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지구상 가장 매혹적인 외피 깃털 

길벗 道伴 2013. 7. 28. 17:52

 지구상 가장 매혹적인 외피 깃털

깃털 / 소어 핸슨 지음 / 하윤숙 옮김 / 에이도스 펴냄
햇빛·추위 최고의 차단물질 이성에겐 매력 발산 도구
새 깃털의 움직임 본떠 인간의 비행기술도 진화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는 극락조에 미친 남자였다.

 19세기 중반 그는 뉴기니의 유일한 유럽인 거주자였다.

 작은 오두막에서 더위와 고립과 배고픔을 견디며 8년 동안 그는 12만종이 넘는 생물 표본을 모았다.

그중에서도 그를 유난히 사로잡은 건 극락조의 `댄스파티`였다.

그가 묘사한 한 대목을 보자.

"나무 한 곳에 열두 마리 또는 스무 마리 남짓의 깃털이 풍성한 수컷이 함께 모여 날개를 높이 올리고 목을 길게 뺀 채 아름다운 깃털을 세워 올려 계속 하늘거리며 흔들었다.

웅크린 몸, 노란색 머리, 에메랄드빛 녹색 목은 토대 구실만 하면서 그 위로 하늘거리는 황금빛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생물학자들이 레크(Lek)라고 일컫는 이 댄스파티는 단지 성적 과시나 즐거운 놀이가 아니다.

 수컷이 무리를 지어 짝짓기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행동이다.

 이 투쟁을 위해 극락조는 `근사한 황금빛 부채`라 할 만한 수 백개의 깃털을 지니게 된 것이다.

월리스는 영국으로 돌아오면서 작은 극락조 수컷 두 마리를 데려왔다.

 말레이제도 사람들이 신의 새, 천국의 새라고 부르는 극락조는 곧장 런던동물원의 슈퍼스타가 됐다.

월리스는 평생 무료입장권을 받았고, 구름 떼 같은 군중이 몰려들었다.

2세기 전 월리스처럼 깃털에 미친 한 남자가 또 한 명 있다.

소어 핸슨은 자연과 인간 세계의 접점에 대해 연구해온 보존생물학자다.

 우간다의 오지 마을에서 2년간 산고릴라를 연구해 2008년 USA 북뉴스 자연 분야 최고 책으로 선정된 `울창한 숲`을 썼던 그가 이번엔 깃털에 관한 모든 것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그는 "깃털은 진화가 이룩한 기적"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깃털 달린 공룡에서부터 경이로운 깃털의 기능과 여성들이 매혹된 화려한 깃털 장식에 이르기까지

깃털의 광범위한 자연사를 펼쳐 놓는다.

 읽는 내내 하나의 주제를 이렇게 깊이 파고드는 저자의 열정이 놀라웠다.

게다가 자연사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쉽고 흥미롭게 읽혔다.

그에 따르면 깃털은 지구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외피다.

햇빛과 비와 추위를 막아주고 날씨로부터 보호해준다.

 암컷이나 수컷이 지닌 매력을 주위에 널리 알려 짝을 찾도록 도와준다.

 가시에 찔리지 않게 해주고, 벌레가 들어오지 못하게 해준다.

깃털 안에 물을 저장하는가 하면 방수 기능도 있다.

얼음덩어리에서 다이빙을 하는 펭귄의 윤기 흐르는 깃털 안쪽 몸은 물이 전혀 스미지 않은 채 쾌적한 상태가 유지된다.

휘파람 소리, 구슬픈 소리를 내기도 한다.

깃털은 완벽에 가까운 비행 날개이자 지금까지 발견된 것 가운데 가장 가볍고 효율적인 단열재다.

지구상에는 4000억 마리에 이르는 새가 있다.

 이 중에는 깃털이 대략 1000개 되는 붉은목벌새가 있는가 하면 깃털이 2만5000개가 넘는 고니도 있다.

세상의 모든 깃털을 한 줄로 나란히 세우면 달을 지나고 태양을 지나 어느 먼 천체에 닿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깃털은 인간에게 불가능한 비행을 가능하게 해준다.

 독수리를 비롯해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새들은 쫙 펼친 비행깃의 끝을 마치 `손가락`처럼 미세하게 조정해 공기 흐름을 조종하거나

속도와 방향을 바꾼다.

모든 새들은 깃털의 움직임을 이용해 날개 주변에 생기는 난류를 본능적으로 바꾼다.

깃 사이의 틈을 벌리거나 닫아서 마치 비행기의 플랩처럼 공기가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 결정하는 것이다.

새가 비행할 때 깃털의 미세한 움직임을 모방해 엔지니어들은 비행기술의 진화를 이끌어냈다.

 비행기 날개 끝에 인공의 `작은 날개`를 붙일 경우 맹금류의 효율성을 모방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낸 것이다.

 이를 통해 제트여객기는 연료 소비를 6% 줄이는 데 성공했다.

깃털의 신비로움은 비행의 소음을 줄이는 데도 있다.

 올빼미는 머리 위로 지나갈 때 섬뜩할 만큼 날갯짓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올빼미는 신화 속에서 영험한 동물로 다뤄져 왔다.

하지만 올빼미의 비행에 초자연적인 요소는 전혀 없다.

 앞쪽과 날개 뒷전에 나 있는 올빼미 깃털이 다만 깃가지가 길게 늘어나 있어서 날개 전체에 생기는 난기류를 줄여준다.

이로 인해 비행할 때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다.

깃털은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패션 아이템이기도 하다.

1912년 침몰한 비운의 타이타닉호에 실린 물품 중 가중 비싼 귀중품은 뉴욕의 모자 제조상에 배달될 최상급 깃털 40상자였다.

오늘날 가치로 보험금만 230만달러에 달했다.

 당시 무게당 가치로 깃털보다 비싼 것은 다이아몬드밖에 없었다.

당대 여성들은 깃털 모자를 선호했고, 특히 타조 깃털이 사랑을 많이 받아서 남아공의 타조 농장에서는

 한때 100만 마리가 넘는 타조를 사육하기도 했다.

가볍고, 찬란한 빗깔을 가진 깃털은 세계대전으로 실용적인 옷이 유행하면서 깃털 산업이 몰락하기까지 반세기가 넘도록 여성들의 취향을 지배했다.

[김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