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김인수 기자의 사람이니까 경영이다

길벗 道伴 2013. 7. 28. 18:53

 생각을 바꾸라고? NO!

                   행동을 바꿔라

`립잇업` 저자 리처드 와이즈먼 영국 하트퍼드셔대 교수

 

그의 책 제목은 `립잇업`(Rip it up). 아예 찢어버리라는 뜻이다.

  도대체 무엇을 찢으라는 뜻일까.

 `긍정적인 생각이 성공의 원천`이라는 믿음을 찢으라고 한다.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오프라 윈프등 역경을 딛고 일어선 사람들은 긍정의 마인드를 강조하지 않았는가.

이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긍정의 마인드 덕분에 좌절하지 않고 성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생각 → 긍정적인 행동 → 성공`이라는 공식이 작동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사고방식부터 바꿔라` `매일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인생이 행복해진다` 등의 조언을 내놓는다.

그러나 `립잇업`의 저자인 리처드 와이즈먼 영국 하트퍼드셔 대학교 교수는 "그런 조언들은 별로 효과가 없다"고 단언한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아무리 노력한들 매 시간 긍정적인 생각이 떠오를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 우울증 환자에게 긍정적인 생각을 하라고 조언한들 별 효과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생각부터 긍정적으로 바꾸어 성공을 얻겠다는 공식은 틀렸다.

 

 

그렇다면 와이즈먼 교수가 제시하는 대안은 무엇일까.

 그는 "긍정적인 생각이 아니라 긍정적인 행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먼저 긍정적인 행동을 해야 긍정적인 생각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신의 행동이 당신의 생각과 느낌을 결정하기 때문이죠. 만약 당신이 머릿속을 바꾸고 싶다면 당신의 몸부터 바꿔야 합니다."

그는 "지금은 긍정적인 행동의 시대"라며 "긍정적인 생각은 잊으라"고까지 말했다.

 결국 와이즈먼 교수가 제시하는 성공의 공식은 `긍정적인 행동 → 긍정적인 생각 → 성공ㆍ행복`으로 요약된다.

와이즈먼 교수의 주장은 마케팅 등 경영학의 여러 분야를 뿌리째 흔들어놓는다.

지금껏 기업은 직원들의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면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믿었다.

또한 자사 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면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와이즈먼 교수의 이론을 적용하면 기업의 이런 전략은 효과를 내기 어렵다.

매일경제 MBA팀은 와이즈먼 교수와 인터뷰를 통해 기업의 인사관리와 마케팅 전략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탐색했다.

다음은 와이즈먼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행동 → 생각 →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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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라고 당신은 주장한다.

 그렇다면 내 행동을 바꿈으로써 내가 원하는 감정을 창조할 수 있다는 뜻인가

.(이런 관점에 따르다면 사람은 행복감 때문에 웃는 게 아니다. 웃는 행동을 우리 두뇌가 관찰한 결과로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 모든 감정은 특정한 행동에서 창조된다.

행복ㆍ기쁨 등 긍정적인 감정뿐만 아니라 슬픔ㆍ분노 등도 마찬가지다.

이런 나의 주장은 우울증에 대한 매우 새로운 접근 방법으로 이어진다.

우울한 사람의 생각을 바꾸기보다는 행동을 바꾸는 데 치료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 증거로 와이즈먼 교수는 하이델베르크대학의 자비네 코흐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연구팀이 우울증 환자들에게 빠른 리듬의 춤을 추게 했더니 우울증이 개선됐다고 한다.)

-우리는 직장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한다.

당신의 말이 맞다면 직장인들은 몸의 반응을 다르게 관찰함으로써 부정적인 감정을 누그러뜨릴 수 있겠다.

"그렇다. 내 이론은 직장에도 적용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중요한 인터뷰를 앞두고 있다고 해보자.

 심장 박동은 매우 빨라지고, 손에는 땀이 날 것이다.

이런 신체적 반응을 긴장 때문이라고 해석한다면 당신은 인터뷰를 망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기대감과 같은 긍정적인 반응으로 해석한다면 인터뷰를 훨씬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행동이 생각을 결정한다면 행동이 성격도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내성적인 직장인도 적극적으로 행동하면 적극적인 생각을 갖게 되고 외향적인 성격으로 변하지 않겠는가.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성격의 많은 부분은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는 게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뚜렷한 목표 설정, 새로운 습관의 확립, 삶에 대한 유연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옷을 다르게 입으면 새로운 정체성을 얻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활동적으로 보이는 옷을 입으면 성격이 외향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옷차림이 성격에 미치는 영향은 여러 실험에서 입증됐다.

예를 들어 마크 프랭크 코넬대 교수는 검은 옷을 입으면 공격적인 성격이 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프랭크 교수는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에는 검은 옷을, 다른 한 그룹에는 흰 옷을 입게 했다.

그리고는 몇 가지 게임 중 어떤 게임을 할지 선택하게 했다.

그 결과 검은 옷을 입은 그룹은 공격적인 게임을, 흰 옷을 입은 그룹은 전혀 공격적이지 않은 게임을 선택했다.)

"사람은 무엇을 입느냐에 따라 자신을 다르게 인식한다.

 당신이 비싼 정장을 입고 인터뷰를 한다고 생각해보라. 당신은 스스로를 더욱 성공적인 사람으로 느낄 것이다.

덕분에 인터뷰를 더 잘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당신이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그렇게 보이는 옷을 입어야 한다.

당신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그에 걸맞은 옷을 입는 게 좋다.

그러나 옷만 바꿔 입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당신의 행동을 바꾸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옷은 행동 변화의 일부일 뿐이다."

 

인센티브=부정적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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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즈먼 교수는 많은 기업들의 인센티브 제도가 직원들에게는 `벌`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수많은 심리 실험 결과 인센티브는 일관되게 직원들의 업무 의욕과 성과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인센티브를 주고 받는 `행위`가 직원들의 `부정적인 생각`을 창조하기 때문이다.

와이즈먼 교수에 따르면 인센티브를 제안받는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떠올린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을 일을 시킬 때 사람들은 내게 돈을 준다고 하지. 내가 이 일을 하면 돈(인센티브)을 준다고 하니까

이 일은 분명히 재미 없고, 힘든 일일 거야.` 그 결과 인센티브를 제안받은 직원들은 업무 의욕을 잃는다.

-인센티브 제도를 폐지해야 하나. 수많은 실험에서 인센티브는 효과가 없었다

.(미국 브랜다이스대학의 테레사 에머빌 교수의 실험이 대표적이다.

에버밀은 작가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시를 짓게 했다.

 한 그룹은 인기작가로 성공해 엄청난 부를 거머쥐는 상상을 하면서 시를 지었고,

 다른 한 그룹은 내면의 즐거움을 떠올리며 시를 지었다. 그 결과 첫번째 그룹의 시가 훨씬 창조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게 권한이 있다면 인센티브를 폐지하겠다. 인센티브가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인센티브가 적용되면 사람들은 순전히 돈을 받기 위해 일하게 된다.

그러나 최고 성과는 사람들이 일을 즐길 때 또는 일에 가치가 있다고 느낄 때 얻어지는 법이다.

내가 최고경영자라면 인센티브를 없애는 대신 직원들이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돕겠다."

-인센티브 없이 어떻게 직원들에게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나.

"회사는 스스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직원들이 자신들의 삶으로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당신의 회사가 어떤 방식으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당장 비즈니스를 바꿔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해 출근하는 사람들은 좋은 직원이 아니다."

-조직이 성과를 내려면 직원 간의 연대감도 중요하다. 이런 감정을 높이려면 어떤 행동을 권장해야 하나.

"직원들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수다를 떨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친구 사이처럼 동료들이 대화를 나눈다면 서로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

반면 이메일은 이런 효과를 낳기가 어렵다.

직원들이 자기 자리에 앉아 소통하기 때문에 소외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 소비자 생각 < 소비자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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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보건부는 300만파운드를 들여 국민들의 채소 섭취 장려 캠페인을 벌였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채소 소비량이 11% 감소했다.

이에 대해 와이즈먼 교수는 "(채소가 건강에 좋다는) 정보 제공 등으로 소비자들의 생각을 바꿔 성과를 얻으려는 시도가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의 생각이 아니라 행동에 주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와이즈먼 교수의 주장이다.

-여전히 기업들은 소비자의 생각을 바꿔서 자사 제품ㆍ서비스를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기업은 소비자들이 자사의 제품ㆍ서비스를 정말로 좋아하는 것인 양 행동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와이즈먼 교수에 따르면 사람들은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영화를 보러 가는 게 아니다.

 영화를 보러 가는 행동 때문에 영화를 좋아한다고 믿는다.)

 따라서 기업은 소비자들이 자사의 제품으로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은 종종 어떤 제품이 심플해서 좋다고 말하곤 한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의 심플한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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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 is…

영국 하트퍼드셔대 심리학 교수. 200만명의 대중을 대상으로 심리 실험을 진행하는 등 심리학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2010년 `인디펜던트 온 선데이`는 영국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100인 중 1명으로 꼽았다.

저서로는 `괴짜 심리학` `왜 나는 눈앞의 고릴라는 못 보았을까` 등이 있으며 30여 개 언어로 번역됐다.

 

`*.소박한 자신감’이 없으면 배움을 멈추게 된다

 

미국 펜실베니아에 사는 한 고등학생이 12명의 존경 받는 최고경영자(CEO)들에게 편지를 보낸 적이 있었다

 훌륭한 경영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을 구하는 내용이었다.

한국에서라면 비서실에서 걸러져서 휴지통에 들어갔겠지만, 미국은 달랐다.

몇 명의 위대한 CEO가 이 고등학생에게 회신을 했다. 그 중에 한 명이 A.G. 래플리 P&G CEO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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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플리 P&G CEO

래플리의 조언을 밝히기에 앞서 그가 누구인지 잠깐 설명하겠다.

 래플리는 P&G가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2000년 CEO에 취임해 P&G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2009년 박수를 받으며 CEO에서 물러났으나 최근 P&G의 실적이 악화되자 CEO로 복귀했다.

 악질로 이름이 높았던 고(故) 스티브 잡스와 달리 훌륭한 인품으로도 직원들의 존경을 받았다.

이런 그가 편지를 보낸 고교생에게 했던 조언은 이랬다.

"소박한 자신감(humble confidence)의 마인드를 가지세요.

당신의 능력을 믿되, 절대로 배움을 멈추지 않겠다는 자기 인식을 함께 가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야만 효과적인 리더가 될 수 있어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과 끊임 없이 배우려는 `소박함`을 함께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 같은 일화를 읽고부터 한동안 필자의 머리 속에는 `소박한 자신감`이라는 단어가 떠나질 않았다.

 래플리의 설명을 넘어서는 무엇인가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최근에야 필자는 논어의 한 구절을 다시 접하고는 `소박한 자신감`의 뜻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었다.

필자가 중학교 시절 한문 교과서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이 구절은 다음과 같다.

`知之爲知之(지지위지지) 不知爲不知(부지위부지) 是知也(시지야)` 한글로 옮기자면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짜 아는 것이다`라는 뜻이다.

이 구절의 핵심은 `不知爲不知`에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아는 것을 안다고 말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그 이유는 자신이 무엇인가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즉, 자신의 `무지`(無知)를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의 무지를 인식하기만 한다면 `不知爲不知`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무지를 솔직히 인정하는 용기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과도한 자신감에 빠진 이들은 不知爲不知를 할 수가 없다.

 폴 J.H 슈메이커 미국 워튼스쿨 교수에 따르면 과도한 자신감을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상태"라고 정의했다.

 모르는 것을 안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어떻게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과도한 자신감에 빠진 이들은 배움을 멈추게 된다는 것.

스스로 안다는 착각에 빠져 있기 때문에 당연히 배울 생각은 할 수조차 없다.

래플리가 배움을 멈추지 않는 `소박한 자신감’을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일 것이다.

필자는 기자 생활을 하면서 과도한 자신감에 빠져 있는 이들을 여럿 보았다.

뜻밖에도 꽤 많은 CE0들이 이런 상태였다.

자신이 회사의 재무, 전략, 인사, 공급망 관리 등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라는 CEO,

직원들은 불만에 가득 차 있는데 직원들의 처지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CEO 등등.

 이런 사람들에게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CEO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잭 웰치가 했던 말을 꼭 들려주고 싶다.

웰치는 미국 미시간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강연하면서 "회사 사정을 가장 모르는 사람이 바로 CEO다.

나 역시 GE의 CEO로 재직할 때 그랬다"고 회고했다.

과도한 자신감에 빠진 리더는 사회적으로도 큰 해악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니엘 카네만(Daniel Kahneman) 박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투자자들과 경영진의 과도한 자신감을 꼽는다.

알지도 못하면서 안다고 착각한 채 위험한 투자를 단행했기 때문에 거품을 키웠고, 결국 금융위기가 왔다는 것이다.

래플리가 밝힌 `소박한 자신감`은 모든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공자가 2500여 년 전에 `不知爲不知`를 군자의 덕목으로 꼽은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가장 평범한 제품에도 흥미로운 스토리 입힐 수 있다

 

박서원 빅앤트 인터내셔널 대표(CEO)와 화장실 휴지. 전혀 관련이 없는 조합이다.

 그런데도 최근 박 대표의 강연을 듣는 자리에서 필자의 머리 속에 갑자기 `화장실 휴지`가 떠올랐다.

그것도 흰색 휴지가 아닌 검정색 휴지였다.

실제로는 박 대표와 전혀 관련이 없는 휴지를 떠올린 필자의 머리가 이상한 것일까.

최근 몇 년 새 세계 유수 광고제에서 잇따라 수상한 박 대표는 박용만 두산 그룹 회장의 아들로도 유명하다.

 재벌가의 아들이 자신의 힘으로 아이디어의 세계에 뛰어난 성과를 올리는 게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그래서 최근 필자가 관여해 매달 열고 있는 한 강연회에 그를 초청했다.

이런 그의 강연에서 필자는 왜 엉뚱하게도 휴지를 떠올렸을까? 설명하면 이렇다.

 이날 박 대표의 강연은 명함과 스카치 테이프 얘기로 시작했다.

이들 2가지 제품은 화장실 휴지와 두 가지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제품이라는 것, 둘

째는 이렇게 평범한 제품에도 흥미로운 스토리를 담아냈다는 점이다.

박 대표가 소개한 빅앤트의 명함 뒷면에는 개미가 그려져 있다.

 큰 개미를 뜻하는 회사 이름 `빅앤트’를 연상케 한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직원마다 개미 크기가 다르다는 점. 직급이 올라갈수록 개미 크기가 커진다.

 인턴은 아예 `알`이다. 정식 직원이 아니니까, 아직 진짜 개미가 되기 전이라는 뜻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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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원 빅앤트 대표의 명함 뒷면

박 대표는 명함을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그는 "스토리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명함을 주고 받습니다. 부지런한 사람은 명함을 케이스에 넣기도 합니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버려지는 명함도 있죠.

저희의 명함을 주고 받을 때 사람들이 (저희 회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거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 박 대표의 의중은 적어도 필자에게만큼은 적중했다.

지금 이 순간 빅앤트의 명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빅앤트의 명함은 평범한 제품에도 흥미로운 스토리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제품인 명함에도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다른 제품에도 당연히 가능할 것이다.

 물론 고민의 시간은 당연히 필요하다.

박 대표는 개미 명함 아이디어를 내기까지는 약 두어 달이 걸렸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역시 평범한 제품인 스카치 테이프에도 스토리를 담아냈다.

빅앤트가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 주었던 스카치 테이프에도 커다란 개미 그림이 붙어 있다.

 "공항에서 가방을 찾으려면 때때로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러나 개미 스카치 테이프를 3장 정도만 붙여 놓으면 금방 찾을 수 있어요."

박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실제로 지인들로부터 가방을 금새 찾았다는 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고 전했다.

빅앤트는 공항에서의 경험담을 스카치 테이프에 스토리로 담는데 성공한 것이다.

필자가 박 대표의 얘기를 듣고 떠올린 화장실 휴지도 마찬가지다.

 조나 버거(Jonah Berger) 미국 와튼 경영대학원 교수는 화장실 휴지에 스토리를 불어넣었다.

그는 한 파티장의 화장실에 검정색 두루마기 휴지를 걸어놓았다.

그랬더니, 휴지가 파티장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됐다고 한다.

버거 교수는 "아무리 평범하고 지루해 보이는 제품도 그 안에는 주목할 만한 점, 특별한 점이 있기 마련"이라며 "

그 점을 찾아내기만 하면 얼마든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싶은 거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수 많은 기업들은 자신의 제품, 서비스가 입 소문을 타지 못한다고 고민이다.

 하지만, 버거 교수가 지적했듯이 어떤 제품이든 특별한 점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찾아내 스토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의 책임이다.

아르바이트 직원들을 고용해 댓글을 다는 등의 헛수고를 할 필요가 전혀 없다.

 당신 제품에서 특별한 점을 찾아내라.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에 있을까, 아직 내속에 있을까

 

이달 초였다.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회사 행사를 끝내고, 밤 9시께 터벅터벅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갑자기 교보문고 강남점에 걸린 대형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아! 필자의 마음 속에는 갑자기 `회한`이라고 해야 할까,

서글픈 감정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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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타서 의자에 몸을 맡겼다.

 그러자 저절로 눈이 감겨졌다.

그리고는 `왜 서글픈 감정이 느껴졌을까`하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아마도 `나였던 그 아이`가 이미 나를 떠났다는 울림이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퍼져 나왔기 때문이리라.

16년 전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나`와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세상이 변하면 `나` 역시 변해야 할 터. 만약 그렇지 못하면 생존이 어려워진다.

날마다 직장이라는 싸움터에서 외로운 전쟁을 벌이는 우리네 삶에서 `나였던 그 아이`가 아직도 내 속에 남아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다.

지난 5월에 만났던 한 금융회사 임원 A 씨의 얘기가 떠올랐다.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닌 것 같아요. 최고경영자(CEO) 근처에서 일할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내가 느끼는 바와 달리 느끼는 것처럼 행동해야 하고, 내가 말하고 싶은 바와 달리 말해야 하며, 내가 행동하고 싶은 바와 달리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는 "나의 진짜 모습을 잃어가는 게 높아진 연봉의 대가가 아닐까 한다"고 씁쓸히 웃었다.

영업통으로 대단한 실적을 올려 언론에서도 몇 차례 인터뷰가 실렸던 한 대기업 임원 B 씨의 말도 떠올랐다.

 "저는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간과 쓸개는 빼서 집에 두고 나옵니다."

대체로 영업사원은 을(乙)의 입장에 서기 마련이고 자존심을 잃을 수 있는 상황도 많다.

 따라서 자존심을 상징하는 간과 쓸개는 아예 빼놓고 일한다는 뜻이다.

B 씨의 말은 영업사원의 철칙이라는 경구를 떠올리게 했다.

`직장에서의 나와 집에서의 나는 같지 않다`는 경구다. 물건을 파느라 때때로 고개를 숙이고 비굴한 모습을 보일지언정 그게 진짜 `나`는 아니라는 얘기다.

퇴근 후 집에서 샤워를 하면서 진짜 소중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상당수 직장인들은, 비록 영업사원은 아닐지라도 `영업사원의 철칙`을 마음 속에 새기고 일하는 것 같다.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높은 자리와 고액 연봉을 차지하기 위해,

자신의 진짜 자아는 집에 남겨두고 출근한다.

 회사에 들어서는 순간 `회사형 자아`로 변신한다. 그리고는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때때로 우리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회한`과 비슷한 서글픈 감정이 솟구친다.

교보문고에 걸려있는 대형 글귀 같은 것을 볼 때가 그렇다.

`나였던 그 아이는 이렇게 잔머리를 굴리지 않았는데…,

 나 였던 그 아이는 부하 직원들을 도우려고 했지,

 이용하려고 하지 않았는데…,

 나였던 그 아이는 의미 있는 일을 하려고 했지,

 상사에게 아부하는 아이가 아니었는데….`

어느덧 한 시간 가까이를 달려 집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고 난 뒤에 필자는 피씩 웃음이 나왔다.

 `쓸 데 없는 생각을 했어. 진짜 자아를 지키면서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기나 할까.

구성원 다수가 집에서의 나와 회사에서의 나가 같다고 생각하는 직장은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야`라는 생각이 떠올라서였다.

하지만 이튿날 아침, 출근해 `혹시 그런 이상적인 직장이 외국에는 있지 않을까`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여러 자료를 뒤진 끝에 롭 고피(Rob Goffee) 영국 런던 비즈니스 스쿨 교수가 이상적인 직장의 조건을 찾아 3년을 연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역시 이상적인 직장의 조건으로 `직장에서의 나=회사에서의 나`를 꼽았다.

고피 교수는 이런 직장의 예로 세계적인 설계, 디자인 기업인 애럽(Arup), 식품 소매기업인 웨이트로스(Waitrose) 등을 꼽았다.

그렇다면 희망을 버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외국에서 사례를 찾을 수 있는 직장이라면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리라.

참고로 IT기업인 제니퍼소프트 이원영 대표가 트위터에 남긴 글을 옮기면서 이 글을 끝맺고자 한다.

 "논다는 것은 잊혀진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해요.

 놀아요. 상상과 의식이 자유로울 때까지."

 이 대표는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 나와 "회사 나와서 좀 놀면 안되나요`라는 말로 엄청난 유명세를 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