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의 어떤 사람이 길을 떠나면서 하인에게 일렀습니다.
"내가 없는 동안 문단속을 잘해라.
그리고 나귀가 도망가지 않도록 고삐를 단단히 묶어 두어야 한다."
주인이 떠난 뒤, 이웃에 사는 친구가 찾아와서 광대놀이를 구경가자고 했습니다.
광대놀이가 보고 싶었던 하인은 문고리에 나귀 고삐를 단단히 묶어 놓은 다음
"이만하면 되었겠지 " 하고는 밖으로 나갔습니다.
하인이 집을 비운 사이에 도둑이 들어와 값진 패물을 모조리 훔쳐 달아나 버렸습니다.
주인이 돌아와 집에 도둑이 든 것을 알고 하인을 불러 크게 꾸짖었습니다.
"내가 그토록 당부했건만 왜 집을 지키지 않았느냐 ?"
그러나 하인은 도리어 이상하다는 듯이 주인에게 대답했습니다.
"주인님께서는 저에게 문단속을 잘하고 나귀가 달아나지 못하게 고삐를 단단히
묶어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 그 외에는 지시한 것이 없었지 않습니까 ?"
주인은 기가 막혔습니다.
"이 어리석은 놈아, 문단속을 잘하라는 것은 집안의 재물을 보호하기 위해서거늘,
이제 값진 재물을 다 잃었으니 문이 있은 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
너도 이제 이 집에서 쓸모가 없는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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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지혜가 없으면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지혜있는 사람.
눈이 밝은 사람은 가야 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분간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눈이 밝다 하더라도 가야 할 곳을 찾아가지 않는다면 이 또한
아무 짝에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원효스님은 "아무리 지혜가 뛰어나다 해도 행함이 없으면 보배가 있는 곳을
알면서도 가지 않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라고 하신 것입니다.
또한 말이 튼튼하여 어디든지 갈 수 있다 하여도 눈이 어두우면 가야 할 곳을 찾지 못하며.
동쪽으로 간다는 것이 서쪽으로 갈 수도 있고 평탄한 길을 찾아간다는 것이
구렁텅이로 갈 수도 있는 것입니다.
결국 지혜와 실천은 눈과 발의 관계와 같고 수레의 두 바퀴와 같습니다.
우리 불자들은 지혜가 있다 하여 실천에 소홀해서는 안 되며,
지혜가 없이 열심히 닦기만 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이 바로 붓다(Budda,부처)와 뭇다(Mudda, 중생)의 차이 입니다.
인도에서는 붓다라는 말과 뭇다라는 말을 일상 용어로 쓰고 있습니다.
붓다는 꿈을 깬 완전한 자유인을 뜻하고
뭇다는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사람을 뜻합니다.
그래서 일상 용어로 사용할 때는 지혜로운 사람, 한 가지 기술에 능통한 사람을 붓다라 하고,
어리석은 사람이나 기술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을 뭇다라고 부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봅시다.
인도에 가면 차를 팔러 다니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차장수들의 차 만드는 모습을 보며 참으로 신기합니다.
길다란 유리잔에 끓인 홍차를 부은 다음, 엿덩이처럼 생긴 원당을 다른 잔에 넣고
뜨거운 홍차 물을 쏟아 붓습니다.
그런 다음 두 개의 잔을 양손에 하나씩 쥐고 아래 위로 번갈아 가면서 이잔, 저 잔으로
쏟아 부으면 설탕 덩이의 홍차가 잘 섞이게 됩니다.
그런데 바로 이때 뜨거운 홍차가 든 쪽의 손은 높이 들고
빈 잔을 든 쪽은 낮게 하여 붓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뜨거운 홍차가 옆으로 흘러 손을 데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한 방울도 흘리지 않습니다.
게다가 번갈아 쏟아 붓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몇 초 사이에 한 잔씩 만들어 냅니다.
차장수의 곁에는 항상 어린 조수가 있습니다.
그들은 차 만드는 방법에 익숙치 못해
손에 뜨거운 물이 튀는 바람에 잔을 깨뜨리는 일이 많은데,
이때 차장수는 조수를 향해 "뭇다. 헤이" 하며 놀리고
잘하면 "붓다. 헤이" 하며 칭찬해 줍니다.
이처럼 도를 구하는 이들은 뭇다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꿈속에서 헤매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됩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중생들은 우리의 육신 안에 있는 마음의 보물을 잃어 버리고
껍데기만 지킨다면 무엇 하겠습니까 ?
우리 불자는 각자가 간직하고 있는 마음의 보물을 잃지 않고 지키기 위한
지혜(마음의 눈)를 길러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어리석은 자의 문단속 -해인사 지족암
동곡 일타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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