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 유필하와 함께하는 히든챔피언 이야기

길벗 道伴 2013. 8. 17. 21:46

 

①시장지배력 막강한 獨트룸프

 

결정적 혁신은 `사람`

대체불가능한 정예인력 확보
불황에도 감원 안해…이직률 1.7%
직원 출신 최고경영진 가족기업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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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설립돼 약 1만명이 근무하는 트룸프(Trumpf)는 공작기계, 산업용 레이저 가공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회사다.

 011~2012회계연도 기준 약 23억3000만유로(약 3조46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트룸프의 포부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모든 영역에서, 기술 그리고 조직면에서 업계를 선도`한다는 것이다.

트룸프 최고 경영진과 어느 컨설턴트와의 식사 자리에서였다.

한 참석자는 일본의 대표 회사로 도요타(Toyota), 독일을 대표하는 회사로 트룸프를 들었다.

다음 질문이 나왔다.

"어느 날 갑자기 이 회사들의 제품이 시장에서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도요타의 고객들은 다른 자동차를 살 것`이란 대답이 나왔다.

그러나 트룸프가 자취를 감추면 전 세계 금속가공 공장 대다수가 멈춰 설 것이다.

이처럼 트룸프 제품은 고객들에게 필수불가결하며 고객들은 트룸프에 종속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얼핏 보면 트룸프가 `을`이지만 실질적으론 `갑`의 위치에 서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트룸프는 어떻게 이런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갖게 됐을까.

베르톨트 라이빙어(Berthold Leibinger) 전 트룸프 회장은 자사의 성공요인으로 혁신과 세계화, 연속성을 꼽는다.

`혁신` 하면 흔히 극단적으로 새로운 제품이나 방식을 머리에 떠올린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제품은 무척 드물다.

 라이빙어 전 회장은 자신의 업계에선 대략 15년에 1개꼴로 그런 제품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전형적인 혁신 과정은 사소한 개선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트룸프는 혁신의 관건은 예산이 아닌 연구ㆍ개발(R&D) 인력의 수준이라 믿는다.

트룸프는 대기업 평균을 웃도는 매출액의 약 7%를 R&D에 투입하고 있다.

트룸프가 대기업보다 훨씬 적은 예산과 인원으로 기술선도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까닭이 바로 집중과 깊이, 연속성이다.

그들의 혁신 비밀은 평생을 제품 향상에 매진하는 소수 정예 인력들인 것이다.

이러한 대가들을 육성하는 데 엄청난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대체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인재 확보야말로 트룸프의 경쟁력이다.

트룸프의 혁신이 결정적인 힘을 발휘한 건 1980년대 초반부터다.

 트룸프는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함석판과 금속을 절단하는 기계 생산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 초 레이저 기술이 밀려들어 왔다.

 이는 트룸프에 매우 심각한 도전이자 위협이었다.

트룸프는 핵심역량을 유지하면서 자체 레이저를 개발하는 전략을 취했다.

그 결과 트룸프는 절단기 시장에서 지위를 유지함과 동시에 산업용 레이저 업계 최고가 됐다.

트룸프의 또 다른 놀라운 점은 이직률이 1.7%에 불과하다는 거다.

자진해서 회사를 떠나는 사람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불황에도 직원을 내보내지 않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 트룸프 매출액은 21억유로에서 13억유로로 38%나 줄었다.

그럼에도 트룸프는 감원 대신 직원 스스로 근무시간을 정하는 유연근무제를 택했다.

유연근무제와 동시에 사람을 중시 여기는 기업문화는 직원들의 높은 충성심과 장기근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트룸프는 2005년부터 어문학 박사인 니콜라 라이빙어-캄뮐러 회장이 경영하고 있다.

그는 오랜 기간 트룸프 회장직을 맡아온 베르톨트 라이빙어 전 회장의 딸이다.

라이빙어 전 회장은 트룸프의 직원으로 시작해 차츰 경영권을 인수했고 결국 그의 집안이 트룸프를 경영하고 있다.

최고경영진의 재임 기간이 긴 가족기업인 만큼 회사 경영진의 불연속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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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룸프는 기존 사업과 거리가 먼 레이저 기술 분야에 도전해 의료기술 분야에도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사진은 수술용 무영등.

 

트룸프는 집중전략과 함께 다각화전략도 구사했다.

 레이저 금속 절단 기계로 세계 시장을 제패했던 이 회사는 레이저 기술을 자사 기계 제작에만 쓰지 않고 신규 사업 분야에 도전했다.

현재 신규 분야의 매출 기여도는 약 26%에 달한다.

 병원 수술대를 만들고, 수술실의 조명시설을 제작하는 등 의료기술 분야에도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기존 사업과 거리가 먼 제품으로 새로운 고객을 창출한 것이다.

트룸프는 여타 히든챔피언들과 다른 면도 보인다.

 대다수의 히든챔피언들은 철저한 집중전략을 고수한다.

그러나 트룸프는 사업 다각화도 진행하고 있다.

 풍력터빈 제작회사 에네르콘(Enercon) 등 일부 히든챔피언 기업들은 설비 제작 못지않게 서비스에도 힘을 기울이는 반면 트룸프는 하드웨어 생산과 판매에만 집중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트룸프는 직원 출신의 경영자가 소유권을 인수해 창립자가 아닌 다른 가문이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는 점도 독특하다.

 

  ② 중국기업의 히든챔피언 인수 전략

중국은 `세계적 브랜드+기술력` 을 사냥한다

`저가전략 한계` 극복위해 독일 일류회사 줄줄이 인수
단숨에 일류기업으로 변신

 

 

지난해 1월 30일 중국 후난성 성도 창사(長沙)에 본사를 두고 있는 콘크리트 펌프 제조업체 `싼이(三一)`는 오랜 기간 세계 시장을 선도해온 독일 푸츠마이스터(Putzmeister)사를 5억2500만유로(약 77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푸츠마이스터는 독일이 자랑하는 전형적인 히든챔피언 중 하나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2009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약 56% 떨어진 바 있다.

같은 해 싼이의 콘크리트 펌프 매출액은 전년 대비 54% 증가했다.

2009년부터 싼이는 푸츠마이스터를 제치고 콘크리트 펌프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중국 업체가 독일 히든챔피언 기업을 앞선 데 이어 인수까지 마무리 지은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상황은 일찍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1990년대 후반 푸츠마이스터와 업계 2위 독일 슈빙(Schwing)사는 중국 콘크리트 펌프 시장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었다.

당시 중국은 세계 최대 콘크리트 시장이었다.

그러나 2004년 두 독일 회사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5% 이하로 떨어졌다.

중국이 세계 콘크리트 시장 중 무려 60%를 소비하는 세계 최대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시장 지위가 급속히 약화됐던 것이다.

 중국이란 가장 중요한 시장에서 밀리는 회사가 세계 시장을 계속 석권해 나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즉 어느 회사든 세계에서 가장 비중이 큰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면 언젠가 `세계 시장 선도 기업`이라는

지위를 잃고 마는 것이다.
싼이ㆍ푸츠마이스터 인수ㆍ합병 성사는 중국 레노보(Lenovo)가 IBM PC사업을 인수한 것보다 훨씬 더 의미심장하고 상징적인 사건이다.

PC사업은 IBM에 더 이상 핵심 사업이 아니었다.

그러나 푸츠마이스터는 콘크리트 펌프라는 한 제품에만 집중하는 전형적인 독일 히든챔피언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여전히 세계 최고 기술을 갖고 있다.

 즉 중국 일부 산업재 회사들은 그동안 중국 회사들이 갖고 있던 품질 이미지를 뛰어넘는 세계적인 회사가 되어가고 있다.

 바로 유럽 초일류회사,

특히 독일 회사들을 사들이면서 말이다.

이들이 노리는 것은 기술 노하우뿐 아니라 푸츠마이스터처럼 잘 알려진 브랜드 획득을 통한 기업 가치 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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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회사들의 이러한 인수ㆍ합병 전략은 이미 2000년대 초에 시작됐다.

독일 기계산업 분야 쉬스(Schiess), 발드리히 코부르크(Waldrich Coburg), 뒤르코프 아들러(Durk-opp Adler)는 2004~2005년 중국 기업에 인수됐다.

 2011년에도 중국 기업들은 메디온(Medion), KSM카스팅즈(Castings), 젤너(Sellner), 자르구미(Saargummi) 등 내로라하는 독일 회사들을 사들였다.

또한 싼이ㆍ푸츠마이스터 합병 소식 직후인 지난해 3월 중국 링윈은 150년 역사의 세계 최대 자동차 도어록 기업인 독일의 키케르트(Kiekert)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앞부분에 언급했던 콘크리트 펌프 제2 업체였던 슈빙마저도 작년 4월 중국 회사 소유가 됐다.

이처럼 중국 기업들의 독일 히든챔피언 사냥 배후에는 중국 정부가 있다.

중국 정부는 중국 회사들의 유럽 기업 인수ㆍ합병 전략을 적극 돕고 있다.

지난해 4월 원자바오 당시 중국 총리는 세계적인 산업기술박람회 `하노버 메세(Hannover Messe)`에 참석해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우리는 우리(중국) 기업들이 강한 브랜드와 유통망을 구축하려는 작업을 지원할 것입니다."

중국 기업들과 중국 정부 행보와 관련해 또 하나의 상징적인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중국 텔레커뮤니케이션 장비업체 화웨이(Huawei)는 2009년 이후 독일 지멘스(Siemens)를 제치고 세계에서 특허를 가장 많이 출원하는 회사가 됐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세계에서 특허를 가장 많이 출원하고 있는 나라다.

중국 회사들이 이처럼 선진국, 특히 독일 일류회사들을 인수하는 데 열중인 이유는 그들의 저임금ㆍ저가 전략이

이제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제 파업도 늘고 임금도 급상승하고 있다.

반면 아시아나 남미 등 다른 지역에는 중국인들보다 훨씬 더 저렴한 임금을 받고도 일하겠다는 사람들이 수십억 명에 달한다.

인도 1인당 국민소득은 중국 대비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방글라데시 평균 소득도 중국 6분의 1 수준이다.

이에 중국산 제품들 원가는 지속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국 회사들은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가 제품 포지셔닝은 궁극적으로 제품 품질이 더 좋아지고 더 혁신적이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이에 중국 회사들이 기술력과 상표 이미지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선진국, 특히 독일 일류회사들을 인수하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회사들은 어떤가. 이미 엄청난 소비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에서 시장 기반을 더 강화해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독일 기업 인수를 통해 `고가ㆍ고품질`로 중무장한 중국 경쟁사들과 맞서기 위해 더욱 창의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왜 독일에 히든챔피언들이 많은가

獨 `독특한 분권구조+국제화` 기업활동 밑거름으로
히든챔피언 절반이 독일에 탄탄한 제조업 수출 이끌고 직업훈련 시스템도 우수해
 
히든 챔피언(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분야별 세계 시장 점유율 1~3위를 차지하는 매출액 40억달러 이하 강소기업)에 대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왜 유독 독일에만 히든 챔피언이 많은가`와 `어떻게 하면 한국도 히든 챔피언을 많이 보유할 수 있나`다.

책 `히든 챔피언`의 저자인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Hermann Simon)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2734개 히든 챔피언 중 절반에 가까운 1307개가 독일에 있다.

 독일 인구 100만명당 히든 챔피언 수는 독일이 16개로 미국(1.2개) 일본(1.7개) 중국(0.1개) 한국(0.5개) 등을 압도한다.

독일에 히든 챔피언이 유독 많은 이유 중 하나는 근대 독일이 매우 늦게 통일됐다는 점이다.

`철혈재상` 비스마르크가 독일을 통일한 것은 1871년 1월이다.

 이전 독일은 여러 작은 나라들의 집합에 불과했다.

 통일 전 독일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제화가 필수였다.

 남부 바바리아 지역의 작은 회사가 북부 베를린이나 함부르크 고객들과 거래를 하는 식이었다.

독일 기업들은 일찍부터 국제화와 그 역량이 생겨났다.

둘째로 지역마다 축적된 전통적인 역량이 있었고 그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다는 점이다.

남서부 흑림(黑林) 지역은 수백 년 전부터 시계공업이 발달했다.

 이는 정밀기계공학 활성화로 이어졌다.

 현재는 정밀기계공학을 필요로 하는 의료기술 관련 업체 400여 곳이 이 지역 인근에 모여 있으며 상당수가 히든 챔피언이다.

북부 괴팅겐 지역에는 수십 개의 계측기 회사들이 있다.

 이는 오랫동안 세계 수학 분야를 선도해온 괴팅겐대학 수학과의 영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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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로 치열한 경쟁이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국내 경쟁이 치열할수록 해당 산업의 국제경쟁력이 올라간다고 주장했다.

독일은 많은 분야에서 국내 기업 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경쟁사들이 같은 지역에 집중된 일종의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한다.

상당수 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넷째로 지역 분산이다.

정치ㆍ경제ㆍ행정ㆍ문화가 한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나라가 많다.

우리나라도 서울이 거의 모든 분야의 중심지이며 일본은 도쿄, 영국은 런던, 프랑스는 파리가 그러하다.

반면 독일은 분권적인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인재와 기업, 문화시설 등이 전국에 고루 분포되어 있고 히든 챔피언도 마찬가지다.

지방에서 인재를 채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고 큰 도시에 회사와 공장을 다 세울 필요가 없다.

다섯째로 독일이 탄탄한 제조업 기반 국가란 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독일은 국내외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독일은 국내총생산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선진국들보다 월등히 높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비판의 목소리가 줄어들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는 오히려 서비스업에 지나치게 기댄 것을 후회하고 있다.

독일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독일의 제조업 비중과 무역수지의 상관관계는 0.79로 튼튼한 제조업 기반이 수출경쟁력 확보의 중요한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섯째로 뛰어난 혁신 능력이다.

나라의 혁신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특허출원건수가 있다.

 2010년 유럽특허청이 발급한 특허건수를 살펴보면 독일은 1만2553건으로 2위인 프랑스(4536건)를 압도한다.

일곱째로 훌륭한 직업훈련 시스템을 들 수 있다.

 독일 기업들의 높은 생산성과 빼어난 제품 품질은 전문기술자들을 배출하는 독특한 직업훈련 시스템에 바탕을 두고 있다.

다른 나라들도 독일의 우수한 직업훈련 시스템을 배우고 싶어해 훈련 자체만으로도 독일의 매우 유망한 수출상품이 되고 있다.

이 밖에도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로 상징되는 `원산국 효과(country-of-origin effect)`와 안정된 노임을 꼽을 수 있다.

독일의 국가 이미지가 히든 챔피언들의 기업 활동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2002~2010년 유로화 지역의 노임이 평균 21.7%, 프랑스는 26% 상승한 데 비해 같은 기간 독일의 평균 노임은 6.3% 오르는 데 그쳤다.

독일의 히든 챔피언은 임금 면에서도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독일 국민의 `국제화 마인드`도 빼놓을 수 없다.

 독일인의 56%가 영어를 구사하며 독일은 세계에서 해외여행을 가장 많이 떠나는 국가 중 하나다.

독일 대학생의 6.2%가 해외 유학을 경험했으며 독일 대학생의 11.4%가 외국인이다.

 

 

 



이처럼 독일에 히든 챔피언이 많은 이유는 여러 역사ㆍ경제ㆍ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한국도 독일처럼 많은 히든 챔피언을 육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의 정치ㆍ행정ㆍ경제계 지도자들이 독일의 이런 다양한 요인을 깊게 이해해야 할 것이다.

 


 


④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 방안 ◆
强小기업 만드는 다섯가지
그저그런 회사를 깜짝놀랄 회사로
R&D 지원·기업가 정신 고취 산업클러스터·기술인력 교육
대기업을 더 만들순 없어도 `히든 챔피언` 키워낼순 있다

 

 

 

한국 사회는 경제를 이끌어온 대기업들의 공로를 인정하면서도 세계 수준의 `히든 챔피언(분야별 세계 시장 점유율 1~3위를 차지하는 매출액 40억달러 이하 강소기업)`들을 보유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에도 거의 도달한 듯하다.

  매우 바람직하고 현실적인 방향이다.

10년 내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이 나올 확률은 낮지만 히든 챔피언들은 얼마든지 더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히든 챔피언은 누구에게나 좋은 본보기이자 따라하기에도 적절한 모델이다.

그들은 평범한 회사였지만 목표에 맞는 전략을 개발해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가 더 많은 히든 챔피언들을 배출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잠재적 히든 챔피언들의 혁신 능력을 높여야 한다.

확실한 전문성 없이는 최고가 될 수 없고 전문성은 끊임없는 혁신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원하는 수준의 연구개발(R&D)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히든 챔피언`의 나라 독일은 프라운호퍼(Fraunhofer) 협회처럼 산업체가 주문하는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관이 따로 있다.

이 협회는 약 2만명의 연구원들이 응용과학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독일의 대기업ㆍ중소기업들과 협조함으로써

혁신성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전문가용 필름 카메라 분야 선도기업 ARRI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이때 MP3 시스템을 개발한 프라운호퍼 덕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우리의 히든 챔피언들의 R&D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한국형 프라운호퍼협회를 만드는 등의 정책적인 면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둘째로 훌륭한 중소기업을 창업하거나 이곳에서 경력을 키우는 것이 좋은 선택이란 사회적 관념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우수 중소기업과 청년실업가 사례를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히든 챔피언은 `기업가 정신`이란 토양에서만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소프트웨어업체 SAP는 IBM 독일 자회사에서 일하던 4명의 젊은이가 1972년 설립했다.

 설립자 하소 플라트너는 지멘스 면접 경험을 이렇게 말했다.

"면담을 하면서 지멘스에선 도저히 일할 수 없을 것이란 걸 직감했다.

그 회사는 마치 우체국 같았다."

스크린골프업계 1위 골프존을 설립한 김영찬 회장, 세계적인 건설관리(CM)업체 한미글로벌의 김종훈 회장 모두 삼성 출신이다.

 이들이 계속 삼성에 남아 있었다면 어땠을까.

대기업보다 성장하는 회사에서 더 좋은 경력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을 젊은 세대들이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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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기업도 히든 챔피언이 많을수록 자신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회사 보쉬(Bosch)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이유도 수많은 히든 챔피언들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곳은 애플ㆍ노키아에도 납품할 수 있어야 한다.

현대자동차의 협력사도 도요타ㆍ폭스바겐과 거래할 수 있어야 한다.

인재들이 몰려 있는 재벌그룹 내에도 잠재적인 히든 챔피언들이 무척 많다.

 이런 사업부를 분사시키면 더욱 크게 성장할 수 있다.

독일 제약회사 바이엘(Bayer)에는 치과용 제품을 생산하는 부서가 있었다.

연매출은 약 1억5000만유로(약 2200억원) 정도로 회사 내에서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 부서는 `헤라우스(Heraeus)`로 분사 후 눈부시게 발전했다.

국내 재벌 기업 속 잠재적 기업가들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관료화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기업가정신과 대기업의 자본력, 경영 노하우를 결합한 분사형 사업모델 또한 하나의 훌륭한 성장엔진이 될 수 있다.

또한 히든 챔피언이 나올 수 있는 산업 클러스터도 많아야 한다.

대전의 대덕연구단지가 좋은 예다.

이곳에는 카이스트 졸업생들이 주도하는 전문화된 기업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세계적인 업체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췄다.

 이처럼 포스텍과 포스코가 위치한 포항, 성균관대 캠퍼스와 삼성전자가 위치한 수원,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등이 히든 챔피언들의 메카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기업가정신을 가진 이들이 한데 모여 서로 경쟁하면서 정보와 아이디어, 자극을 주고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 같은 산업 클러스터가 히든 챔피언들을 배양하는 최상의 공동체다.

독일은 히든 챔피언과 우수 인재가 전국에 고루 퍼져 있다.

 우리는 수도권에 인재와 자본이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현상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중소기업들의 인재난도 히든 챔피언 양성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다.

 독일은 정부가 직업학교를 운영하고 민간기업들이 훈련을 맡는 기술인력 배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우리도 마이스터고 제도에 기업의 협조를 더욱 이끌어내 정부와 기업, 이론과 실무를 결합한 모델 방향으로 진화시켜 나가야 한다.

중소기업이 우수 대졸 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학생 인턴제도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

많은 대학생들이 중소기업에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직접 중소기업에서 일해볼 기회가 있다면 기존의 오해가 불식될 수 있다.

중소기업들이 회사가 위치한 지역의 대학생 또는 전문대생을 채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유필화 성균관대 SKK GSB 학장]

 

*.완벽한 리더는 없다 열정적인 리더만 있을뿐

경영삼매ㆍ완전몰입ㆍ무한열정… 강한 기업을 키우는건 결국 리더

◆ 히든챔피언 이야기 / ⑤ 리더의 조건 ◆

 

 

 

독일의 히든챔피언들은 시장점유율뿐 아니라 성장률과 수익률, 생존 능력과 기술력 등 여러 면에서 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들이 지속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이다. `기업가 기질과 리더십`은 다른 요소보다 기업 성패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히든챔피언 최고경영자의 성향은 다음과 같다.

◆ 첫째, 회사와 자신 간의 구분이 없다
뛰어난 예술가에게 생활과 작품 활동이 분리되지 않듯이 히든챔피언 지도자들은 회사 일에 몰두한다. 젤리곰 사탕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한 하리보(Haribo)의 한스 리겔 사장을 지켜본 사람들은 "그는 회사와 늘 하나였다"고 말한다. 하인츠-호르스트 다이히만(Heinz-Horst Deichmann)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구둣방을 동명의 유럽 최고 제화업체로 성장시킨다. 그는 "난 어머니의 젖을 빨면서도 가죽 냄새를 즐겼다"며 "나는 인간을 사랑하고 구두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나는 이런 경영스타일을 `삼매(三昧)경영`이라 한다. 책 읽기에 몰두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독서삼매(讀書三昧)에 빠졌다고 한다. 이는 사람과 책이 하나가 된 상태, 즉 주관과 객관의 구분이 없어진 경지를 말한다. 이런 경지 속에서 독서 효과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경영자도 철두철미하게 회사 일에 집중하면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고 다른 이보다 한 차원 높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통찰력과 지혜를 얻게 된다. 경영자의 이런 태도는 직원들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준다. 고객들에겐 존경심과 신뢰감을 불러일으킨다. 애사심이 큰 직원들과 회사에 호감을 갖는 고객들의 존재는 곧 회사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 둘째, 집중적으로 목표를 향해 매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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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고 저명한 2명의 학자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했다.

"그들은 한 가지 목표에만 전념하는 태도(single-mindedness)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본보기다. 이들을 편집광(monomaniac)이라고도 하지만 이들이야말로 무언가를 이뤄내는 유일한 사람들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더 재밌게 살겠지만 시간과 정력을 허비하는 경향이 있다. 무언가를 해내는 사람들은 사명의식을 가진 편집광들이다."

히든챔피언 지도자들에게도 딱 들어맞는 얘기다. 그들은 사명의식에 불타는 편집광들이다. 만약 그들을 새벽 2시에 깨워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물으면 "어떻게 하면 제품을 더 잘 만들어 효과적으로 시장에 내보낼 수 있을까"란 대답이 나올 것이다.

드러커는 위대한 성공에는 특별한 사명감을 품고 집중적으로 매진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이는 히든챔피언을 설립한 1세대 경영자들에게 적당한 말이다. 그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똑똑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명감에 불탄, 완전 몰입을 통한 그들의 경쟁력은 막강하다.


◆ 넷째, 활력과 끈기가 있다
히든챔피언 리더들의 지치지 않는 에너지와 활력의 원천은 앞서 언급한 목표와 자신 간의 일체감일 것이다. 한 경영자는 이렇게 말했다. "분명한 목표나 위대한 목적만큼 개인이나 회사에 에너지를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히든챔피언 리더들의 내면에는 정열의 불꽃이 활활 타고 있다. 이는 퇴임할 나이가 될 때까지, 아니 그 나이를 넘어서도 여전하다. 높은 목표를 갖고 부지런히 일하는 리더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열광시킨다. `고백록`으로 유명한 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 폰 히포(Augustinus von Hippo, 354~430년)`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내면에서 열정이 불타오르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리더의 넘치는 활력과 끈기가 직원들에게 강한 동기와 에너지를 분출시키는 것이다.



◆ 다섯째, 남에게 영감을 준다
예술가는 혼자서도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수 있다. 그러나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은 혼자서 만들어낼 수 없다. 경영자는 많은 사람들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경영자는 회사 내부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히든챔피언 지도자들의 결정적인 능력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사명에 열광케 하고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움직이는 힘이다.
 
이런 능력은 풍채나 말솜씨 등 외적인 것에서 나오지 않는다. 이들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남들보다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 단지 회사와 그들 간의 통합, 목표지향성, 넘치는 활력 등이 다른 사람들을 열광시키고 움직이는 결정적인 동력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