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선 `흔한` 아이템? 여기선 `흥행` 아이템!…장소의 힘
인쇄광고를 디지털로 바꾸니 인지도·매출↑
같은 주제 같은 제품도 장소따라 울고 웃어
바르셀로나의 피카소와 파리의 피카소. 사람은 같지만 둘은 다르다.
스페인 말라가에서 태어난 피카소는 바르셀로나에서 그림을 배웠지만, 전통 회화가 대접을 받던 그곳에선 1인자인 카사스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파리로 간 피카소는 달랐다.
파리는 그의 새로운 화풍에 반응했고, 전통 회화보다는 참신한 그림에 점수를 줬다.
바르셀로나에 머물렀다면 인정받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피카소가 파리에서는 새로운 화풍을 이끄는 거장이 된 것이다.
일이 잘 되려면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게 `어디서`라는 질문인 듯하다.
바르셀로나에선 2인자로 머물렀을지도 모르는 예술가가 파리에서 1인자로 거듭났다.
무언가 세상에 영향을 미치려면 장소성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다.
요즘은 이와 같은 장소의 이동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시기가 아닌가 한다.
지난해 구글 아르헨티나는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 `인쇄에선 주목받지 못했던 광고를 디지털로 옮겨보면 어떨까`라는 것이었다.
먼저 2012년 아르헨티나 국내광고제에서 탈락한 광고를 찾았다.
수상에 실패한 광고를 디지털 캠페인으로 바꾼 다음 가장 큰 광고제인 칸 페스티벌에서 상을 탈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구글은 아르헨티나의 쇼핑몰인 `Minicuotas Ribeiro`의 인쇄 광고를 선택했다.
`같은 값이면`이라는 뜻의 `for the price of`라는 테마로 전개된 이 광고는 매달 커피값, 담뱃값 정도의 아주 적은 돈을 할부로 지불하면 갖고 싶은 걸 살 수 있다는 `익숙한` 메시지를 전한다.
구글은 이 인쇄 광고를 같은 테마의 디지털 광고로 새롭게 제작했다.
새롭게 선택한 매체는 택시였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택시 50대 뒷좌석에 스크린을 설치하고 미터기와 연결했다.
미터기에서 택시 요금이 올라갈 때마다 그 요금과 같은 금액의 할부금으로 살 수 있는 쇼핑몰 상품을 스크린으로 보여줬다.
인쇄 광고에서처럼 택시 한 번 탈 요금을 매달 아끼면 TV도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디지털로 만들어진 LG전자 로봇청소기 광고. 디지털로 옮겨간 `먼지 인형과 청소기 이야기`는 유튜브에서 놀라운 클릭 수를 기록했고, 신제품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도가 높아졌다. 디지털에서는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오랜 시간 동안 재미를 줄 수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어떤 손님은 TV 할부금만큼 택시 요금을 채우기 위해 목적지보다 더 멀리 가기도 했다고 하니 소비자의 관심을 제대로 이끌어낸 듯하다.
이 `작전`은 2주 만에 450명의 소비자를 매장으로 이끌었으며, 인터넷 사이트 유입도 늘어났다.
게다가 2013년 칸 페스티벌에서 골드상을 수상했다.
인쇄 광고가 디지털로 옮겨가면 얼마나 더 크리에이티브해질 수 있는지 증명한 셈이다.
같은 주제, 같은 발상이라도 만나는 장소가 달라지면 참신함도 달라진다.
LG전자는 작년 새로운 형태의 로봇 청소기를 출시했다.
둥근 형태의 청소기로는 구석까지 청소할 수 없었던 것을 감안해 방 형태에 맞게 사각형 청소기로 업그레이드했다.
LG전자는 유럽 시장에 해당 제품을 출시하면서 인쇄 광고를 제작했다.
구석에 숨어 살던 먼지들이 새로운 청소기에 공포를 느끼고 도망간다는 재미있는 얘기였는데,
먼지들은 귀여운 느낌을 주는 캐릭터로 표현됐다.
이 이야기를 디지털로 장소를 옮기면 어떨까.
같은 이야기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동영상으로 제작됐다.
구석까지 소탕 작전을 벌이는 청소기에 놀라는 먼지 인형 이야기로 재탄생한 것이다.
평화로워야 할 크리스마스에 청소기를 피해 도망다니며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개사한 `더티 나이트(Dirty Night)`를 구슬프게 부르는 먼지 인형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이끌어냈다.

`장소의 이동`은 새로운 아이디어의 출발이다.
요즘 방송 채널들은 프로그램 성격에 맞게 각자의 오디션을 개최하느라 분주하다.
신인들을 위한 오디션부터 기성 가수 혹은 밴드까지 각자의 무대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관객을 감동시키지 못하면 다음 무대에 오를 수 없다.
그래서인지 관객의 표를 얻기 위해 가장 많이 시도하는 것 또한 장소의 이동이다.
트로트를 록으로, 발라드를 힙합으로 이동시킨다.
익숙한 노래가 새로워지는 걸 보면 관객들은 환호한다.
늘 듣던 노래에 참신함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는 어디든 있다.
다만 널리 퍼질 장소를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다.
빛을 보지 못하던 아이디어도 알맞은 장소를 찾으면 1인자 피카소가 될 수도 있고,
트렌드 리더가 될 수도 있다.
지금 아이디어가 참신하지 못하다면 장소를 이동시켜라.
인터넷이 없었던 1980년대 이미 `사이버 스페이스`라는 용어를 만들며 네트워크 세상을 배경으로 소설을 쓴 윌리엄 깁슨은 "미래는 여기 있다.
아직 널리 퍼지지 않았을 뿐이다"고 했다.
[신숙자 HS애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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