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주역 글로벌 중기 / ①와이지원 ◆
대기업마저 도전않던 `엔드밀` 30년 한우물…워런 버핏도 반한 1등기술
선적후 발견된 하자 제품도 와이지원, 전량폐기 재생산

송호근 와이지원 대표(가운데)가 인천 공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엔드밀 완성품을 점검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와이지원>
지난해 8월 세계적인 투자 대가 워런 버핏은 인천에 있는 한 중소기업에 312억원을 투자해 이 회사 지분 10%를 인수했다.
주인공은 절삭공구 제조사인 와이지원. 이 분야 글로벌 업체인 이스카의 주요 주주이기도 했던 버핏은 와이지원과 경쟁하기보다 차라리 주요 주주가 돼 이 회사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게 현명하다고 판단했다
버핏도 벌벌 떨게 만든 와이지원의 주력 제품은 `엔드밀`. 금속을 자르거나 깎아 다양한 모양으로 만드는 초정밀 절삭공구로 자동차와 기차, 항공기 기체나 부품을 깎는 데 주로 쓰이며 스마트폰과 로봇 같은 첨단 제품의 금형을 만드는 데도 필수적이다.
와이지원은 바로 엔드밀의 글로벌 1등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와이지원이 최근 다시 주목받았다.
박근혜정부가 주창한 창조경제를 실현할 방법과 길을 보였기 때문이다.
1981년 설립돼 엔드밀 하나로 세계 정상에 우뚝 선 와이지원의 송호근 대표(61)의 이야기는 말 그대로 한 권의 `창조경제 교과서`다.
그는 돈 되는 제품이라면 뭐든지 일단 만들고 보는 다른 중소기업과 달리 엔드밀 하나에 역량을 집중했다.
엔드밀은 유망 부품이지만 요구되는 기술과 품질 수준이 높아 대기업도 도전하길 꺼렸다.
송 대표는 창조적인 차별화에 나섰다.
그는 "고가 장비를 자체 생산해 원가를 낮췄고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핵심 원재료도 직접 생산했다"며
"만족스러운 품질이 나오지 않으면 미련 없이 제품을 폐기처분했다"고 전했다. 그 결과
와이지원 제품은 경쟁 제품에 비해 30% 이상 싸면서도 품질은 그 이상이었다.
목표 시장을 정할 때도 송 대표는 다른 길을 갔다.
창업과 동시에 단신으로 미국을 돌아다니며 제품을 팔았다.
처음부터 냉혹한 세계 무대와 정면 승부하며 지금은 75개국을 대상으로 제품을 팔고 있다.
송 대표는 "창조경제의 핵심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미국행 비행기 티켓은 대기업 월급의 4~5배였다.
제한된 시간 안에 가능한 한 많은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생각에 송 대표는 43일 동안 23개 도시를 돌아다니며 바이어를 만났다.
최저가 국내선 티켓을 이용했고, 주말이면 유학하던 동생 집에서 신세지며 숙박비를 아꼈다.
미국 출장이 끝나갈 즈음 한 바이어가 수표를 쥐어주며 샘플을 보내 달라고 했다.
첫 주문이었다. 기쁨도 잠시였다. 곧 이어 회사 존립을 위협하는 위기가 찾아왔다.
1982년 말 2만5000달러어치의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려고 하는데 선적 후 품질에서 작은 하자가 발견됐다.
고객사가 제시한 기준은 충족했지만 회사가 자체 설정해 놓은 오차범위를 벗어났다.
그냥 납품해도 별 문제는 없을 상황이었지만 송 대표는 전량 폐기처분했다.
품질만은 양보할 수 없다는 원칙을 직원들과 공유하기 위한 것이었다.
송 대표는 "제대로 납품도 해보기 전에 회사가 망할 뻔했다"며 "납기를 맞추려고 직원들과 36시간 동안 잠도 안 자고 일했다"고 밝혔다.
당시 위기를 함께 넘긴 창업멤버 14명 중 절반이 아직 회사 혹은 관계사에 근무하고 있다.
파죽지세로 성장한 와이지원은 1992년 미국 아칸소주에 첫 현지 공장을 설립했다.
지금은 미국을 포함해 일본, 중국, 인도, 독일, 캐나다에 9개 공장과 20개국에 현지 영업법인을 두고 있다.
엔드밀 시장 점유율은 유럽에서 18%, 미국에서 15%로 두 곳에서 모두 1등이다.
엔드밀 외에 나사 구멍을 만들어주는 `탭` 부문에서도 와이지원은 세계 4위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와이지원 본사 매출은 2789억원. 이 중 수출 비중은 75%에 이른다.
1986년부터 판매를 시작한 국내 시장에서도 점유율 50% 이상을 지켜왔다.
송 대표는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도 직접 실천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대 초반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싼값에 경매로 나온 설비와 기업을 사들였는데 이는 몇 년 후 회사가 급성장하는 밑바탕이 됐다.
와이지원은 직원 중 7.1%가 장애인이며 여성 인력은 28%, 고졸 비중은 68%에 달한다.
정년은 있지만 정년을 넘겨도 일하는데 지장만 없다면 퇴사를 강요하지 않는다.
송 대표는 "장애인이나 고령자는 오히려 열심히 일하고 떠나지 않기 때문에 선호한다"며 "인력 채용에서도
틈새시장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인 송 대표는 중견기업을 둘러싼 경영 여건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 그는 "독자 아이템으로 세계 시장을 누비는 중견기업이 많아져야 중소기업이 나아갈 길이 생긴다"며 "중견기업이 앞을 내다보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은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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