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모음

개성공단의 과거 10년과 미래

길벗 道伴 2014. 6. 30. 09:48

 

 

*. [사설] 개성공단의 과거 10년과 미래

입력 2014-06-30 02:21
개성공단이 가동된 지 30일로 10년이 됐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의 결실로 세워진 개성공단은 2004년 6월 30일 9만3000㎡ 크기의 시범단지가 들어선 이후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다. 가동 첫해인 2005년 1491만 달러의 생산액에서 올해 누적 생산액 23억685만 달러, 교역액 94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현재 5만2000명의 북한 근로자와 125개 우리 기업의 종사자 수백명이 함께 살아가는 경제 공동체로 발전했다.

남측의 자본과 기술, 북측의 토지와 노동력이 결합한 개성공단은 양측에 이익이 되는 경협의 장이었을 뿐 아니라 평화협력의 상징이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나아가 통일시대를 향한 시험대 역할을 하고 있으며 통일대박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석도 적지 않다.

그러나 진통도 많았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쌓여 있다. 무엇보다 ‘한반도 리스크’ 극복은 개성공단 발전을 위한 선결과제다. 북한은 일방적으로 출입을 차단하거나 임금 인상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경우가 잦았다. 2008년 12월 개성공단 상주 인원과 통행시간을 축소한 것을 비롯, 이듬해 3월 키리졸브 한·미 합동군사훈련 기간에는 세 차례 육로 통행을 차단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에는 돌연 개성공단 근로자 전원을 철수시켜 5개월 동안 가동이 중단됐다. 남북이 극적으로 개성공단 재가동에 합의하면서 ‘발전적 정상화’ 원칙에 합의했지만 최근까지도 원활한 협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개성공단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정학적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우선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합의사항도 잘 지키지 않는 북측에는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요구된다. 개성공단의 국제화가 그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중국 러시아 독일 등 제삼국 기업을 유치해 남북관계 부침의 영향을 덜 받게 하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제멋대로 조업 중단 같은 조치를 취하지 못하게 하는 안전판이며 북한에도 개방 이미지를 심어줘 외자 유치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이달 초 외국 업체 최초로 독일 기업이 개성공단에 영업소를 설치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20여개 외국 기업이 개성공단 진출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고무적이다.

하지만 본질적인 것은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다. 북한은 미사일을 쏘는 등 전쟁 위협을 일삼기보다 개성공단을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전자출입체계를 전면 가동하고 인터넷 라인 공급 등 공단 발전에 실제적인 도움이 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북한이 집요하게 요구하는 5·24조치 해제를 어느 정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개성공단이 명실상부한 남북 화해협력의 대표적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 개성공단 10년, 생산규모 150배 '폭풍성장'했지만...

[the300]한반도 리스크 등은 극복해야 할 숙제

머니투데이 오세중 기자|입력 : 2014.06.29 12:56


image
서울=뉴스1) = 개성공단 재가동 첫날인 16일 개성공단 내 태성산업에서 북한 근로자들이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2013.9.16/뉴스1
오는 30일은 개성공단이 남북의 경제적 소통 창구로 막을 올린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10년 전 이날 개성공단에 2만8000평 규모의 시범단지 준공식이 열리고 남북 화해의 경제특구인 개성공단이 들어섰다.

◇10년간 묵묵히 걸어온 개성공단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부지 위에 우리 기업들 15개 업체가 공장을 지으며 첫 진출을 시작했다.

북한이라는 이념적 갈등과 안정성이 떨어지는 지역이라는 의구심에도 60달러대의 저임금과 저렴한 생산비용들로 국내기업들은 개성공단으로 모였다.

애초 1단계 3.3㎢(100만평), 2단계 8.3㎢(250만평), 3단계 18.2㎢(550만평) 및 개성시·확장구역 36.3㎢(1100만평) 등 총 3단계에 걸쳐 66.1㎢(2000만평)을 개발한다는 계획이었던 개성공단의 출발은 순조로워 보였다.

2007년에는 개성공단 입주 업체와 북한 근로자 수도 각각 65곳, 2만2000여명으로 늘어나는 등 여러 가지 부침에도 꾸준히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당초 3단계 건설이라는 원대한 남북간의 포부는 관계가 악화돼 경색국면으로 접어들면서 2단계 사업은 동력을 잃었다.

이와 관련 통일부 관계자는 “1단계 100만평의 공단부지는 조성돼 있는데 미분양과 분양을 받고도 아직 공장을 짓지 않는 기업도 있다”면서 “1단계 부지에 목표한 입주 기업이 350곳 이었는데 현재는 125개 기업이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은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도 개성공단 2단계 사업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지만 결국 진전 없이 멈춘 상태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건 때도 문을 닫지 않았던 개성공단이 지난해 전면 가동중단이라는 파국을 맞기도 했지만 다시 남북이 재가동에 합의하면서 개성공단은 10년간 묵묵히 변동 없는 걸음으로 다시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개성공단 폭풍성장!

통일부의 자료에 따르면 개성공단 가동 첫해인 2005년 연간 생산액은 1491만 달러였다. 하지만 이후 누적생산액은 2007년 1월말에는 1억 달러를 넘어선 이후 2008년 11월 5억 달러, 2010년 9월에는 10억 달러를 넘기는 폭풍성장세를 이어갔다.

2012년 12월 기준 누적 생산액은 19억7599만 달러, 2013년 12월까지 21억9977만 달러이다.

비록 지난해 가동중단 사태로 인해 연 생산액이 절반 규모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지난해 9월 16일 생산재개 후 12월 31일까지 전년 동기 생산액의 약 97%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또한 처음 조성된 시범단지에는 10년전에는 입주 기업이 15곳이었지만 지금은 총 125개 기업이 현지에서 생산시설을 돌리고 있다.

개성공단 내 북측 근로자들의 수도 2005년 평균 6000여명 수준에서 현재는 5만2000여명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북측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기본임금과 각종 수당 등 비용 등도 늘어 현재 연간 8700여만 달러 규모의 인건비가 지급되고 있다.

◇개성공단 여전히 남겨진 숙제는?

개성공단의 남북 화합적 경제지역이 확산될 수 있을까? 이를 통해 남북은 경제적 통합의 시대로 이끌 수 있을까?

개성공단의 10년은 남북이 서로의 간극을 좁히는 어렵고 더딘 발걸음이었다. 하지만 존재 자체로도 남북 화합의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개성공단이 더욱 내실화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우선 지난해와 같은 가동 중단 사태로 인한 사업 위험(리스크)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개성공단에 투자를 하기에는 아직 위험성이 크다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남북간 새로운 법적,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절실하다.

이 같은 해법이 있을 때 해외 투자자의 한반도 리스크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고 적극적인 투자유치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개성공단의 이 같은 국제화를 위해서는 기반시설 등에 대한 진전도 서둘러야 한다.

이른바 3통(통신, 통행, 통관) 문제 해결로 사업의 편리함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6일 남북은 경색국면 이후 6개월 만에 다시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회의를 열었지만 아직 구체적인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헤어졌다.

남북이 개성공단 발전적 정상화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이념을 뒤로하고 작은 합의부터 하나 하나 이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시아경제 기사 프린트하기 프린트하기 닫기

[일반] [개성공단10돌]시장경제 마중물 10년, 통일대박 주춧돌 놨다

北에 심은 南기업…걸어온 길과 달려갈 길
입주 기업 125개, 북한 근로자 수 5만2200여명…간식인 초코파이는 13톤→2000톤으로 확 늘어
숫자로 보는 개성공단 10년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그때만 해도 100만평이나 되는 땅에 공장이라곤 단 두 개 밖에 없는 허허벌판이었는데 이제는 6만명을 먹여살리는 어엿한 공단이 되었네요."
 
오는 30일로 개성공단이 준공 10돌을 맞는다. 10년 전 이날 준공식에 참석했던 문창섭 삼덕통상 회장은 27일 본지 인터뷰에서 "척박한 땅에 심은 씨앗이 아름드리 나무로 자라난 것처럼 뿌듯하다"는 감회를 밝혔다. 강산이 한 번 변할 동안 천안함ㆍ연평도 사태, 폐쇄 조치등 크고 작은 잡음에도 꿋꿋하게 생존한 개성공단을 바라보는 기업인들의 심정은 '감격' 그 자체다.

◇북한에 경제를 심다 = 개성공단은 지난 10년 새 외형적으로 눈부시게 성장했다.
 
입주 당시인 2004년 15개에 불과했던 기업 갯수는 125개로 증가했으며, 연간 생산액은 1491만달러에서 2012년 4억6950만달러로 증가했다. 지난해 폐쇄 사태로 생산액이 2억2378만달러에 그치기도 했지만, 올들어 예전 추세를 회복했다. 북한 근로자 수는 2005년 6013명에서 현재 5만2289명으로 8.6배 뛰었으며, 최저임금은 50달러에서 70.35달러로 40% 올랐다. 근로자들에게 간식으로 제공하는 초코파이 양만 해도 같은 기간 13톤에서 2000톤으로 늘었다.
 
개성공단만 변한 게 아니다. 개성공단이라는 존재는 북한의 경제 체제를 크게 흔들어 놨다. 중소기업 CEO들도 개성공단이 통일에 기여하는 가장 큰 요소를 '북한 변화 유도(27.6%)'와 '남북 경제공동체 형성(23.8%)'으로 꼽았을 정도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개성공단 CEO는 "남한 시장경제를 북한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퍼뜨리는 계기가 된 것이 개성공단"이라고 귀띔했다.
 
초코파이는 변화의 대표적 사례다. 북측 근로자들에게 주는 대표 간식 중 하나에 불과했던 초코파이는 10년 만에 북한 사회의 '부의 상징'으로 자리잡으며 암시장에서 개당 10달러에 팔리고, 제삿상에까지 오르는 존재가 됐다.
개성공단 착공식 전 시범단지 전경

현재 개성공단 전경
  
◇개성공단 통일한국 주춧돌 = 많은 전문가들이 통일에 15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낸 신간에서 통일에 걸리는 시간을 15년 안팎으로 예상했으며, 권구훈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도 24일 열린 세미나에서 남북의 금융통합에 15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통일이 되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30년 4만3000달러, 2050년 8만6000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외친 것도 이같은 전망에 기초한다. 남북통일을 통해 내수시장 침체와 인력난을 해소하고 유라시아 시대의 주축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개성공단은 남북의 경제적 격차를 줄이고 시장경제가 정착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주는 토대 역할을 할 수 있다. 제2, 제3의 개성공단이 추진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지난 2월 해주ㆍ남포 등을 제 2개성공단 후보지로 꼽으며 "통일 대비를 위해 북한 진출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제2ㆍ제3의 개성공단을 마련해 남북간 경제 격차를 줄이는 것이 정치적 통일의 선결과제라고 강조한다. 조봉현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개성공단은 자연스럽게 남북간 경제격차를 줄이고 시장경제를 정착시키는 데 성공한 모델"이라며 "앞으로 제2ㆍ제3의 개성공단을 통해 남북간 경제적 이질감을 줄여 나가야 정치적 통합에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 이를 위해서는 남북간 정치적 안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6일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가 열리는 등 기류가 많이 완화됐지만, 지난해처럼 폐쇄 사태가 재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개성공단의 발전을 위해서는 공단이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며 "남북이 경제와 정치는 분리되어야 한다는 '정경분리'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프린트하기

 

 

아시아경제 기사 프린트하기 프린트하기 닫기

[일반] [개성공단10돌]시장경제 마중물 10년, 통일대박 주춧돌 놨다

北에 심은 南기업…걸어온 길과 달려갈 길
입주 기업 125개, 북한 근로자 수 5만2200여명…간식인 초코파이는 13톤→2000톤으로 확 늘어
숫자로 보는 개성공단 10년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그때만 해도 100만평이나 되는 땅에 공장이라곤 단 두 개 밖에 없는 허허벌판이었는데 이제는 6만명을 먹여살리는 어엿한 공단이 되었네요."
 
오는 30일로 개성공단이 준공 10돌을 맞는다. 10년 전 이날 준공식에 참석했던 문창섭 삼덕통상 회장은 27일 본지 인터뷰에서 "척박한 땅에 심은 씨앗이 아름드리 나무로 자라난 것처럼 뿌듯하다"는 감회를 밝혔다. 강산이 한 번 변할 동안 천안함ㆍ연평도 사태, 폐쇄 조치등 크고 작은 잡음에도 꿋꿋하게 생존한 개성공단을 바라보는 기업인들의 심정은 '감격' 그 자체다.

◇북한에 경제를 심다 = 개성공단은 지난 10년 새 외형적으로 눈부시게 성장했다.
 
입주 당시인 2004년 15개에 불과했던 기업 갯수는 125개로 증가했으며, 연간 생산액은 1491만달러에서 2012년 4억6950만달러로 증가했다. 지난해 폐쇄 사태로 생산액이 2억2378만달러에 그치기도 했지만, 올들어 예전 추세를 회복했다. 북한 근로자 수는 2005년 6013명에서 현재 5만2289명으로 8.6배 뛰었으며, 최저임금은 50달러에서 70.35달러로 40% 올랐다. 근로자들에게 간식으로 제공하는 초코파이 양만 해도 같은 기간 13톤에서 2000톤으로 늘었다.
 
개성공단만 변한 게 아니다. 개성공단이라는 존재는 북한의 경제 체제를 크게 흔들어 놨다. 중소기업 CEO들도 개성공단이 통일에 기여하는 가장 큰 요소를 '북한 변화 유도(27.6%)'와 '남북 경제공동체 형성(23.8%)'으로 꼽았을 정도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개성공단 CEO는 "남한 시장경제를 북한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퍼뜨리는 계기가 된 것이 개성공단"이라고 귀띔했다.
 
초코파이는 변화의 대표적 사례다. 북측 근로자들에게 주는 대표 간식 중 하나에 불과했던 초코파이는 10년 만에 북한 사회의 '부의 상징'으로 자리잡으며 암시장에서 개당 10달러에 팔리고, 제삿상에까지 오르는 존재가 됐다.
개성공단 착공식 전 시범단지 전경

현재 개성공단 전경
  
◇개성공단 통일한국 주춧돌 = 많은 전문가들이 통일에 15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낸 신간에서 통일에 걸리는 시간을 15년 안팎으로 예상했으며, 권구훈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도 24일 열린 세미나에서 남북의 금융통합에 15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통일이 되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30년 4만3000달러, 2050년 8만6000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외친 것도 이같은 전망에 기초한다. 남북통일을 통해 내수시장 침체와 인력난을 해소하고 유라시아 시대의 주축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개성공단은 남북의 경제적 격차를 줄이고 시장경제가 정착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주는 토대 역할을 할 수 있다. 제2, 제3의 개성공단이 추진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지난 2월 해주ㆍ남포 등을 제 2개성공단 후보지로 꼽으며 "통일 대비를 위해 북한 진출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제2ㆍ제3의 개성공단을 마련해 남북간 경제 격차를 줄이는 것이 정치적 통일의 선결과제라고 강조한다. 조봉현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개성공단은 자연스럽게 남북간 경제격차를 줄이고 시장경제를 정착시키는 데 성공한 모델"이라며 "앞으로 제2ㆍ제3의 개성공단을 통해 남북간 경제적 이질감을 줄여 나가야 정치적 통합에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 이를 위해서는 남북간 정치적 안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6일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가 열리는 등 기류가 많이 완화됐지만, 지난해처럼 폐쇄 사태가 재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개성공단의 발전을 위해서는 공단이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며 "남북이 경제와 정치는 분리되어야 한다는 '정경분리'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프린트하기

아시아경제 기사 프린트하기 프린트하기 닫기

[일반] [개성공단10돌]시장경제 마중물 10년, 통일대박 주춧돌 놨다

北에 심은 南기업…걸어온 길과 달려갈 길
입주 기업 125개, 북한 근로자 수 5만2200여명…간식인 초코파이는 13톤→2000톤으로 확 늘어
숫자로 보는 개성공단 10년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그때만 해도 100만평이나 되는 땅에 공장이라곤 단 두 개 밖에 없는 허허벌판이었는데 이제는 6만명을 먹여살리는 어엿한 공단이 되었네요."
 
오는 30일로 개성공단이 준공 10돌을 맞는다. 10년 전 이날 준공식에 참석했던 문창섭 삼덕통상 회장은 27일 본지 인터뷰에서 "척박한 땅에 심은 씨앗이 아름드리 나무로 자라난 것처럼 뿌듯하다"는 감회를 밝혔다. 강산이 한 번 변할 동안 천안함ㆍ연평도 사태, 폐쇄 조치등 크고 작은 잡음에도 꿋꿋하게 생존한 개성공단을 바라보는 기업인들의 심정은 '감격' 그 자체다.

◇북한에 경제를 심다 = 개성공단은 지난 10년 새 외형적으로 눈부시게 성장했다.
 
입주 당시인 2004년 15개에 불과했던 기업 갯수는 125개로 증가했으며, 연간 생산액은 1491만달러에서 2012년 4억6950만달러로 증가했다. 지난해 폐쇄 사태로 생산액이 2억2378만달러에 그치기도 했지만, 올들어 예전 추세를 회복했다. 북한 근로자 수는 2005년 6013명에서 현재 5만2289명으로 8.6배 뛰었으며, 최저임금은 50달러에서 70.35달러로 40% 올랐다. 근로자들에게 간식으로 제공하는 초코파이 양만 해도 같은 기간 13톤에서 2000톤으로 늘었다.
 
개성공단만 변한 게 아니다. 개성공단이라는 존재는 북한의 경제 체제를 크게 흔들어 놨다. 중소기업 CEO들도 개성공단이 통일에 기여하는 가장 큰 요소를 '북한 변화 유도(27.6%)'와 '남북 경제공동체 형성(23.8%)'으로 꼽았을 정도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개성공단 CEO는 "남한 시장경제를 북한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퍼뜨리는 계기가 된 것이 개성공단"이라고 귀띔했다.
 
초코파이는 변화의 대표적 사례다. 북측 근로자들에게 주는 대표 간식 중 하나에 불과했던 초코파이는 10년 만에 북한 사회의 '부의 상징'으로 자리잡으며 암시장에서 개당 10달러에 팔리고, 제삿상에까지 오르는 존재가 됐다.
개성공단 착공식 전 시범단지 전경

현재 개성공단 전경
  
◇개성공단 통일한국 주춧돌 = 많은 전문가들이 통일에 15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낸 신간에서 통일에 걸리는 시간을 15년 안팎으로 예상했으며, 권구훈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도 24일 열린 세미나에서 남북의 금융통합에 15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통일이 되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30년 4만3000달러, 2050년 8만6000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외친 것도 이같은 전망에 기초한다. 남북통일을 통해 내수시장 침체와 인력난을 해소하고 유라시아 시대의 주축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개성공단은 남북의 경제적 격차를 줄이고 시장경제가 정착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주는 토대 역할을 할 수 있다. 제2, 제3의 개성공단이 추진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지난 2월 해주ㆍ남포 등을 제 2개성공단 후보지로 꼽으며 "통일 대비를 위해 북한 진출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제2ㆍ제3의 개성공단을 마련해 남북간 경제 격차를 줄이는 것이 정치적 통일의 선결과제라고 강조한다. 조봉현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개성공단은 자연스럽게 남북간 경제격차를 줄이고 시장경제를 정착시키는 데 성공한 모델"이라며 "앞으로 제2ㆍ제3의 개성공단을 통해 남북간 경제적 이질감을 줄여 나가야 정치적 통합에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 이를 위해서는 남북간 정치적 안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6일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가 열리는 등 기류가 많이 완화됐지만, 지난해처럼 폐쇄 사태가 재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개성공단의 발전을 위해서는 공단이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며 "남북이 경제와 정치는 분리되어야 한다는 '정경분리'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프린트하기

일반] [개성공단10돌]시장경제 마중물 10년, 통일대박 주춧돌 놨다

北에 심은 南기업…걸어온 길과 달려갈 길
입주 기업 125개, 북한 근로자 수 5만2200여명…간식인 초코파이는 13톤→2000톤으로 확 늘어
숫자로 보는 개성공단 10년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그때만 해도 100만평이나 되는 땅에 공장이라곤 단 두 개 밖에 없는 허허벌판이었는데 이제는 6만명을 먹여살리는 어엿한 공단이 되었네요."
 
오는 30일로 개성공단이 준공 10돌을 맞는다. 10년 전 이날 준공식에 참석했던 문창섭 삼덕통상 회장은 27일 본지 인터뷰에서 "척박한 땅에 심은 씨앗이 아름드리 나무로 자라난 것처럼 뿌듯하다"는 감회를 밝혔다. 강산이 한 번 변할 동안 천안함ㆍ연평도 사태, 폐쇄 조치등 크고 작은 잡음에도 꿋꿋하게 생존한 개성공단을 바라보는 기업인들의 심정은 '감격' 그 자체다.

◇북한에 경제를 심다 = 개성공단은 지난 10년 새 외형적으로 눈부시게 성장했다.
 
입주 당시인 2004년 15개에 불과했던 기업 갯수는 125개로 증가했으며, 연간 생산액은 1491만달러에서 2012년 4억6950만달러로 증가했다. 지난해 폐쇄 사태로 생산액이 2억2378만달러에 그치기도 했지만, 올들어 예전 추세를 회복했다. 북한 근로자 수는 2005년 6013명에서 현재 5만2289명으로 8.6배 뛰었으며, 최저임금은 50달러에서 70.35달러로 40% 올랐다. 근로자들에게 간식으로 제공하는 초코파이 양만 해도 같은 기간 13톤에서 2000톤으로 늘었다.
 
개성공단만 변한 게 아니다. 개성공단이라는 존재는 북한의 경제 체제를 크게 흔들어 놨다. 중소기업 CEO들도 개성공단이 통일에 기여하는 가장 큰 요소를 '북한 변화 유도(27.6%)'와 '남북 경제공동체 형성(23.8%)'으로 꼽았을 정도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개성공단 CEO는 "남한 시장경제를 북한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퍼뜨리는 계기가 된 것이 개성공단"이라고 귀띔했다.
 
초코파이는 변화의 대표적 사례다. 북측 근로자들에게 주는 대표 간식 중 하나에 불과했던 초코파이는 10년 만에 북한 사회의 '부의 상징'으로 자리잡으며 암시장에서 개당 10달러에 팔리고, 제삿상에까지 오르는 존재가 됐다.
개성공단 착공식 전 시범단지 전경

현재 개성공단 전경
  
◇개성공단 통일한국 주춧돌 = 많은 전문가들이 통일에 15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낸 신간에서 통일에 걸리는 시간을 15년 안팎으로 예상했으며, 권구훈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도 24일 열린 세미나에서 남북의 금융통합에 15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통일이 되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30년 4만3000달러, 2050년 8만6000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외친 것도 이같은 전망에 기초한다. 남북통일을 통해 내수시장 침체와 인력난을 해소하고 유라시아 시대의 주축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개성공단은 남북의 경제적 격차를 줄이고 시장경제가 정착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주는 토대 역할을 할 수 있다. 제2, 제3의 개성공단이 추진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지난 2월 해주ㆍ남포 등을 제 2개성공단 후보지로 꼽으며 "통일 대비를 위해 북한 진출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제2ㆍ제3의 개성공단을 마련해 남북간 경제 격차를 줄이는 것이 정치적 통일의 선결과제라고 강조한다. 조봉현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개성공단은 자연스럽게 남북간 경제격차를 줄이고 시장경제를 정착시키는 데 성공한 모델"이라며 "앞으로 제2ㆍ제3의 개성공단을 통해 남북간 경제적 이질감을 줄여 나가야 정치적 통합에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 이를 위해서는 남북간 정치적 안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6일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가 열리는 등 기류가 많이 완화됐지만, 지난해처럼 폐쇄 사태가 재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개성공단의 발전을 위해서는 공단이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며 "남북이 경제와 정치는 분리되어야 한다는 '정경분리'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국제화하려면 전략물자반출 철폐"

북 5차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서

[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북한은 26일 열린 제5차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회의에서 전략물자반출규제 철폐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략물자란 대량파괴무기(WMD)와 재래식무기, 이러한 무기의 개발,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물품이나 소프트웨어, 기술을 의미한다.

정부 당국자는 27일 "어제 열린 공동위에서 북한은 개성공단이 국제화하려면 임금수준과 근로여건이 국제 수준으로 올라가야 한다며 이 같은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우리 측은 북한에 답변을 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측은 개성공단 입주 기업이 주로 섬유 등 단순 노동집약적인 기업이어서 별로 배울게 없다는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국제화를 위해서는 전기와 전자분야 등의 물자 반출 규제 철폐가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를 편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물자는 천안함 폭침에 따른 대북 교류 중단 조치인 '5·24조치'이전부터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대외무역법’은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 국가안보, 기타 국가의 안전을 위하여 필요한 때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별도로 정하고 공고하는 물품으로 규정하구 있다 .특히 산업부문은 방산 물자 외에 모든 업종의 첨단물자를 전략물자로 정하여 수출통제를 하고 있다.

이 당국자는 "특히 미국 기술이 10% 이상 들어간 물자는 반드시 미국 상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전략물자는 엄격히 규제되고 있어 북한 측의 요구는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라고 설명했다.

북한 측은 이날 임금수준과 근로여건이 국제수준이 올라가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구체적인 수준을 제시하지 않았고 우리 측이 요구한 전자출입체계(RFID) 전면가동, 인터넷서비스 조기공급, 상사중재위원회 운영 방안 마련 등에 대해서는 함구한 것도 향후 협상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속내가 담긴 것으로 우리 정부는 분석하고 있다.

한편, 북한 측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개성공단 근로자의 임금을 조기에 인상할 것으로 요구할 것으로 정부는 관측하고 있다. 개성공단관리법은 1년에 한 차례 5%이내 임금을 올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 측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와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월 최저임금을 5월분부터 70.35달러로 현행보다 5% 인상하기로 합의하고 6월 말 지급때 적용하기로 했다.북측 근로자 임금은 최저임금에 초과·휴일근로수당, 상금, 장려금 등이 더해진다.

북한 측은 지난해 개성공단 가동중단으로 올리지 못한 것을 포함해 올해 두 차례에 5%씩 10% 인상할 것을 요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