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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홀릭은 세계 1위지만 열심히 일하는 직원은 드문 한국
길벗 道伴
2013. 11. 5. 08:35
[김인수 기자의 사람이니까 경영이다] 워크홀릭은 세계 1위지만 열심히 일하는 직원은 드문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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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11.04 09:57: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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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패스트 컴퍼니부터 시작하자 이 저널은 최근 `어느 국가가 무엇으로 세계를 선도하는가`(What each country leads the world in)라는 제목으로 세계 지도를 실었다. 각 국가 별로 세계 1위를 집계해 지도 위에 표시한 것이다. 한국은 `워크홀릭`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로 표기됐다. 한 인터넷 사전에 따르면 워크홀릭이란 가정이나 다른 것보다 일을 우선해 일만 하며 사는 사람을 뜻한다. 퇴근해 집에 들어가지 않고 늦은 밤까지 사무실을 지키는 직장인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러나 한국 직장인들은 워크홀릭이지만, 업무에 몰입하지는 않는다. 최근 하버드 비지니스 리뷰에 실린 `세계의 업무 몰입도`(Workplace engagement around the world) 자료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의 업무 몰입도는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2011~2012년에 갤럽이 조사한 국가별 업무몰입도 조사 결과가 근거다. 갤럽은 업무에 몰입하는 직원(engaged employees), 대충 일하는 직원(not engaged employees), 업무 방해형 직원(actively disengaged employees) 등 3그룹으로 직원들을 분류해 각각의 비율을 조사했다. 한국은 업무에 몰입하는 직원의 비중이 11%로 세계 평균(13%)에 못 미쳤다. 반면 대충 일하는 직원은 67%, 업무방해형 직원은 23%에 이르렀다.
반면 미국은 업무에 몰입하는 직원 비중이 30%, 스페인이 18%, 영국은 17%, 캐나다는 16%, 스웨덴 16%, 독일 15% 등이었다. 유럽과 북미 국가들은 대부분 한국보다 업무에 몰입해 일하는 직원의 비중이 높았다.
패스트 컴퍼니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자료는 한국 직장인들의 슬픈 자화상을 보여준다. 가정보다 일이 우선이라며 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열정적으로 일하지는 않는다. 자신과 회사가 연결돼 있다는 느낌도 갖지 못한다. 집에서든 회사에서든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의 다수 직장인들은 대충 일하며 시간을 보낸다는 갤럽 조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게다가 10명 중 2명 이상은 오히려 업무에 방해가 된다고 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영국 디자인 회사 탠저린(Tangerine)의 이돈태 대표가 했던 말도 패스트 컴퍼니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통계 자료와 맥락이 비슷하다. 서른 살에 탠저린에 입사해 대표에 오른 그는 영국과 한국의 직장인은 일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했다. 다음은 그가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영국에서는 수당이라는 게 없습니다. 그래서 6시 퇴근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대신 업무 시간에는 엄청나게 집중합니다. 점심시간이 따로 없습니다. 먹으면서 일합니다. 한국처럼 직원들이 모여서 함께 식사하는 문화도 없습니다. 야근은 없지만 업무량은 한국과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영국인들이 오후 6시에 퇴근하며 한 일의 양은 한국인들이 밤 10시에 퇴근하며 한 일에 못지 않습니다. 영국은 양보다 질을 중요시합니다. 한국 디자이너들이 고객에게 5개의 시안을 내놓는다면 영국은 3개의 뛰어난 시안을 제시합니다."
당시 이 대표는 완곡하게나마 "영국은 일을 잘 하는 나라, 한국은 일을 열심히 하는 나라"라고 결론을 지었다. 그러나 필자는 그의 결론에 동의할 수가 없다. 한국은 일을 `열심히` 하는 나라가 아니라 일을 `오래` 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