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최고경영자(CEO)는 모호함을 취한다 ."
미국 버펄로 뉴욕주립대 창조성센터 소장인 제라드 푸치오 교수는 "GE, 애플, 사우스웨스트항공 등 세계적인 기업 전ㆍ현직 CEO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는 즉 답을 유보하고 많은 대안 가운데서 위험을 계산한 뒤 선택한다"며 이같이 말했 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창조학
석사과정을 두고 있는 이 대학을 찾은 기자에게 푸 치오 교수는 "신속한 의사결정이 능사인 것처럼 얘기하고 있지만 너무 속도에 치중하면 창조적
해답을 놓칠 수 있다"며 "열린 마음과 인내심을 갖고 주위에 서 많은 대안을 청취하는 것이 창조적 리더가 되기 위한 자세"라고
말했다.
◆국가나 사회의 창조성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 "창조성이 자라나는 세 가지 토대는 복잡성(complexity) 변화(change) 경쟁( competition)이라 할 수
있다.
사회가 발전하는 과정을 보면 복잡성→변화→경 쟁 단계로 나타난다.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언젠가는 '경쟁'이라는
장치를 통 과하는데 여기서는 개인이나 조직할 것 없이 창조성이 요구된다.
창조적인 개인이나 조직 없이 사회나 국가 번영을 기대할
수는 없다.
미국이라 는 나라도 생존을 위해 스스로 창조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은 이런 과정 에 특히 문화적인
다양성과 차이에 대한 관용이 남달랐고 이것이 창조와 혁신 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
◆가장 창조적인 국가를 든다면.
= "아일랜드를 먼저 들겠다.
아일랜드가 도입한 혁신적인 제도나 경제 성장 과 정을 보면 확실히 창조적이다.
그
다음으로 미국 독일 일본 러시아를 들 수 있 다.
국가의 창조성에는 '적응형
창조성(adaptive creativity)'과 '혁신형 창조 성(innovative creativity)'이 있다.
일본이나
러시아는 다른 나라와 달리 적응형 창조성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적 응형 창조성은 시스템 내부에서 발현되며 점진적 성격을 갖고
있다.
혁신형은 기존 시스템이나 제도를 깨는 혁명적 성격을 갖는다.
한국을 포함한 몇몇 국가를 대상으로 창조성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설문조사를 해봤다.
미국과 아르헨티나에서는 '창조성은 혁신적인 것'이라는 대답이 조금 많긴 했 지만 양쪽
모두 필요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반면 한국이나 싱가포르 등 에서는 혁신적인 것만 창조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다.
두 가지 창조성에는 장ㆍ단점이 있다.
적응형은 보수적, 혁신형은 파괴적이라 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조직 리더에게는 양자를 조율하는 능력이 필요하 다는 점이다.
영국 학자 마이클 커튼이 창조성에 관한
문화적 차이가 왜 생기는지 연구한 게 있는데 한국에 가면 확인해 보고 싶다.
한국처럼 너무 혁신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면 적응형
창조성 부류에 속한 사람 들을 무시하게 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
◆한국은 역사상 매우 창조적인 시대가 있었다.
그 후 창조성이 쇠퇴한 것을 보면 국가 사회 또는 조직이 창조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한 문 제라고 생각한다.
= "맞는 말이다.
리더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창조적인 조직이 만들어지 듯 국가 지도자에게도 같은 역할이
필요하다.
러시아 시민들은 매우 창조적이 다.
그러나 국가가 이를 제대로 발견하고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창조성
이 땅에 묻혀 있다 ."
◆창조적인 리더가 되기 위한 조건은 어떤 것인가.
= " '모호함'을 견디는 인내심, 즉각적인 판단을 유보하고 대안을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 위험을 줄이려는 자세다.
오늘날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은 정해진 해답이 없다는 점에서 모두 모호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속한 해 답을 찾으려고만 한다면
창조적인 해답을 놓칠 수 있다.
"
◆기업 쪽에서 창조적인 리더를 든다면.
= "창조적 기업 가운데 베스트 리더를 꼽는다면 잭 웰치(전 GE 회장), 스티브 잡스(애플 CEO), 허브 켈러허(사우스웨스트항공
회장), 리처드 브랜슨(버진그 룹 회장), 모리타 아키오(소니 공동 창업자) 등을 들 수 있겠다.
또 씨티뱅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처음에는 운송회사로 시작했으며 금융부문에서 빠르게 성 장), 엑손, HP(역사적으로 매우 창조적인 기업), 3M, IDEO(디자인
회사)도 매 우 창조적인 기업이다 ."
◆창조적인 조직이나 기업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 "한 가지 조건은 아이디어 타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직원이 아이디어를 내고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기업이 처한 문제는 불이 나면 급히 달려가 끄는 소방수와 같은 접근법과는 달라야 한다.
차부품사인 델파이의 유럽
공장에서 있었던 일화다.
로봇이 크고 작은 모양의 실린더 부품을 잡아 옮기다가 미세한 부품을 떨어뜨려 공장이 서버린 경우가
있었다.
여기에 한 직원이 일정한 직경 이하의 실린더는 로봇의 손이 잡지 못 하도록 프로세스를 재설계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당시 매우 훌륭한 발상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직원은 왜 그런 생각을 진작 말하지 않았느냐고 질문을 받자
자신은 수년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 전엔 아무도 묻지 않았다고 대답했 다 ."
■제라드 푸치오는
= 현재 버펄로 뉴욕주립대 국제창조성센터 소장으로 있으면 서 학부와 대학원 과정 수업을 맡고 있다.
그는 일선 학교는 물론
P&G, 3M 등 200여 기업에서 창조성 훈련과 컨설팅을 수행했다.
영국 스페인 탄자니아 싱가 포르 홍콩 등에서도 창조성을
가르치고 있다.
[버펄로 = 전호림 기자 / 김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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