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위해 가족 희생하는 단가성과 집착형 ?
그녀의 말이 정말일까? 지난 6월 초 미국의 퍼스트레이디가 중국의 퍼스트레이디를 못 만나겠다며 내세운 이유를 놓고 많은 한국인들이 던진 질문이다.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중국과 미국의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인 펑리위안이 남편을 따라 미국에 왔다. 많은 사람들은 뛰어난 패션감각으로 유명한 양국 퍼스트레이디의 만남이 성사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는 두 딸의 학기말 학교 생활을 돌봐야 한다며 남편만 캘리포니아로 보냈다. 이에 대해 꽤 많은 한국인들은 "정상회담은 나라의 중대사다. 그런데 자녀 공부를 돌본다는 이유로 불참한다니 말이 되는가"라고 생각했다. 패셔니스타인 미셸 오바마가 펑리위안과 동일한 수준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는 게 싫어서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필자는 미셸 오바마의 말이 진심일 것이라고 믿는다. 그 이유는 과거 CNN 인터넷판에서 읽었던 한 기사(Why doesn’t Obama like to schmooze?)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후 6시 30분이면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 테이블에 앉는다고 한다. 식사가 끝난 뒤에 대통령은 두 딸의 숙제를 도와준다. 저녁마다 자녀의 숙제를 돕는 대통령이라니, 한국인에게는 매우 낯선 이미지다.
오바마 대통령만 특별한 게 아니다. 바람둥이로만 알려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한국 기준으로 보면 매우 가정적이다. 그 역시 할 수만 있다면 저녁은 딸 첼시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처럼 딸의 숙제를 봐줬다. 백악관에 없을 때에는 전화로 딸의 숙제를 챙겼다고 한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아칸소 주지사였을 때는 매일 아침 딸을 학교에 데려다 주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했다. 클린턴은 당시 보좌관이던 클레이스 스미스에서 이런 말을 했다. "자네가 정치를 계속할 생각이라면 내가 충고 하나 하겠네. 아침에 자녀를 반드시 학교에 데려다 주게나. 왜냐하면 정치인은 몇 시에 퇴근해 집에 돌아갈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야. " 정치인은 저녁을 자녀와 함께 보낼 수 없는 만큼 자녀의 등교만큼은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처럼 미국 대통령들은 자녀와 가족에 대한 관심이 많다. 자녀를 돌봐야 한다며 펑리위안을 만나지 않겠다고 밝힌 미셸 오바마의 말이 진심이라고 필자가 믿는 이유다. 현안이 없는 퍼스트 레이디간의 만남은 학기말에 자녀를 돌보는 것보다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렸을 것 같다.
미국 대통령들의 가족주의적 삶은 한국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다. 한국의 꽤 많은 직장인들은 일을 위해, 가족을 어느 정도 희생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특히 상당수 보스들은 부하 직원에게 가족이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한 듯 하다.
이 같은 한국의 반(反) 가족주의적 문화의 이면에는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빨리 빨리`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느낌을 필자는 지울 수가 없다. 단기 성과주의자들에게는 `가족`보다는 `직장`이 훨씬 다루기 쉬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직장의 일은 금방 성과가 보이고 업적이 손에 잡힌다. 반면 자녀를 제대로 키우는 데는 10~20년이 걸린다. 그만큼 장기 프로젝트라는 뜻이다. 부부 관계도 마찬가지다. 지속적으로 오랜 투자를 해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혹시 당신은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면서 `가족을 위해서`라고 자위하고 있지는 않는가. 혹시 그렇다면 솔직히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볼 일이다. 눈 앞의 잡을 수 있는 성과에 매여 장기 프로젝트인 `가족`을 멀리하고 있지는 않는지 말이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더 이상 가족을 핑계 대지 말아야 한다. 정말로 가족을 위해 매일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진짜 `가족주의자`들을 욕되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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