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절제와 비움, 행복을 되찾는 길 

길벗 道伴 2013. 10. 12. 22:29
절제와 비움, 행복을 되찾는 길

 

대한민국은 매우 짧은 기간에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이룬 나라로 알려져 있다. 해외여행을 할 때 세계 곳곳에 한국 기업들의 로고, 브랜드를 마주하거나 경제성장의 신화에 대한 찬사를 들을 때마다 한국사람으로서 말할 수 없는 뿌듯한 긍지를 느끼곤 한다.

그러나 경제 발전의 그늘 또한 짙게 드리우고 있다.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가운데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고, 자살률은 거의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지금까지 성공신화에 젖어 살아왔다. 그러나 정작 경제성장을 이룬 다음에 드는 생각은 사회적 성공과 경제적 부가 반드시 행복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레이야드는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이 지난 50년 동안 소득은 2배 이상 증가한 데 비해 행복감은 상대적으로 크게 낮아졌다고 했다. 서유럽 국가들이 사회 복지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었는데도 평균 행복감은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후퇴하였다. 우리는 이제 행복과 삶의 문제를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어느 보고서에 따르면 행복지수는 국민소득과 비례하여 증가하다가 어느 수준에 이르면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예컨대 행복지수는 국민소득 1800달러 부근까지 급상승하다가 그 이후로는 소득에 비례하여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우 가난한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물질적 보상이 행복의 원천이 되기도 하지만, 일정한 경제적 수준 이상의 나라에서 물질의 추가는 더 이상의 행복감을 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1932년 미국 어느 수녀원에서 갓 들어온 수녀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쓰게 하였고 일기는 오랫동안 보관되었다가 1991년에 공개되었다. 심리학자들은 수녀들이 자신의 일에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있었는가, 그녀들의 열정과 긍정적인 마인드가 건강수명에 얼마만큼 큰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 연구하였다. 자신의 일에 열정적인 마음과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수녀 가운데 1991년까지 단 21%만이 사망한 반면 자신의 일에 부정적인 마음을 가진 수녀들 가운데 55%가 사망하였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긍정과 열정의 마음이 건강과 장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보람 있는 일들이다. 의미있는 일들은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개 남을 위한 것들이다. 조건 없이 남을 돕고 배려하는 마음이 가져다주는 기쁨은 삶의 미스터리다. 이타적 행위가 가져다주는 기쁨은 이성적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현상이다. 무상의 행위는 나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 단지 인간만이 아니라 동식물 등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와 자연현상에 대한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좁은 인간 사회의 특정 집단에 속해 있다는 생각을 넘어 우리 모두가 하나의 커다란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근원적인 소속감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우리가 근원적인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우주론적이고 초월적인 생각은 팍팍하고 각박한 일상으로부터 우리를 순간이나마 해방시킨다. 이것은 인간이라는 유한자가 우주 삼라만상이라는 절대자와 대면하는 순간이다.

현대인의 불행과 견딜 수 없는 공허감은 바로 이러한 근원적인 마음을 상실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심리적 현상이다. 따라서 행복을 되찾는 길은 바로 삶의 근원적인 것을 다시 살피는 일로부터 비롯된다. 그것은 대부분 절제의 미덕과 비움과 같은 정신적인 수행과 관계된다. 우선적으로 내가 유한하고 약한 존재라는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하루하루 매 순간을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존재에 대해 외경의 마음을 갖는 것이다. 이것은 고대 현인들이 말했던 `카르페 디엠`, 즉 하루라는 열매를 따듯이 깊이 삶을 음미하며 살아가는 행복의 도(道)이기도 하다.

[김동윤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