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부엌의 진화

길벗 道伴 2006. 11. 22. 10:57
"부엌의 진화"…생활패턴ㆍ관련산업에 큰 영향
박지연 씨(37ㆍ일산 후곡마을) 부엌에는 조리대 옆에 직사각형 작업대가 붙어 있다.

이른바 `아일랜드 식탁`이다.

아일랜드 식탁은 섬처럼 싱크대와 분리된 조리 공간이다.

주부가 작업하기 알맞게 보통 식탁보다는 조금 높다.

이 작업대의 특징은 거실을 향해 있다는 것. 부엌에서 일하면서 가족 얼굴을 마주 볼 수 있도록 위치를 잡았다.

"얼굴을 본다는 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지 몰랐어요." 박씨는 부엌에서 가족 얼굴을 마주 보게 되면서 생활에 큰 변화가 왔다고 말한다.

"아이들과도 더욱 친근해지고 남편과도 더욱 가까워졌어요. 남편이 더 좋아해요."

무엇보다 부엌에서 일하면서 아이들 공부를 봐 줄 수 있게 됐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한유리 씨(39ㆍ성동구 성수동)는 "부엌이 홈바 같다"고 자랑한다.

조명도 카페에서나 볼 수 있는 은은하고 잔잔한 조명이다.

남편과 분위기를 잡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저희 식탁 의자는 일반 의자가 아니라 홈바에서 볼 수 있는 멋진 의자예요. 남편과 술을 한잔 하거나, 차를 마실 때도 분위기를 낼 수 있어서 좋아요."

부엌이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밥을 짓는 공간이 아니다.

부엌이 교육 장소로, 쉼터로, 대화 장소로 가정의 중심이 되고 있다.

과거 거실과 안방이 했던 기능이 부엌으로 넘어오고 있는 셈이다.

이런 변화는 이미 새 아파트에 속속 채택돼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지난 4월 대림산업이 분양한 수원 정자동 e편한세상은 주부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32평형 중형 아파트 부엌에 미니 서재가 딸려 있었기 때문이다.

노트북 컴퓨터로 인터넷을 즐길 수 있고 편하게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보고 싶은 책을 읽을 수도 있다.

김상윤 대림산업 건축사는 "어머니가 부엌에서도 책을 읽고 공부하는 모습을 자녀에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자녀 교육 효과도 만점일 것이라고 생각해 설계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최근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공개될 때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단연 부엌이다.

부엌 위치도 함께 바뀌고 있다.

과거 같으면 뒤쪽에 배치될 부엌이 아파트 전면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방+거실+방`으로 배치됐을 아파트 앞면이 이제 `방+거실+부엌`으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현진이 부산 정관지구에 공급하는 37평형 아파트에서는 부엌이 거실을 밀어내고 주택 한복판에 들어왔다.

대우건설도 지난 8월 판교 중대형 단지를 분양하면서 일부 40평형대 부엌을 전면에 배치했다.

대우건설은 "거실과 부엌이 합쳐져서 훨씬 넓어보이는 효과를 기대한 것"이라며 "부엌이 가정공간에서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엌가구업체 한샘 김윤희 수석디자이너는 "밀라노가구박람회에 가보면 더 이상 거실이 아니라 부엌 아이템이 트렌드를 주도한다"며 "트렌드가 제시되면 1년 내에 신속하게 적용될 정도로 트렌드 변화도 빠르다"고 말했다.

부엌이 가족과 손님들이 모이는 장소로 변하면서 더욱 고급스러운 가구와 고급 가전을 두는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또 주방에만 머무르던 부엌 가구나 가전제품들이 거실로 나오는 추세다.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해 삼성전자는 올해 처음으로 밀라노가구박람회에 부스를 내고 참가하기도 했다.

[기획취재팀 = 김지미 팀장 / 김인수 기자 / 이한나 기자 / 유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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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이 달라진다 ① / 부엌의 변천사◆

`하녀에서 여왕으로.`

한국의 주거문화가 재래식 온돌집에서 단독주택, 아파트로 변화하면서 가장 많이 진화한 것이 바로 부엌이다.

재래식 부엌은 불을 지피는 아궁이 때문에 실외에 가까운 곳에 있어야 했다.

전통 사회에서 부엌은 여성이 종지에 물을 떠놓고 조왕신(부엌신)에게 가정의 평안을 기구하던 공간이기도 했다.

그후 취사와 난방이 함께 있던 온돌 구조에서 연탄을 연료로 하고 석유 곤로를 취사용구로 활용한 개량주택 부엌으로 진화했다.

70년대부터 아파트 문화가 도입되고 양식 주택이 확산되면서 본격적으로 입식 부엌이 늘어났다.

거실 바닥면 높이와 부엌 바닥이 일치하면서 당시로서는 대담한 색상을 채택해 실내 분위기를 개선하는 사례도 생겼다.

부엌가구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싱크` 제품도 이때 나왔다.

이와 함께 싱크대와 조리대 가스대 등을 종합한 `블록 키친` 개념도 서서히 등장했다.

블록 키친은 캐비닛을 공간에 맞게 나열하는 형식으로 과학적 작업대 배치가 핵심이었다.

핵가족이 늘어나고 인건비가 상승해 가사노동 대부분을 주부가 맡으면서 가사노동의 과중함을 덜어주는 것에 관심이 쏠렸다.

80년대 중동 건설 붐 등으로 경제 여건이 개선되고 정부가 아파트를 대량 공급하면서 `시스템 키친`이 등장했다.

사용자 주부의 신체조건을 고려해 과학적으로 설계된 싱크대가 도입됐고, 부엌에 설계 개념이 도입돼 과학적 동선 연구가 활발해졌다.

이때부터 싱크대를 넘어서 부엌 전체 공간으로 시야를 넓히게 됐고 주부들이 부엌을 아름답게 꾸미는 욕구도 점차 생겨나기 시작했다.

부엌가구업체 한샘에서 초창기 주방가구를 개발한 양영원 크레아디자인 대표는 "부엌가구가 거실로 노출되며 장식이 필요해졌고, 유럽의 가구 공법이 도입돼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 당시에 이미 `부엌은 거실입니다`란 도발적인 카피가 광고에 등장했을 정도다.

90년대 들어 정보통신기기 발달과 맞벌이 부부 증가로 `인텔리전트 키친` 개념이 등장했고 2000년 들어 리모델링과 인테리어 열풍 덕분에 다양한 자재와 가격대의 부엌이 선보였고 본격적으로 거실과 융합되기 시작했다.

[기획취재팀 = 김지미 팀장 / 김인수 기자 / 이한나 기자 / 유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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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변정수씨 "사업미팅도 부엌에서 해요"
◆부엌이 달라진다 ① / 부엌의 변천사◆

모델 겸 탤런트 변정수 씨(33)는 연예계에서도 손꼽히는 트렌드 리더다.

변씨가 시도한 스타일링은 늘 세간의 관심사로 떠오른다.

패션뿐 아니라 인테리어 감각까지 뛰어나 뭇 여성들의 부러움을 산다.

몇 년 전 인테리어 노하우를 담아 책을 낸 경험도 있다.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변씨의 집은 시원시원하고 호기심 많은 집주인 모습을 닮았다.

오래된 장식장과 최신 유행의 소품이, 강렬한 원색과 모노톤의 정갈함이 잘 어울려 있다.

둘째 정원이를 낳기 며칠 전 만난 그녀는 스스로 "집에 장난치기를 좋아한다"고 표현했다.

`보기 좋은 것`이 전부는 아니다.

어린 나이에 결혼해 벌써 결혼 11년차를 맞는 솜씨 좋은 `주부`의 내공 덕일까. 공간 배치는 실용성, 편리함에 맞췄다.

집은 가족들에게 가장 편안한 공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최근 부엌 인테리어를 싹 바꿨다.

변씨에게 기존의 부엌은 섬과 같은 공간이었다.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다 보면 정작 가족들과 얼굴 마주할 시간은 없는 외떨어진 공간. 주부와 가족, 주부와 손님을 서로 소외시켰던 기존 부엌 개념을 벗어나고 싶었다.

가뜩이나 바쁜 일정에 쫓기는 변씨는 집에 머무는 시간만큼은 가족과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랐다.

"하루 중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이 부엌이잖아요. 부엌에서 하는 일이 좀 많아요? 식사도 하고, 얘기도 하고, 손님 접대도 하고요. 그런 공간을 구석에 묵혀두는 것이 너무 아까웠어요."

결국 부엌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가장 먼저 개조를 결심한 곳은 아일랜드 작업대.

싱크대 옆에 바짝 붙어 제기능을 못 하던 작업대를 따로 떼어내 아일랜드형 부엌을 만들었다.

시각적으로 답답한 느낌이 사라졌다.

작업대가 식탁을 바라보고 있으니 요리를 하면서도 남편, 딸과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아일랜드형 부엌이 가족들과의 소통시간을 늘려줬다면 수납장을 개조한 것은 변씨 자신을 위한 투자였다.

복잡했던 기존 수납장은 과감히 없앴다.

대신 냉장고를 빌트인 방식으로 설치하고 원터치형 수납장을 짜 넣었다.

수납장 문이 슬라이드 방식으로 열리기 때문에 한번에 안의 내용물을 쉽게 확인하고 꺼낼 수 있다.

구석에 보관해 둔 접시를 꺼내기 위해 낑낑거리며 몸을 구부릴 필요도 없다.

살림하기가 수월해졌다.

그리고 한결 깔끔하고 정돈돼 보였다.

가구와 벽지의 색감을 조화시키는 방법도 고민을 했다.

`거실 같은 느낌`으로 꾸미고 싶었다.

수납장 색상은 지브라 무늬목으로, 벽지는 흰색 바탕에 검정색의 선으로 무늬가 그려진 제품을 선택했다.

미국 뉴욕에서 모델로 활동하며 외국생활을 했던 경험도 부엌에 대한 시각을 넓혀줬다.

딸 채원이는 학교에 갔다오면 식탁으로 쪼르르 달려와 앉는다.

그곳에서 엄마와 공부도 하고 학교 얘기를 나눈다.

남편도 부엌에 머무는 일이 부쩍 늘었다.

변씨는 "남편이 음식 준비나 설거지를 하며 부엌이 예쁘니 도와줄 맛이 난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변씨 자신도 집에 있는 시간 중 대부분은 부엌에서 보내게 됐다.

"남편과 채원이 아침 차려주고 나면 부엌에서 책도 읽고 사업 구상도 해요."

벽에 닿은 한쪽 면에는 와인을 진열해 뒀다.

와인 글라스와 치즈, 과일만 준비하면 즉석에서 근사한 와인바로 변신한다.

"전 친구들이 오거나 사업 관련 미팅을 할 때도 식탁으로 안내해요. 거실보다 부엌이 편하거든요. 얘기하다 출출하면 간식도 내고요. 거실로는 잘 안 가게 돼요. 결국 거실 탁자를 아예 치워버렸죠."

집을 다녀간 친구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빌트인 냉장고와 슬라이드 방식의 수납장, 아일랜드형 부엌은 친구들 사이에 곧 화제가 됐다.

변씨처럼 부엌을 개조하는 친구들이 여럿 있었다.

그는 "친구들이 너 때문에 돈 들었다고 농담을 하면서도 투자 이상의 효과를 봤다며 다들 만족해 했다"고 말했다.

변씨에게 궁극적으로 원하는 집의 모습을 물었다.

그는 부엌에 더 욕심을 냈다.

변씨는 "부엌을 더욱 시원하게, 트인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큼지막한 창도 하나 더 내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이 식탁 주위를 자유롭게 오가고, 주부는 즐겁게 일할 수 있고, 가족과 생활을 나누는 중심 공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부엌은 열린 공간이어야 해요. 그래야 주부가 즐겁고 가족도, 집을 찾은 사람까지 행복해지죠."

[기획취재팀 = 김지미 팀장 / 김인수 기자 / 이한나 기자 / 유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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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21 18:00:02 입력

 




 

2006.11.22 07:09: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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