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슬레의 34만명 직원중 스위스 국적은 2.9% 뿐
한국 재계에서 언제나 반복되는 구호 중 하나가 신성장 동력 발굴 전략이다.
새롭고 유망한 신규사업을 발굴하여 높은 성장성과 이익률을 확보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표적인 굴뚝산업 혹은 전통적인 성숙산업임에도 불구하고 하이테크 산업을 능가하는 성장성과 이익률을 창조하는 기업이 있다.
회사에서 우리가 하루에 한두 잔 이상 마시는 일회용 커피를 생산하는 네슬레다.
네슬레는 대표적인 성숙산업으로 알려진 식품 및 음료사업을 하면서도 상식을 초월하는 성장률과 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2005년 이후 유럽연합(EU) 식품ㆍ음료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약 2~3%(EU 기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금융위기에 따른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같은 기간 네슬레는 매년 8% 이상씩 성장했다.
그뿐만 아니라 연간 평균적인 영업이익률 역시 평균 13%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하이테크 기업 대부분이 영업이익률 10%를 돌파하기 위해서 고전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놀라운 실적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이다.
네슬레가 이런 성과를 창조할 수 있었던 것은 식품 음료 산업 분야에서 그 어떤 경쟁기업보다도 해외진출전략을 먼저 실행했기 때문이다
.네슬레는 1866년에 설립됐지만, 2년 후인 1868년부터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해 1930년대에는 미국ㆍ영국ㆍ호주ㆍ남미ㆍ아프리카ㆍ아시아 등 오대양 육대주에 공장을 설립,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후 이런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해 마치 차려진 밥상에 수저를 올려놓는 것처럼 전 세계에서 유망한 브랜드를 인수하는 전략을 실행했다
. 1938년 네스카페를 인수하면서 시작된 네슬레의 인수ㆍ합병(M&A) 전략은 2013년 현재에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네슬레의 독특한 글로벌 전략을 뒷받침해 주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이다.
2012년을 기준으로 전체 34만 명이 넘는 직원들 중에서 스위스 국적을 가진 직원은 2.9%에 불과하다.
또 스위스 본사에 근무하는 1600명에 달하는 임직원들의 국적을 모두 합하면 70개가 넘는다.
즉, 전체 인력의 97%를 네슬레가 진출해 있는 현지 시장에서 선발하고 있다.
브랜드 전략 역시 철저한 현지화를 실행하는 것이다.
네슬레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의 숫자는 8000개 가까이 되지만, 그중에서 90% 이상에 해당하는 7500개 브랜드는 대부분 1개 혹은 2개의 국가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네슬레가 모든 세계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브랜드는 겨우 10여 개에 불과할 뿐이다.
네슬레의 글로벌 전략은 한국 기업들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혁신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북미, 아시아, 유럽시장 등 지역에 상관없이 세계 최고 기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철저한 현지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박남규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