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포럼 다베니 교수
*.다베니 교수 “변화가 두려운가? 당신이 폭풍의 눈이 돼라”
■ 해외 석학들 ‘불확실성 전략’ 제시

“불확실한 미래에 어떻게 대응할까 고민할 시간이 있으면 어떻게 내가 불확실성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라.”
“좋은 전략을 고민하기 전에 나쁜 전략을 만드는 습관부터 버려라.”
11일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 2013’에 연사로 나선 해외 석학들은 ‘불확실성에 대한 기업의 대응법’이란 주제에 대해 기존 경영학 학설을 뒤집는 독특한 시각들을 선보여 참석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도발적 성향을 가진 경영 석학 리처드 다베니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는 강한 어조로 “시대의 변화, 기술의 변화, 시장의 변화라는 폭풍에 휩쓸리지 않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 폭풍의 눈이 되는 것뿐”이라고 말해 청중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특히 기업 현장의 경영컨설턴트들이 즐겨 사용하는 ‘SWOT 분석’을 집중 공격했다.
SWOT 분석은 자기 회사의 강점(Strengths)과 약점(Weaknesses), 외부 환경의 기회(Opportunities)와 위협(Threats) 요인을 파악해 약점과 위협은 피하고 강점과 기회에 집중하라는 경영학의 기초 이론이다. 다베니 교수는 “SWOT 분석은 단 한 번의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만 유용하며 끊임없이 경쟁이 반복되는 현실 기업 세계에서는 적용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백핸드 스트로크보다는 포핸드 스트로크에 자신이 있는 테니스 선수라 해도 매번 포핸드만 쳐서는 경기에서 이길 수 없으며, 최선의 전술은 매번 공을 어떻게 칠지, 어떤 방향으로 보낼지 상대가 예측하지 못하도록 불확실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불확실성 전략을 잘 사용한 예로 다베니 교수는 애플과 삼성을 들었다.
애플은 하나의 산업에 머물러 있지 않고 컴퓨터, MP3플레이어, 스마트폰 등 새로운 영역을 찾아다니며 시장을 흔들고 혼란스럽게 만들어 다른 회사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삼성은 그 뒤를 바짝 쫓아가며 빠르게 제품의 품질을 개선해서 최대한 빨리 선도자를 따라잡고 시장을 지배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겉모습은 다르지만 ‘내가 있는 시장의 룰은 내가 만든다’라는 관점에서는 애플이나 삼성 모두 뛰어나다는 게 다베니 교수의 분석이다.
세계적 경영 사상가 리처드 루멜트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는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는 이유는 나쁜 전략을 좋은 전략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라며 “나쁜 전략은 효과가 없는 전략을 말하는 게 아니라 각종 미사여구로 내용을 꾸몄지만 구체적인 방법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세계 최고의 화학 회사가 되자’ ‘인간에게 필요한 지속가능하고 혁신적인 최고 솔루션을 제공하자’는 식의 미사여구는 아무런 성과도 내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그는 “나쁜 전략은 형식만을 따르고 실적과 관련된 목표만으로 가득하며 현 상황에 대한 진단이 없다”며 “현 상황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으면 문제점을 찾을 수 없고 결과적으로 해결할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연사들은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과거의 전략은 앞으로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세계 5대 경영 구루로 불리는 오마에 겐이치 일본 비즈니스브레이크스루대 대학원 총장은 “자본은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대거 이동했고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진행됐으며 기업 브랜드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며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격실험 수천번 해야 성공전략 하나 나온다”
한국을 대표하는 경영 포럼으로 자리 잡은 ‘동아비즈니스포럼 2013’이 12일 혁신적인 경영 전략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동아일보와 채널A 주최로 11일부터 이틀간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이번 포럼에는 경영 분야 최고의 석학들이 대거 연사로 나섰으며 2000명 이상의 비즈니스 리더가 참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현존하는 최고의 경영 사상가 게리 하멜 런던비즈니스스쿨 객원교수는 이날 기조강연에서 “성공적인 전략 하나를 만들기 위해 먼저 수백, 수천 개의 파격적인 실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은 혁신 기업 하나를 발굴하기 위해 수천 개의 사업계획서를 검토하고 수백 명의 기업가와 인터뷰한다”며 “격변기 기업 전략의 원리도 이와 같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세계 최고의 컨설턴트로 꼽히는 도미닉 바턴 매킨지앤드컴퍼니 글로벌 회장은 이날 강연에서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속하는 기업들의 평균 수명은 1935년 90년에서 현재 18년으로 급격하게 줄었다”며 “전략 전환이 불가피한 시기”라고 역설했다.
포럼에서 격변기 기업 전략의 참신한 해법이 제시되자 참석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메시지를 경청했다. 포럼에 참석한 김상래 성도GL 회장은 “지난 100년간 인류 최고의 발명품인 ‘경영’이라는 화두로 빠르게 변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하멜 교수의 통찰에 큰 용기를 얻었다”며 “미래 경쟁력 확보 방안을 깊게 고민할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포럼에는 전 세계 0.1%의 리더에게만 허용되는 최고의 전략 강의로 유명한 신시아 몽고메리 미국 하버드대 교수, 기업 전략 분야의 거장인 리처드 루멜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와 리처드 다베니 다트머스대 교수, 오마에 겐이치 일본 비즈니스브레이크스루대 대학원 총장 등이 참가했다. 이들은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진 만큼 ‘불멸의 전략’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기존 조직 구조를 혁파하라고 주문했다.
동아비즈니스포럼은 2011년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를 초청해 ‘공유가치창출(CSV)’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대·중소기업 간 상생을 위한 획기적 해법을 제시했다. 이어 지난해 ‘마케팅 3.0’, 올해 ‘전략 파괴’ 등 업계를 선도하는 어젠다를 연이어 제시했다. 동아비즈니스포럼은 연사 및 참가자의 양과 질 측면에서 국내 최대이자 최고의 경영 포럼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