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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보다 더 큰 경제전쟁 기다린다.

길벗 道伴 2006. 1. 11. 17:38

임진왜란보다 더 큰 경제전쟁 기다린다
◆新 10만 양병론 (上)◆

선조 15년 1582년 겨울 율곡은 병조판서에 올랐다.

오늘날로 치면 국방부 장관이다.

당시 국제 정세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이었다.

불확실성의 시대, 인재( 병력)를 키우는 것만이 유일한 대비책이었다.

이듬해 봄 율곡은 '10만 양병론'을 들고 나왔지만 철저히 외면당했다.

첫째는 국제 정세에 무지했기 때문이다.

간헐적인 오랑캐 침범은 있었지만 10만 대군을 키워야 할 만큼 위기 상황은 아니라 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서애 유성룡은 '양호유환(養虎遺患)', 즉 평화시에 군사를 양성하는 것은 호랑이를 길러 우환을 남기는 것과 같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둘째는 당쟁의 부작용을 들 수 있다.

서인과 동인이 치열하게 당쟁을 벌이면서 국익을 위한 사려 깊은 분석은 뒷전에 밀 렸다.



율곡의 10만 양병설을 반대한 유성룡은 동인이었다.

대가는 컸다.

10년 후인 1592년 임진년에 대란(大亂)이 시작됐다.

1590년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대륙으로 눈을 돌렸다.

일본의 침략 준비를 눈치챘을 때는 이미 시간이 늦었다.

가까스로 왜란을 극복했지만 17세기 초 중원을 장악한 만주족의 청에 의해 다시 한 번 전란에 휩싸였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 인재를 키울 여유도 갖지 못한 채 당하고 만 것이다.

400여 년이 흐른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첫째, 개방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

10년 후면 전세계적인 무역자유화가 불 가피하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경제전쟁이 펼쳐진다.

둘째,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이 주도하던 세계 경제가 중국 인도로 이동하고 있다 . 친디아(China+India의 합성어)의 부상은 한국에는 기회이자 위기다.

선진국에 진입 하지 못한 상황에서 친디아의 도전은 우리를 호두까기(넛크래커) 처지에 놓이게 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율곡의 10만 양병론이 지지를 얻지 못했듯이 현실의 장벽은 너무 높다.

가장 큰 문제는 평준화의 벽이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려 는 대학의 노력을 정책으로 막고 있다"고 비판할 정도다.

외국 교육기관을 유치해 교육 경쟁력을 높이자는 주장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는 동안 인재들은 엉뚱한 곳으로 몰리고 있다.

국제 경쟁력 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의대, 약대, 법대에 몰려가는 인재들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한국이 10년 후 임진왜란보다 더욱 거센 도전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으려면 이제부터라도 인재 확보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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