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CEO 심리학
길벗 道伴
2013. 10. 8. 22:49
*. 자기 생각만 고집하는 CEO…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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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경영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기 생각만을 고집하지 말고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할 사람이 많겠지만 사실상 이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무언가 좋지 않은 A의 반대인 `Not A`를 하면 바로 고쳐진다고 생각하는 건 인간의 사고과정이 지닌 복잡성과 정교함을 너무나도 얕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되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보자. 각각 `A` `3` `J` `4`라고 적혀 있는 4장의 카드가 있다. 만약 이 4장이 "카드의 한 면에 모음이 있다면, 뒷면에는 홀수가 있다"는 규칙에 부합되게 제작되어 있는지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2장의 카드를 뒤집어 봐서 알 수 있다면 어떤 카드를 확인해 봐야 할까. 사람들은 대부분 `A`와 `3`이라고 답한다.
`A`는 정답이다. A가 모음이니까 뒷면에 홀수가 제대로 있는지 짝수가 있어 규칙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3`을 확인하는 것은 오답이다. 왜냐하면 그 뒷면에 모음이 있던 자음이 있던 `모음 뒤에는 홀수가 있어야 한다`는 규칙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3`을 확인했는데 뒤에 짝수가 있다 하더라도 `자음 뒤에는` 혹은 `홀수 뒤에는` 등의 규칙은 검사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정답은 맨 마지막 카드인 `4`를 넘겨보는 것이다. 거기에 모음이 있다면 규칙대로 제작이 안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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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일까. 간단한 논리학을 해보자. "P이면 Q이다"라고 했을 때 P가 있다면 Q가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한 면이 `3`인 카드는 "P이면 Q이다"라고 했을 때 Q가 주어진 것과 같은 구조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꼭 P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참과 거짓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 카드를 확인해 보려 한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원인과 결과가 있고, 이 결과에 해당하는 현상을 보게 되면 그걸 만들어 내는 원인들은 다양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신념이나 믿음 속의 원인만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정리해보자. "직원들에게 강한 채찍질을 해야 실적이 올라간다"는 신념을 어떤 CEO가 강하게 가지고 있다. 이 CEO는 채찍질을 해 놓고 실적이 올라가는지 여부를 유심히 볼 것이다. 문제는 올라간 실적을 받아들고는 덮어놓고 채찍질을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자신의 신념을 확증도 반증도 하지 않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확증 편향이라고 부른다. 자신의 신념이나 가정을 지지하는 증거들만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이래서는 발전이 없다. 자신의 틀린 생각을 바로잡으라고 말해주는 결과나 증거들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차라리 실적이 올라가지 않았을 때 채찍질을 하지 않았는지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다. 그래야 자기 생각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검증해 볼 수 있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 상사 물먹인 직원 다시 받아들일때…용서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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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의 방법을 택하자니 너무 쉽게 넘어가 훗날 또 다른 배신이 걱정되고, 후자 방법을 취하자니 악감정을 품을 것 같아 마찬가지로 또 다른 미래의 배신이 염려된다.
사실 용서라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용서하는 마음 자체를 먹기도 힘들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은 더더욱 어렵기만 하다.
심리학자들은 여기에도 지혜로운 길이 있다고 알려준다. 기존에는 단순하게 용서하려는 마음의 정도를 어떤 사람의 성격 차원으로 연구해 왔다면 최근에는 훨씬 더 정교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치밀한 연구들을 찾아볼 수가 있다.
그 좋은 예로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심리학과 대니얼 몰든 교수와 그의 연구팀이 지금까지 해 온 이른바 `용서의 방법`을 들여다보면 중요한 실마리가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용서에도 방향과 그에 따른 마음가짐이 각각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배신한 상대를 용서하는 두 가지 경로`에 관한 이야기다.
첫 번째는 상대방이 더 이상 배신을 하기보다는 앞으로는 무언가 이익이나 즐거움을 줄 것이라는 믿음(trust)을 통해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는 상대방에게 무언가 좋은 것을 기대할 만한 것이 남아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필자를 비롯한 관련 연구자들은 이를 `상승적 용서`라고 부른다.
두 번째는 그 관계를 손상시킴으로써 발생하는 손실을 인식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 관계에 대한 헌신과 약속(commitment)을 이끌어내 관계를 지속하려는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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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나와 상대방 관계, 그리고 그 관계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상승`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예방`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가 분명해진다. 이 관계 유지를 통해 여전히 좋은 것을 기대할 수 있다면 지향하는 정서는 행복ㆍ기쁨 같은 것이어야 하며, 따라서 상대방 배신으로 인해 내가 느끼는 반대 정서인 슬픔이 강조돼야 한다.
반면 이 관계가 결국 사라지게 됨으로써 좋지 않은 것을 피할 수 없다면 지향하는 정서는 안도감이나 안정이 돼야 하며 상대 배반으로 인해 내가 받는 정서는 분노와 화라는 것이 알려져야 한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 호환성을 맞추지 않으면 용서의 양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그 효과도 반감된다는 것이다. 기껏 마음먹고 용서했는데 그 결과가 좋지 못해 상처를 받고 또 분노하게 되는 일이 얼마나 많았는가.
지금까지 일어났던 그 많은 `배신의 반복`을 하나씩 떠올려 보면서 이러한 미스 매치가 있지 않았는지 곰곰이 되짚어 보고 미래의 용서를 조금 더 정교하고 지혜로운 방향으로 이끌어 가보시길 바란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