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앙꼬 없는 찐빵이 혁신의 출발점

길벗 道伴 2013. 10. 25. 18:45

[김인수 기자의 사람이니까 경영이다] 앙꼬 없는 찐빵이 혁신의 출발점
기사입력 2013.10.10 10:18:51

얼마 전에 이사할 생각으로 중개업소의 추천을 받아 집을 몇 군데 보았다.

 그 중 한 곳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전세 사는 사람의 집이었는데 매우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세입자의 집이니 만큼 벽지나 장판 등은 저렴했지만, 어느 곳보다 인테리어가 아름다웠다.

도대체 비결이 무엇일까, 잠시 생각에 빠졌다. 함께 집을 보았던 아내가 정답을 알려줬다.

 "거실에 TV가 없잖아. 덕분에 거실을 훨씬 창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 같아."

 자녀의 일정이 적힌 녹색 칠판, 거실 한 가운데에 놓여진 테이블 등등. 모두 TV를 제거했기 때문에 가능한 조합이었다.

많은 한국인들에게 TV는 거실에서 없어서는 안될 물건이다.

 TV가 없는 거실은 앙꼬 빠진 찐빵 같은 기분이다.

거실 한쪽 벽 중앙에 TV를 놓고, 그 맞은 편 벽에 길다란 소파를 놓는 게 기본 공식이다.

대다수가 이런 구조를 채택하다 보니, TV와 거실은 마치 한 몸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놀랍게도 찐빵에 앙꼬를 빼니까 새로운 창조가 시작됐다.

 TV를 없앤 거실은 마치 비어 있는 캔버스와 같았다.

집을 사용하는 사람이 남과 다른 상상력과 창조성을 발휘할 기회를 준다.

 덕분에 남들과 전혀 다른 혁신적인 공간을 그려낼 수 있었다. 필자가 보았던 집이 그런 경우였다.

매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을 타면 노선도에 눈길이 간다.

 이 역시 찐빵에 앙꼬를 빼 대박을 친 사례다.

지하철 노선도 역시 지도의 일종이다.

당연히 처음 노선도가 등장했을 때에는 역간 거리, 역의 위치, 지형적 특성 등이 반영됐다.

 거리와 지형 등은 지도라는 찐빵에서 앙꼬로 인식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출퇴근 길에 보는 현대의 지하철 노선도는 이 같은 앙꼬가 완벽히 제거돼 있다.

지하철노선도

오늘날과 같은 노선도는 1930년대의 혁신적인 디자이너였던 헤리 베크(Harry Beck)가 만들었다.

 그는 지도에서 필수로 여겨졌던 지리적 정확도는 포기했다.

대신 수직선과 수평선, 대각선만으로 노선을 단순화했다.

주요 역은 정사각형과 마름모꼴로만 표시했다.

지도로서 앙꼬가 빠진 데 대해 일부에서는 "지도라고 부를 수가 없다"는 혹평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하철 사용자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아 오늘날 전 세계 모든 지하철 노선도의 표준이 됐다.

생 떽쥐페리는 "더 보탤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완벽함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애플 아이팟은 이 같은 교훈을 실천한 대표적인 예다.

아이팟이 등장하기 전에 MP3플레이어는 새로운 기능을 계속 넣는 방식으로 경쟁했다.

 그러나 아이팟은 정반대 전략을 썼다. 오히려 기능을 뺀 것이다.

 디스플레이가 없는 아이팟을 내놓았으며, 셔플 기능만 갖춘 아이팟(shuffle-only iPod)도 출시했다.

때때로 우리는 혁신을 위해 기존에 꼭 필요하다고 여겨졌던 핵심적인 무엇인가를 제거할 필요가 있다.

찐빵에서 앙꼬를 빼야 혁신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지하철 노선도와 애플 아이팟, 필자가 만났던 세입자 등은 이를 분명히 증명한다.

제이콥 골든버그 미국 콜럼비아대 교수는 찐빵에서 앙꼬를 빼 혁신에 이르는 방법(그는 이를 서브트랙션(subtraction)이라고 표현했다)을 제시하고 있다.

 다음은 그가 제시한 5단계다.

제품이나 서비스뿐만 아니라 인생에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다.

*1단계=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리스트를 만들라.

*2단계=제거할 핵심 구성요소(찐방의 앙꼬라고 할 수 있다)를 골라라.

      그리고는 이를 제거했다고 상상해보라.

*3단계=결과를 비주얼로 표현해보라.

*4단계=어떤 잠재적인 혜택과 가치가 있는지 질문해보라.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조할 잠재력이 있는지 검토한다.

*5단계=새로운 혜택과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따져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