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끝났지만 여러 논쟁이 가득하다.
우리 협상단이 진정으로 국익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협상 결과가 어떻든 농업 분야 피해는 불가피하다.
우리 농업의 근간을 흔들 정도로 크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협상을 잘해 피해 규모가 크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이를 극복해가는 데 우리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지난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우리 농업 모습은 크게 달라졌다.
우선 생산기반이 크게 바뀌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논 경지정리율 82.2%, 벼농사 기계화율 89.9%, 수리답률 78%로 이제 소를 몰고 땅을 일군다든지, 농부가 직접 모내기를 하는 광경은 농촌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친환경ㆍ고품질 농산물 생산이 보편화하고 있다.
채소나 과일은 제철이 아니라도 언제든 먹을 수 있게 됐고 친환경인증제, GAP(우수농산물관리제) 등 안전성 기준 틀 속에서 소비자들은 다양한 선택 기회를 갖게 되었다.
농업의 규모화도 확대됐다.
쌀 농가 중 5% 수준인 `3㏊ 이상 전업농`이 쌀 재배면적 중 22%를 담당하고 있고, 양돈 농가 중 24%인 `1000마리 이상 전업농가`가 전체 돼지사육 가운데 78%를 차지한다.
흔히 농정실패 근거로 높은 농산물 가격을 든다.
우리 농산물 가격이 비싼 것은 사실이다.
가구당 경지면적이 1.4㏊인데 아무리 규모화를 하더라도 가구당 경지면적이 176㏊인 미국과 가격을 가지고 경쟁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우리 농업이 갈 길은 무엇인가. 품질 경쟁력이다.
소득 증가와 웰빙(참살이) 영향으로 고품질ㆍ안전 농산물에 대한 수요는 크게 늘고 있다.
가격으로는 힘들지만 품질로 승부할 수 있다.
최근 한우산업이 그 예다.
고품질 브랜드화로 시장 공략에 성공하고 있다.
결국 반도체와 같이 높은 품질을 갖춘 농산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핵심은 사람이다.
농업 개방시대에 대응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식ㆍ기술ㆍ사업가적 마인드를 가진 농업인이 필요하다.
최근 한국농업대학이 졸업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농업대학 졸업생 평균소득이 5990만원에 달했다.
이는 농가평균 가구당 소득(3230만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되고 도시근로자 가구소득(4132만원)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농업대학 졸업생 소득이 높은 것은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젊은 농업인들이 고품질ㆍ고가 농산물로 승부한 결과다.
정부는 앞으로 우수한 인적자원 육성을 농업정책의 핵심과제로 추진해 나갈 것이다.
젊고 유능한 창업인력을 발굴하고 연간 5만여 명에게 맞춤형 경영ㆍ기술 전문교육과 컨설팅을 지원할 계획이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우수농가가 경영 규모를 확대하고 경영 안정을 기할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지원해 나갈 것이다.
30~40% 관세가 국내 농업에 보호벽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우리가 기댈 것은 높지 않은 관세장벽이 아니라 품질이다.
우리 농업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기술력과 품질을 갖출 수 있다.
개방 파고를 두려워하지 않고 이를 극복해 나가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대응할 때 비로소 우리 농업에 희망이 보일 것이다.
과거 UR, 한ㆍ칠레 FTA 때도 우리 농업이 다 망한다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우리 농업인들은 슬기롭게 극복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슬기롭게 극복해 가는 저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박홍수 농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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