무한 경력을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창업에 관심 있는 학생끼리 교류할 수 있는 공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국내 대학의 열악한 창업 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창업ㆍ벤처ㆍ발명 등 동아리별로 소규모 공간은 있지만 사업에 관심 있는 학생이나 디자이너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허브공간`은 없다는 것이다.

이 이사는 "대학은 산학협력이나 정부ㆍ기업의 연구 프로젝트 수주에 관심이 있을 뿐 학생들 창업에는 무관심한 것 같다"면서 "동아리라는 좁은 범위를 넘어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1년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4학년 휴학 중 모바일 리서치 서비스업체 오픈서베이를 창업한 김동호 대표(26)는 대학에서 기업가정신을 기를 수 있는 과정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수업시간에 어떤 교수가 50만원을 주면서 이를 불리는 과제를 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면서 "이 같은 수업은 창업을 할 사람이든, 취업을 할 사람이든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모든 학생이 기업가정신을 습득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2008년 실리콘밸리가 있는 미국 새너제이에서 교환학생 신분으로 있는 동안 학생들이 창업을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곤 했는데 한국은 그 당시 창업이 매우 드문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국내 대학의 벤처 지원은 공간(창업보육센터) 제공에 그치고 나머지는 대부분 스스로 알아서 처리해야 했다"면서 "어느 정도 성장한 기업에 대해 투자자를 연결시켜주는 고리를 만들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창조경제 구현할 `C7프로젝트` 추진할때"

`G7프로젝트를 디딤돌로 삼아 C7프로젝트로 가자!`

창업 환경을 개선하고 벤처기업을 활성화하는 것과 더불어 국가 차원에서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연구개발(R&D) 사업에 나서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20년 전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선도기술개발사업(G7프로젝트)`을 추진했던 것처럼 이제는 `창조적기술개발사업(C7ㆍCreativity 7)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1992년 시작된 G7프로젝트는 정부가 과학기술을 선진 7개국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로 추진한 사업이다. 21세기를 선도할 것으로 내다본 7개 제품 기술과 7개 기반기술 개발과제를 담고 있다. 이를 통해 1992년 27위에 그쳤던 스위스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지난해 과학경쟁력 5위로 뛰어올랐다는 게 과학기술계 분석이다.

하지만 이후 우리는 여러 R&D사업을 추진했는데도 IT산업 이후 뚜렷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년 전 열정을 모아 창조경제에 맞는 `C7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구선 KISTEP 부원장은 "기초ㆍ응용ㆍ개발연구가 동시에 이뤄지고 연결되며 산ㆍ학ㆍ연ㆍ정이 함께 산업경제의 패러다임을 확 바꿀 도전적인 C7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C7프로젝트는 창조성이 발현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해 `국가창조지수`를 7위까지 끌어올리자는 비전이다. C7프로젝트의 핵심은 과학기술,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융합의 바탕 위에 도전적 기술개발을 통해 산업경제에서 창조경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그래핀 등 첨단 과학을 단기간에 상용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산업과 접목시켜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를 한발 먼저 상용화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 △개발, 규제 완화, 산업화 등 범부처 역할 융합 △혁신형 중소ㆍ중견기업 참여 확대 △민간 R&D 투자 확대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 부원장은 "이번 정부에서 토대를 만들고 다음 정부에서 수행하며 그 다음 정부에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