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밴츠 그리고 그랜저
[매경포럼] 렉서스, 벤츠 그리고 그랜저
역사와 전설의 상징인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메르세데스 벤츠, 이에 도전하는 도요타자동차의 렉서스.
미국의 거함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가 침몰하는 가운 데 미국시장을 평정하며
세계 1위 생산업체로의 도약을 눈 앞에 두기에 이른 도요타가 고급차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타도 벤츠'에 나섰다.
최근 야후리서치가 일본인 성인남녀 25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서 '고급차로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차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벤츠 25.6%, 롤스로이스 16.4%, 렉서스 10.7%로 나타났다.
적어도 렉서스의 본고장인 일본 에서는 고급 이미지에서 렉서스가 벤츠보다 못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렉서스는 고장이 적고 기술력과 AS에서 뛰어나 '신뢰성'에서는 최고 평 가를 받고 있다.
미국 조사기관인 JD파워사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렉서스는 초 기품질, 내구품질, 상품성 등에서 모두 1위를 휩쓸고 있다.
특히 신차 100대당 결함수를 표시하는 초기품질지수의 경우 렉서스는 81점으로 벤츠의 104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
결함이 적어 고장이 잘 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렉서스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렉서스에 대한 선풍적 인기는 북미시장에서부터 일기 시작했다.
89년 판매가 개시된 이래 15년 만인 지난해 렉서스는 북미시장에서 30만대가 팔렸다.
벤츠 의 20만대를 훨씬 웃도는 규모다.
세계 시장 전체로는 렉서스의 판매량(지난해 36만대)이 벤츠(106만대)에 못 미치지만 북미시장에서는 벤츠를 완전히 제쳤다 .
렉서스는 북미 고급차시장 제패 여세를 몰아 최근 일본은 물론 한국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한국시장에서 렉서스 판매량은 436 5대로 국내 고급 수입차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BMW 4470대에 100 여 대 차이로 바짝 다가선 상태다.
벤츠는 3000여 대 수준에 그쳐 1위 경쟁에 서 한참 밀려나 있다.
대중차를 중심으로 한 도요타의 대량판매체제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 것이 바로 렉서스의 성공이다.
최저가 390만엔 이상의 렉서스 세계시장 판매가 급증한 것이 도요타가 지난해 1조엔이 넘는 순이익을 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북미시장에서 판매된 렉서스 30만대가 도요타 전체 순 이익 중 30%를 차지할 정도로 렉서스의 수익력은 좋다.
렉서스가 도요타의 이익 증대에 크게 기여했다면 최근 도요타의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도 렉서스에 크게 힘입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8일 현재 도요타자동차 주가는 5960엔으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닛케 이 종합주가지수가 최근 많이 올랐지만 아직 버블기 최고 수준의 40% 정도에 머물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볼 때 도요타의 주가상승은 주목할 만한 것이다.
도 요타가 렉서스의 탁월한 신뢰감에 고급 이미지를 부가해 고급차 시장을 제패하 려는 전략을 세우게 된 배후에는 한국 현대차가 있다.
현대차가 미국 중국 등 에서 대중차 시장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차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고급화 전략 강화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일본의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가 최근호에서 "현대차의 기세가 무섭다.
" " 일본 자동차 업계는 한국의 현대ㆍ기아 자동차를 가장 두려운 경쟁자로 인식하 고 있다"고 적고 있음은 일본 자동차 업계의 한국 경계감을 말해주고 있다.
물 론 중ㆍ저가차에서 그렇다.
그렇다면 앞으로 현대차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언제까지 대중차, 중ㆍ저가 차 이미지만 달고 다녀야 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
현대차도 중국 업체의 도전 을 받고 있다.
이를 뿌리치려면 고급화를 서둘러야 한다.
고급 제품을 만들어 고가에 팔고, 이를 통해 이익을 더 많이 내야 한다.
최근 EF쏘나타를 중심으로 현대차가 대미 수출단가를 인상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렉서스나 벤츠 정도의 값을 받으려면 한참 더 가야 한다.
렉서스와 같이 고속주행 때도 소음이나 흔들림이 거의 없고, 벤츠와 같이 웬만한 충돌에도 안전한 차를 만들 어야 값을 더 올려 받을 수 있다.
'렉서스 ES330'에 견줄 만한 모델로서 올 봄 현대차가 '그랜저 TG'의 국내 시 판을 시작했고 올해 안으로 대미 수출도 개시할 예정이라 한다.
이 모델이 세 계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초기품질지수 99로 렉서스보다 월등히 떨어지는 '그랜 저 XG'(이전 모델)의 품질을 훨씬 뛰어넘어야 한다.
99년 정몽구 회장은 취임 당시 "품질을 잡지 못하면 망한다"라는 말을 했다.
이런 품질지상주의에 바탕을 두고 고급화 전략에 매진한다면 현대차도 머지않 아 렉서스와 벤츠를 추월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명예를 걸고 슈퍼프리미엄 자동차를 만들어 내길 바란다.
[온기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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