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진짜 혁신은 양자택일이 아니다

길벗 道伴 2013. 8. 31. 21:46
진짜 혁신은 양자택일이 아니다
R&D가 먼저냐 틈새공략이 먼저냐
기사입력 2013.08.30 14:03:14 | 최종수정 2013.08.30 14:11:26

◆ 유필화와 함께하는 히든챔피언 이야기 / ⑥ `혁신의 대가` 히든챔피언 ◆

 

독일 히든 챔피언들의 경영 전략은 크게 두 축으로 이뤄졌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하나는 전문화요, 또 하나는 세계화다.

 즉 고도로 전문화된 부가가치 높은 제품을 틈새시장에 파는 것이 그들의 기본 전략이다.
또한 제품의 핵심 부분을 거의 다 직접 만들기 때문에 `부가가치 자체 생산비율`이 매우 높다. 풍력에너지 설비회사 에네르콘(Enercon)은 `자체 생산비율`이 75%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높은 전문성과 자체 생산비율은 끊임없는 혁신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젠하이저(Sehnheiser)`는 고성능 마이크 시장에서 미국 경쟁사를 밀어내고 세계 제일의 위치를 차지했다.

칼 자이스 SMT(Carl Zeiss SMT)는 2006년부터 세계 석판시스템 분야에서 가장 현대적인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회사인 네덜란드 ASML의 기계에 칼 자이스 제품이 장착되는데 칼 자이스는 ASML과 최근 세계 시장 점유율 55%를 달성했다.

 1990년대 이 분야의 시장 선도 기업이던 일본 니콘(Nikon)의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은 15%에 지나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에네르콘은 전 세계 관련 특허 중 4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히든 챔피언들은 매출액의 평균 5.9%를 연구개발(R&D)에 쓴다.

이는 독일에서 혁신 기업으로 분류된 다른 기업들의 매출 대비 R&D 비율의 거의 갑절인 수치며 전 세계 R&D 투자율이 높은 회사 1000곳의 R&D 비율보다 50%가 더 높다.

 히든 챔피언들의 종업원 1000명당 특허 출원 건수는 30.6건이다.

일반 대기업은 5.8건에 그친다.

특허 출원을 위한 비용 지출도 효율적이다.

히든 챔피언이 특허 신청을 위해 지출한 R&D 비용은 건당 52만9000유로(약 7억9000만원) 수준이다.

 대기업은 건당 259만유로(약 38억6500만원)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히든 챔피언들이 이처럼 막강한 혁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히든 챔피언들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혁신의 원동력이 시장(외부) 또는 기술(내부)이 아니라 `시장 및 기술`이라는 것이다.

즉 그들은 시장과 기술을 똑같은 가치를 지닌 혁신의 원동력으로 보는 통합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쇼핑 카트의 세계적인 선도 업체 반즐(Wanzl)은 "팽창과 성장을 위해 우리는 미래에도 제품 지향과 고객 지향에 전념할 것입니다"라고 강조한다.

수성 페인트 업계의 선두주자 `알버딩크 볼리(Alberdingk Boley)`는 "시장과 기술을 통합함으로써 내부의 전문 지식과 외부의 시장 기회를 적절하게 균형을 맞추도록 했습니다"라고 외친다.

 

이러한 통합적인 시각이 시장이나 기술 어느 한쪽에만 치우치는 전략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또한 시장 지향성과 기술 지향성은 서로 대립하는 요소가 아니라 서로를 보완해주는 차원으로 해석하는 입장이다.

독일 히든 챔피언들이 혁신에 관해 우리에게 주는 첫 번째 교훈은 다음과 같다.

 "성공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항상 내부의 전문 지식과 외부의 시장 기회가 함께 만나야 한다."

히든 챔피언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은 훨씬 적극적으로 혁신 활동에 관여하고 자극을 주는 사람으로써 공헌한다.

연구개발 최고책임자가 동시에 CEO인 경우도 흔하다.

 특허 관련 업무가 기업의 최상층부 소관인 경우도 많다.

앞서 얘기한 대로 히든 챔피언들은 매출액 중 많은 부분을 R&D 예산으로

쓰고 있다.

그럼에도 R&D 예산의 절대 액수는 대기업에 비해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

한정된 자원과 소수 인원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할 수밖에 없다. 그들에겐 예산 규모가 아니라 직원들의 우수성이 더 중요한 혁신의 성공 요소다.

그렇다면 어떻게 소수 인원만으로 기업을 전 세계 기술을 선도하는 곳으로 만들 수 있었을까.

집중과 연속성이 답이다.

한 분야에 집중하면서 지속적인 개량을 이루기 위해 평생 동안 헌신하는 담당 직원들이 중요 성공 비결이다.

히든 챔피언들의 사장들은 성공적인 혁신에 R&D 부서와 다른 부서 간 공조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안전벨트용 스프링으로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케른 리버스(Kern-Liebers)`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성공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며, 참가자 모두의 협조를 통해 생긴다."

히든 챔피언들의 부서들은 대기업들에 비해 부서 간 협조가 잘 이뤄진다.

각 부서들의 원활한 공동 작업은 짧은 개발시간이라는 중요한 효과를 낳는다.

마지막으로 히든 챔피언들은 일순간의 획기적인 혁신보다 꾸준히 조금씩 개선하는 것에 힘을 기울인다.

 쇼핑카트 시장 선두 기업인 반즐은 `지속적인 혁신의 역사`란 표현을 즐겨 쓴다. 고급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밀레(Miele)`의 좌우명은 `항상 더 낫게(Immer besser)`다.

이 슬로건은 세계 모든 시장에서 절대적으로 최고의 제품을 제공한다는 회사의 정책과 잘 어울린다. 끊임없는 작은 개선을 계속해서 이룩하고 있기에 이 회사의 제품들은 `완벽하다`는 표현에 더더욱 다가서고 있다.

혁신은 순수한 돈의 문제라기보다는 올바른 두뇌와 리더십, 그리고 과정의 문제다. 세계 시장을 이끄는 히든 챔피언들은 매일 다음과 같은 사실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돈보다 머리가 더 중요합니다."

[유필화 성균관대 SKK GSB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