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책공업대 졸업자 인건비가 월8만4천원
‘역 넛크래커’ 활용할 수 있는 최적 요건 갖춰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경기불황에 남북관계 경색까지 겹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도 “일거리가 없어 직원들을 무급휴가 보내는 곳이 많다”고 전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개성공단을 발판 삼아 승승장구하는 기업이 있다. 대화연료펌프의 유동옥(사진) 회장은 최근 <한겨레> 기자와 만나 “개성공단의 힘으로 수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며 “현재 조건으로서도 향후 10년간 전세계에서 개성공단의 경쟁력을 따라올 데는 없다”고 말했다.
■ 개성공단 덕분에 수출 급신장 대화연료펌프는 개성공단에서 연료펌프와 필터 같은 자동차부품을 생산해 전세계 60여 나라에 판매한다. 개성공단에 1공장을 세운 것은 2005년이다. 현대자동차에 납품하고 있지만 현대차가 국외에 현지공장을 건설할 때 따라가지 않았다. 개성공단이 여러모로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유 회장의 판단은 현재까지 성공적이다. 주문이 밀려 지난해 8월에는 개성공단 내 2공장까지 완공했다. 수출도 지난해 2200만달러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는 40% 가량 늘어난 3천만달러를 목표하고 있다. 유 회장은 “개성공단의 우리 공장에서 일하는 910명의 노동자 가운데 김책공업종합대학 등 대졸자가 20%가 넘을 정도로 자질이 우수하고, 인건비는 월 60달러(약 8만4천원)에 불과해 가격경쟁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개성공단 제품으로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라스베이거스 등에서 열린 국제 자동차부품전시회에도 참가해 1천만달러의 계약을 따냈다. 그는 “전시회에서 ‘이런 좋은 제품을 이만한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개성공단 공장의 생산량이 한계가 있어 지금 주문하지 않으면 놓칠 수 있다’고 했더니 앞다투어 계약을 청했다”고 말했다.
■ 개성공단은 ‘넛크래커’ 돌파구 유 회장은 개성공단을 현재 한국이 처한 ‘넛크래커’(nutcraker)의 해결방안으로 제시했다. 넛크래커는 한국의 수출산업이 일본에는 기술 및 품질경쟁력이, 중국에 견줘서는 가격경쟁에서 밀리는 현상을 일컫는 것이다. 하지만 유 회장은 오히려 ‘역(逆) 넛크래커’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최근 일본은 엔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중국도 인건비가 계속 올라가는 추세입니다. 구매자(바이어)들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은 이런 상황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요건을 갖췄습니다.”
개성공단의 현실적인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 유 회장은 남북관계 경색보다 이에 파생된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의 태도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큰 어려움 없이 운영하고 있는데도 개성공단 관련 뉴스가 나오면 걱정하는 전화를 걸어와 ‘개성공단이 폐쇄되느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에 따르면 2008년 말 현재 개성공단에 93개 기업이 입주해 지난해 2억7천만달러 어치의 제품을 생산했고, 입주기업들의 남쪽 협력·거래업체수는 3300여개에 이른다.
남북경협 업자들 `애로' 호소>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9.01.15 22:28
김정태회장 "남북경협은 20년전 보수정부때 시작"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개성공단을 둘러싼 남북간 파워게임이 너무 절박해 요즘 한달에 1,2억원씩 운영 적자가 나고 있다."
"남포-인천간 물류비가 남미에서 우리나라로 오는 물류비와 비슷한데, 개성-평양간 고속도로는 화물차가 다니지 못하게 돼있다."
"개성공단 인근 도로망이 안좋아 통근버스가 시속 3,40km밖에 못 달리니 도로부터 좀 잘 닦아달라."
남북경협 업체들의 애로사항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중소기업 남북경협 활성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는 평양 등 북한 내지에서 교역이나 임가공을 하는 업체와 개성공단 업체 관계자 등 300여명이 모였다.
중소기업남북경협교류회 김정태 회장은 "남북경협하면 지난 10년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만으로 생각하는데 본래 그보다 앞서 보수정부 때인
노태우 대통령이 1989년 남북교류를 허용, 당시 분단 40년만에 처음으로 북한산
모시조개가 국민들의 밥상에 오르면서 시작됐다"고 지적하고 "대북 쌀지원을 '퍼주기'라고 언론과 정치에서 매도하는데, 쌀 15만t을 북측에 지원한 것은 바로 1995년
김영삼 정부 때였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남북교액 총액이 처음으로 100억불을 통과했음에도 북한 진출 기업들은 다른 해외 진출기업들과 달리 자금 지원 등의 혜택을 입지도 못했다"며 "단적으로
남북협력 기금 집행 총액의 0.2%만 대북 임가공 사업 및 교역 사업자들의 대출에 쓰였다"고 말하고 "기업체가 5억원 이상을 북한에 투자하면 매번 국회에 보고해야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평양에서 봉제 임가공을 하는 (주)스칼레아의 동방영만 사장은 "임가공업을 하는 우리 사이에선 `옷도 생물'이라고 말하는데 납기일을 지키지 못해 철이 지난 옷감은 생물이 죽은 것으로 얘기한다"며 "북한에서 사업을 하면서 이런 피해가 잦다"고 말했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 문창섭 회장은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이 마치 정부에서 돈받으며 경영하는 것처럼 알려졌는데 공돈은 단 한푼도 없다"며 "남북협력기금에서 융자받아 다 상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개성에서 N사를 운영하는 박모 사장은 "3년전 개성 공단 입주가 확정됐을 때 윤만준 당시
현대아산 사장이 내게 '로또에 당첨된 것을 축하한다'고 말하기에 집사람에게 얘기했더니 '이제 우리는 망했다'고 하더라"며 "요즘 매출은 저조하고 자금순환도 잘 안돼 아직 개성공단에 들어오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드물지만 성공담도 나왔다.
개성에서 '대화연료펌프'라는 회사를 운영하는 유동옥 사장은 "여러 회사들이 공장을 하나씩 더 지으며 나름대로 잘 운영하고 있다"며 "환율도 좋아 올해 수출 목표를 40% 증가로 잡을 만큼 개성은 분명 경쟁력이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sungj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