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적정기술, 첨단, 그리고 경쟁

길벗 道伴 2013. 8. 17. 21:36

적정기술, 첨단, 그리고 경쟁

실패한 접착제 이용, 포스트잇 만든 3M처럼
첨단·경쟁 집착 버리면 기존 기술로도 혁신 가능

 

현대를 살아가고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우리들은 늘 첨단과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추구한다.

 그런데 여기에도 주의해야 할 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첨단이 곧 혁신이라는 생각이다.

이건 틀린 말이다.

게다가 첨단이 곧 최선이란 생각은 더더욱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혁신과 최선이 첨단기술과는 거리가 먼 기존의 기술들에 대한 생각의 전환과 조합으로부터 얼마든지

이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적정기술이라는 말과 그 적정기술을 바라보는 우리의 심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ㆍ AT)이란 말은 한 공동체의 문화, 정치, 그리고 환경적인 면들을 고려해 만들어진 기술을 말한다.

 1960년대 독일의 경제학자 에른스트 슈마허가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아는 마음과 민중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적정기술을 통해 첨단기술

없이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주장한 데서 유래한다.

초기에는 개발도상국에 적합한 소규모 기술 개발을 위한 중간기술개발그룹이 주축을 이루었지만 최근에 와서는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는

기존 기술과 장치들을 저렴하고 새롭게 조합해 대중과 소비자들을 크게 만족시킬 수 있는 과정들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기존 기술을 재사용하다 보니 비용의 획기적인 절감은 당연히 따라오는 덤이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실제로 자사(自社)의 실패한 접착제 기술을 재사용하여 떼었다 붙였다를 반복할 수 있는 메모지인 3M의 포스트잇은 그 대표적인 예다.

 이를 발판으로 3M이 글로벌 기업으로 약진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너무나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기존 기술을 다시 바라보는 눈을 지니지 못해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간 회사들도 얼마든지 있다.

카메라 렌즈에 필름이 아닌 카세트테이프라는 전혀 다른 저장매체를 결합시켜 세계 최초(항상 최초가 누구냐에 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의 디지털 카메라를 만들었다는 평을 듣는 스티브 사손은 `코닥`이라는 회사의 소속이었다.

그리고 몇 해 전에 파산한 이 코닥은 미래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서 망한 기업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코닥이 만약 사손이 개발한 장치를 제대로 되돌아볼 시간을 가졌다면?

미래에 대한 예측은 훨씬 더 쉬워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모든 기업이나 조직이 첨단의 연구시설이나 개발자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인 제약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곰곰이 되살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경쟁에 필요 이상으로 집중하지 말아야 한다.

지나친 경쟁의식은 필연적으로 상대비교에만 집중하게 한다.

 

경쟁사나 타조직이 지니고 있는 기술이나 제품보다 `조금 더 우수한` 측면들에 정신을 쏟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조금 더 우수함이 성취되면 다시금 또 다른 상대 비교에 탐닉하게 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기존 기술의 조합으로 만들어내는 신선한 충격, 즉 적정기술의 활용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만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