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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영을 배우려면 물에 들어가서 헤엄을 쳐봐야 한다.
- 수영법을 마스터하는 게 우선이 아니다.
- 공부란 자신이 가진 미약한 것에서 시작해 계속해서 앎을 생산하고 더 나아가는 것이지,
- 무슨 방법을 알면 단번에 도달하는 게 아니다.
- 진리에 이르는 방법은 따로 없고 진리가 가는 길이 진리의 방법이다.
- 공부는 언제든 할 수 있고, 당연한 말이지만, 바로 시작함으로써만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조금 다른 것이다. 공부하는 수십만 명의 학생들이 사서 본다는 ‘공부법’이라는 책들. 나는 그것들을 읽어보지 않아서 무슨 내용이 안에 들어 있는지 모른다. 다만 그 제목이 내게 뭔가를 생각하게 한다. 그 책들은 마치 ‘당신 공부가 안되는 이유는 공부하는 방법을 몰라서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먼저 방법을 알아야 공부가 된다는 것인데, 이와 관련된 하나의 철학 논쟁이 떠오른다.

먼저 방법을 알아야 공부가 되는 것일까?
데카르트는 자신이 말하려고 했던 바를 이렇게 정리했다. “우리가 최초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기예에 의해 획득된 것이라기보다는 우리 정신에 내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간단한 규칙들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 규칙들을 갖고 곧바로 철학의 쟁점을 판정하려 해서도, 또 수학의 어려움을 해결하려 해서도 안 된다. 오히려 우리는 진리 탐구에 더 긴급히 요구되는 것을 아주 열심히 찾는 일에 이 규칙들을 활용해야 한다.” 여기서 그가 '진리탐구에 더 긴급히 요구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 바로 ‘방법’이다. 방법은 진리탐구를 위한 일종의 ‘사전준비’라고 할 수 있다.

데카르트
정리하자면 데카르트는 진리를 얻기 위해 우리에게는 '모루'와 같은 '사전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므로 그것을 얻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 준비 없이 곧바로 진리를 얻는 일에 착수해서는 안 된다고. 그에 대해 스피노자는 진리를 얻기 위한 어떤 사전 준비는 없다고 말한다. 준비는 그 '준비를 위한 준비'의 문제를 계속 제기할 것이고, 마치 공부를 한다며 연필만 깎고 있는 학생처럼, 인식은 지연되고 결국에는 회의주의자들처럼 우리는 인식할 수 없다고 말하게 될 것이다.

스피노자
하지만 스피노자식으로 말하자면 앎을 생산하기 위한 선행조건 같은 것은 없다. 방법이란 공부의 선행물이 아니라 공부의 결과물이다. 예컨대 수영법을 안 연 후에야 물에 들어가 수영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물에 들어가 조잡하게라도 수영을 시작한 후에야 우리는 수영법을 알게 된다. 사실 ‘수영법을 안다 ’는 말은 ‘수영을 할 수 있다 ’는 말일 따름이다. 그러니 ‘수영을 하는 것’과 ‘수영을 하는 방법 ’은 별도로 있는 게 아니다. 수영할 수 있는 한까지 우리는 또한 수영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셈이다.

조잡하게라도 수영을 시작한 후에야 우리는 수영법을 알게 된다.
내가 가진 것이 자갈과 나뭇가지뿐이어서 아직 공부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것은 공부를 늦추는 핑계일 수는 있어도 공부에 대한 참다운 인식은 아니다. 공부는 언제든 할 수 있고, 당연한 말이지만, 바로 시작함으로써만 시작되는 것이다. 공부란 자신이 가진 미약한 것에서 시작해 계속해서 앎을 생산하고 더 나아가는 것이지, 무슨 방법을 알면 단번에 도달하는 그런 게 아니다. 진리에 이르는 방법은 따로 없고 진리가 가는 길이 진리의 방법이다. 그리고 공부란 그 길을 스스로 내면서 나아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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