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편견을 없애자
*.정신과상담 한번에 평생 낙인…직장서 해고 당하기도
국민 10명중 3명꼴로 평생 1번은 정신질환
환자로 진단 받으면 120가지 법률로 차별…자격증·취업길 막혀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 때문에 혼자 끙끙 앓다가 병을 키우는 일이 많다. <매경DB>
2년차 직장인 김동훈 씨(가명ㆍ30)는 얼마 전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당혹스럽기만 하다.
김씨는 직장에 다니면서 잔병치레가 많아 의료실비보험에 들기로 했다.
그는 보험료가 싸다는 한 보험가격 비교 사이트에 연락해 상담사에게서 견적서를 받아봤다.
가입 의사를 비치자 일사천리로 가입 절차가 진행됐지만 김씨의 한마디로 멈춰섰다.
무심결에 대학교 4학년 때인 2011년 신경정신과에서 한 차례 상담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꺼냈던 것.
그러자 친절하게 응대하던 상담사 태도가 돌변했다.
상담사는 "최근 5년 안에 정신과에서 진료한 기록이 있으면 보험사에서 받아주지 않는다. 이미 저에게 말씀하셨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매몰차게 말했다.
김씨가 "우울증 약을 먹은 것도 아닌데 안 될 이유가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지만 상담사는 "어쨌든 안 된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김씨는 황당하다 못해 화가 치밀었다.
그는 "우울증 판정을 받은 것도 아닌데 상담 한 차례로 자격 미달이라니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가벼운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보험 가입을 거절당하거나 회사에서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등 사회활동에 제약을 받는 일이 늘고 있다.
정신질환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여전한 데다가 정신질환자를 차별하는 법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의료법, 영유아보호법 등 120개 법이 정신질환자의 취업, 자격취득 등에서 차별을 두고 있다.
이를테면 정신질환자가 어린이집에서 일하고 싶어도 결격 사유로 작용해 일할 수 없다.
영유아보호법 제20조에서 `정신질환자는 보육교사로 근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의사, 간호사, 장례지도사 등 많은 직업에서 고용 차별을 두고 있고 운전면허 등 자격 취득에서도 일정 부분 차별을 하고 있다.
민간 보험사에서 정신병력을 보험 가입 결격 사유로 들고 있기도 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일상 전반에서 찾아온다.
자신의 병이 주위에 알려지면 보호받기는커녕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다.

사장이 직접 최씨를 부르더니 "우리와 잘 안 맞는 것 같다. 새로 한 명 뽑을 계획인데 자리를 비켜줘야겠다"며
그만둘 것을 종용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증세를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지만 몇 차례 병가를 내면서 이유를 팀장에게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최씨는 "몸이 아픈 것도 서러운데 팀원들이 점점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것이 참 힘들었다"며 "우울증을 앓는다는 이유로 권고사직을 당한 것이라 자괴감도 들어 할 말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렇게 정신질환자들의 고충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환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2011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1년 중 한 번이라도 우울증, 불안, 정신병적 장애 등 정신질환에 걸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368만여 명에 달한다.
부산광역시의 인구(2012년 기준 353만명)보다 더 많은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300만명은 일상생활을 하다가 가벼운 질환에 걸리는 경우로 추정된다.
김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연구소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최근 늘어난 정신질환자 가운데 중증 정신질환보다는 경미한 환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대부분 치료만 받으면 정상적인 생활이 얼마든지 가능한 경우다.
하지만 현행법상으로는 단 한 번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면 각종 차별에 노출되고 있다.
다행히 정부는 지난 5월 법적 정신질환자 범주를 `사고장애, 기분장애, 망상, 환각 등 정신질환으로 인해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으로 축소하는 정신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지금은 `정신병, 인격장애, 알코올 및 약물중독, 기타 비정신병적 정신장애를 가진 자`로 폭넓게 정의하고 있다.
내년 새 제도가 시행되면 법으로 규정하는 각종 자격취득, 고용 등 차별이 줄어들게 되고 민간 보험사가 정신질환자의 보험 가입을 막지 못하게 된다.
다만 보험사가 해당 규정 위반 시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 "남의 시선이 두려워…" 정신질환 치료기회 놓친다

지난달에는 거제시에서 한 신경정신과 의사가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살을 시도했다가 다행히 목숨을 건진 일이 있었다.
잊을 만하면 우리 주변에서 자살 사건이 발생하곤 한다.
이런 일은 평소 다른 사람들과 별반 차이가 없지만 심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을 앓던 사람들이 저지르곤 한다.
산후우울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30대 김별아 씨는 "파주에서 두 아들을 살해한 사건을 들으니 안타까웠다"며 "나도 둘째를 낳고 우울증이 있었는데 남편이 `아이는 자기가 키울 테니 정신병원이나 가서 몇 년 있다가 오라`며 짜증을 냈을 땐 순간적으로 아이들과 함께 죽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정명훈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한 감정이 모두 우울증은 아니지만
우울한 기분이 계속되면 심리 상태에 따라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기 쉽다"며 "우울증은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신질환도 암이나 다른 중증질환과 마찬가지로 조기 발견과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 하지만 정신질환은 질병이 아닌 스스로의 정신력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라는 사회 분위기 탓에 병을 키우는 사례가 많다.
우울증은 여성 5명 중 1명, 남성은 10명 중 1명꼴로 평생에 한번 이상 앓는 질환이다.
우울증은 빨리 치료하면 70~80%가 완치되며 여러 방법을 동원하면 완치율이 90%에 달한다.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극단적인 자살로 이어지거나 노인들은 치매로 악화될 수 있다.
자살한 사람 10명 중 7명은 그 근저에 우울증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은 전체 인구의 27.6%가 평생 살면서 한 가지 이상의 정신질환을 경험한다.
10명 중 3명꼴로 우울증, 조울증, 정신분열증(조현병), 공황장애, 불안장애 등과 같은 정신질환을 한 번 이상 앓게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신과적 치료 및 상담을 받은 사람은 정신질환자 중 단지 11.4%뿐이다.
88.6%의 환자가 아무런 치료도 받지 않고 방치되는 것이다.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정신질환 진료를 받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크다"며 "정신질환자라는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환자나 보호자 모두 질환을 숨기기에 급급하고 치료는 뒷전인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최근 20년간 정신과의 항우울증제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부작용이 없고 약물만으로 70~80%의 완치율을 기대할 수 있다.
*.몰라서 편견 생기는 것…나와 같은 환우 도와요
"친구를 집에 데리고 온 아들이 나를 보더니 친구 소개를 안해주고 머뭇거리더라고요.
이때부터 마음을 다잡고 일어서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정신분열증을 의미하는 `조현병` 환자인 김원효 씨(47)는 2003년 중학생이던 아들이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이후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나선 김씨는 평소 취미로 삼았던 글쓰기 실력을 활용해 2006년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차츰 경제적 여건도 나아졌고 무엇보다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된 아들을 보면 마음이 뿌듯하다.
김씨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후 사회복지 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아들이 이제는 친구들에게 `우리 아버지는 작가`라고 자랑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조현병에 대한 편견에 대해 누구보다 실감한 김씨는 `편견은 무지에서 비롯된다`며 자신과 같은 질환이 있는 환우들을 돕기 위해 나섰다.
2년 전 `파란마음 하얀마음`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조현병 환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들을 공유하면서 상담도 해주기 시작한 것.
최근에는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정신과 전문의를 카페로 초청해 회원들이 수시로 각종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제 김씨가 운영하는 카페는 회원이 6300여 명에 달한다.
그중 4000여 명은 조현병 환자이고 나머지는 환자 가족이라고 그는 전했다.
그는 정신장애 3급으로 등록되어 있지만 태어났을 때부터 조현병 증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서울의 한 명문대 철학과에 다니던 그가 2학년 때 학생 시위를 하다가 경찰에 붙잡혀 고문을 당한 것이 화근이었다.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김씨는 앞으로도 평생 조현병 약을 먹어야 한다.
하지만 김씨의 목소리는 밝았다. "예전에 비하면 정말 몸이 좋아졌어요. 예순이 넘어서도 열심히 글도 쓰고 우리 환우분들도 도우면서 지내고 싶어요."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사는 주부 오아름 씨(가명ㆍ34). 2010년 한 해 동안 공황장애를 겪었지만 신경정신과에는 가본 일이 없다.
"애 엄마가 정신과에 다닌다고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 소문이라도 났다면 큰일 났을 거예요."
사회가 불안하고 사는 게 각박해지면서 스트레스가 많아지고 이 과정에서 정도가 심한 경우 정신질환에 걸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정신질환은 신체질환처럼 누구나 걸릴 수 있는 흔한 병이다.
하지만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정신질환자들을 방치하거나 양산하고 있다.
가벼운 정신질환자마저 이른바 `정신병 환자`로 낙인찍는 풍조 때문에 병원에 가는 대신 혼자 끙끙 앓는다.
이렇게 치료를 꺼리거나 조기 치료를 놓쳐 병을 키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2011년 한 해 동안 정신질환을 경험한 사람(18세 이상)은 519만명으로 전체 성인의 14.4%에 달한다.
2006년보다 128만명 늘었다.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앓은 적이 있는 사람은 인구의 27.6%로 성인 10명 중 3명꼴로 정신장애를 경험했다.
국내 정신과 병상은 2003년 6만6468개에서 2010년 8만9559개로 급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정신과 병상이 늘어난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정신질환자 양산하는 `사회 편견`
쉬쉬하다 병만 더 키워…성인 30%가 정신장애 경험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사는 주부 오아름 씨(가명ㆍ34). 2010년 한 해 동안 공황장애를 겪었지만 신경정신과에는 가본 일이 없다.
"애 엄마가 정신과에 다닌다고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 소문이라도 났다면 큰일 났을 거예요."
사회가 불안하고 사는 게 각박해지면서 스트레스가 많아지고 이 과정에서 정도가 심한 경우 정신질환에 걸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정신질환은 신체질환처럼 누구나 걸릴 수 있는 흔한 병이다.
하지만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정신질환자들을 방치하거나 양산하고 있다.
가벼운 정신질환자마저 이른바 `정신병 환자`로 낙인찍는 풍조 때문에 병원에 가는 대신 혼자 끙끙 앓는다.
이렇게 치료를 꺼리거나 조기 치료를 놓쳐 병을 키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2011년 한 해 동안 정신질환을 경험한 사람(18세 이상)은 519만명으로 전체 성인의 14.4%에 달한다.
2006년보다 128만명 늘었다.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앓은 적이 있는 사람은 인구의 27.6%로 성인 10명 중 3명꼴로 정신장애를 경험했다.
국내 정신과 병상은 2003년 6만6468개에서 2010년 8만9559개로 급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정신과 병상이 늘어난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정신건강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만큼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교수는 "불안 우울 불면 중독 자살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며 "사회불안과 함께 기업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국가경쟁력 하락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직속으로 `국민마음건강위원회`를 만들어 국가 차원에서 정신건강을 다뤄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정신건강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만큼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교수는 "불안 우울 불면 중독 자살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며 "사회불안과 함께 기업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국가경쟁력 하락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직속으로 `국민마음건강위원회`를 만들어 국가 차원에서 정신건강을 다뤄야 한다"고 제안했다.
감정노동자도 CEO도 정적인 운동·휴식 필요
우종민 교수, 스트레스 관리 조언
한국인은 스트레스가 많을 수밖에 없다.
변화의 속도가 워낙 빠르고 민족성도 스피드에 익숙하다.
좁은 곳에 많은 사람이 밀집해 있다보니 부정적인 감정이 빨리 전파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욱하는 사람, 속에 울분이 쌓인 사람이 많다.
정신과 전문의 우종민 서울백병원 교수에게서 해결책을 들어봤다.
-스트레스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데 정신 치료만으로 해결되나.
▶구조적이고 정서적인 문제를 모두 같이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갑을관계에서 감정노동자들이 고통받는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마땅한 치유책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콜센터 같은 대민업무를 하는 곳은 직원들의 힐링이 필요하다.
지금 서울시 다산콜센터에선 시민이 고객이라며 계속 친절한 응대를 강조한다.
이젠 고객 중심에서 직원 중심으로 사고를 바꿀 필요가 있다.
무례한 상담, 성희롱 여지가 있는 상담에는 통화를 차단하고 향후 법적인 책임에 대해 고지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
CEO의 사고 전환도 필요하다.
최근 조직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클리닉을 제공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지만 CEO들은 자신의 정신건강을 챙기는 경우는 드물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성격마다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방식은 다를 수 있다.
감정노동자들은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 자체가 노동이니 혼자만의 공간에 머물면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보통 사람들도 스트레스가 쌓이면 화병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으니 다양한 야외환경이나 요가 같은 정적인 운동을 하면서 해소하는 것이 좋다.
-기업들의 스트레스 관리 수준은.
▶대기업은 회사의 필요성이나 노조의 압박 때문에 어느 정도 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이나 영세사업장은 인식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런 곳들이 오히려 더 필요하지만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우울증 한국` 年23조 손실…"나를 돌보는 시간 가져라"
생산성 감소·자살 등으로 GDP 2% 갉아먹어
우울증 테스트 15점 넘으면 의사와 상담해야
美기업은 80%가 직원 스트레스 적극적 관리

출근하면 이유 없이 무기력하고 피곤해 의욕이 나지 않았다.
속이 답답하고 자신의 심장 소리가 크게 느껴져 인근 내과의원에서 검사를 받아봤지만 만성위염 외에 특별한 병은 없었다.
급기야 밤에 잠을 청하기 위해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것이 일과처럼 돼버렸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 부장은 중년에 발생하는 대표적 정신질환인 우울증세를 보이고 있다"며 "외국에서는 정신질환이 있다고 스스로 판단하면 정신과를 편하게 찾아가 상담과 치료를 받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정신과 상담이 여의치 못한 게 엄연한 현실"이라고 했다.
직장인들의 정신건강이 악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근무시간은 연간 219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750시간을 크게 웃돌고 있다.
여기에 실적이나 승진에 대한 부담, 미래에 대한 불안, 대인 관계에서 오는 과도한 스트레스가 정신건강을 해치고 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75%가 출근만 하면 무기력해지고 우울증에 시달린다고 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정신질환에 의한 사회ㆍ경제적 비용이 2010년 한 해 동안 23조5298억원, 국내총생산(GDP)의 2.01%로 추정된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이는 정신질환 치료에 소요된 직접비용 1조1356억원과 정신질환으로 인한 결근, 일의 효율성 감소, 직무 수행의 어려움 등과 같은 사회ㆍ경제적 간접비용 22조3942억원을 합친 금액이다.
우리나라는 `낙인 효과`로 인해 드러나지 않는 잠재적 정신질환자들이 많지만 정부와 기업은 여전히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신질환 진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정보 부족,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오해가 많아 병을 더욱 키우고 있다.
반면 근로자의 정신건강이 생산성과 직결된다고 판단한 다국적기업들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근로자 정신건강 및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ㆍ근로자 지원 프로그램)`를 도입했다.
EAP는 현재 100인 이상 기업 80%가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에서는 정신과전문의 외에 직업치료사, 행동분석가, 예술치료사, 결혼 및 가족치료사 등과 같이 정신건강 전문가를 세분화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은 2008년 8월 기업의 정신건강 강화 지침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선진국 기업들은 예방 관리→초기 대응→본격 치료→사후 관리로 구성된 4단계 시스템을 통해 단계별 징후와 상황에 따라 근로자의 정신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 가정 내 부부 관계, 자녀 양육과 교육, 노부모 부양, 이성관계, 결혼 문제와 같은 사적인 영역까지 포함한다.
존스앤드존슨은 건강 증진(Health Wellness)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정신질환 상담 서비스 이용 및 치료 이력으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직원에게 상담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또 사내 게시판에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과 예방을 환기시켜주는 내용을 붙여 놓거나 사보에 우울증 극복 성공 사례를 싣기도 한다.
구글은 업무스트레스 전문가를 사업장에 배치하고 휴식을 위한 시설과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IBM재팬과 도시바는 시간 외 근로가 월 80시간을 넘으면 정신건강전문의와의 면담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 해외 출장이 잦고 해외 파견 근무가 많은 직원은 문화 충격과 가족과의 이별에 따른 정신적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특별히 관리하고 있다.
미국 인쇄업체 쿼드그래픽스는 중간관리자의 경우 정신질환 징후가 발견되면 전문가에게 신속하게 연결해줘 초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SAS는 헬스케어센터에 혈압, 혈당, 혈관 노화 등을 측정할 수 있는 기기와 함께 스트레스 및 우울증을 체크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해 놨다.
젖힘형 안락의자(리클라이너)를 생산하는 노르웨이 에코르네스는 U헬스(Ubiquitous Healthcare)를 이용해 직원이 일상생활 속에서 스트레스를 자연스럽게 측정하고 전문의료진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