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음악의 기적

길벗 道伴 2013. 10. 21. 08:51

음악의 기적
기사입력 2013.10.16 17:48:16 | 최종수정 2013.10.16 17:52:22

사람이 태어나 처음 듣는 노래는 어머니의 자장가이다. 죽어서는 상여 위에서 구슬픈 장송곡을 듣는 것으로 인생을 마감한다. 자장가와 장송곡 사이에 슬퍼서 한 곡조, 기뻐서 한 곡조, 때론 어느 골목길에서 술에 취해, 그리고 여럿이 웃고 춤추며 한 곡조. 이렇게 살다 보면 누구라 할 것 없이 노래로 시작해서 노래로 끝을 맺는 한 편의 뮤지컬의 주인공이 된다.

요즘 우리들의 뮤지컬은 너무 살벌하다. 아름다운 노래 대신 서로에게 말 폭탄을 쏘아대고, 북을 쳐야 하는 손으로 친구를 치고, 춤 대신에 격한 몸싸움이 난무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다시 노래를 불러야 한다.

어느 날 친구가 찾아와 "아들이 어찌나 속을 썩이는지, 앉혀놓고 말이라도 하자면 내빼버린다"고 하소연했다. 필자는 "요즘 아이들이 즐겨 듣는 노래를 알아보고, 열심히 노래를 익혀 아들이 TV를 볼 때 몇 소절이라도 흥얼거려 봐"라고 했다. 필자의 제안이 먹혔다. "아빠! 어떻게 그 노래를 알아?"라며 빠싹 다가와 앉았다. 그동안 말 좀 하자고 아무리 구슬려도 쳐다보지도 않던 아들이 말이다. 그렇다. 때론 백 마디 말보다 노래 한 소절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1985년 평양에서 소프라노 이규도가 `그리운 금강산`을 불렀을 때 이북 동포들이 당국의 당부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두 일어나 박수를 쳤다. 몇 십 년 동안 굳게 닫혀 있던 동포의 가슴을 한순간 열게 만든 것은 바로 음악이었다.

필자의 기억 한 자락을 되돌아본다. 미국에서 10년 동안의 타향살이 끝에 잠시 집에 돌아와 늙은 어머니를 뵈니, 어머니는 치매가 깊어져 3대 독자인 아들을 몰라보셨다. 며칠 동안 그 곁에서 "어머니, 저 돌아왔습니다"라고 아무리 외쳐보아도 어머니는 묵묵부답이었다. 그런데 어머니와 헤어지기 30분 전에 문득 이런 생각이 났다. `아! 어머니가 즐겨 부르시던 노래를 불러드리면, 혹시?` 필자는 평소 어머니의 18번인 제주도 민요 `이야옹타령`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야옹 야~옹 다 일을 말인가."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몇 해 동안 말을 잃었던 어머니가 "서~귀포~해녀들~" 하고 따라 부르시는 것이 아닌가! 필자는 어머니 품에서 어머니 생의 마지막 노래인 이야옹타령을 함께 불렀다. "이야옹 야~옹 그렇고 말구요."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