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방법, 팬덤

길벗 道伴 2013. 8. 10. 14:33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방법, 팬덤

팬덤의 경제학 / 제레미 D 홀든 지음 / 이경식 옮김 / 책읽는수요일 펴냄

대중·시장은 감정적, 원하는 정보만 수용…동조자 많을수록 더 신봉하게 돼
아이언맨의 메가히트 현대차 성공도 팬덤

 

요~물, 내 마음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개그콘서트에서만 흘러나오는 유행어가 아니다.

적어도 이 시대의 가장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한 상품 앞에서 고객의 마음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떤 상품은 예고 없이 신드롬을 일으키며 메가 히트 상품이 되는가 하면

승승장구하던 브랜드가 한순간에 소비자들의 배신으로 시장에서 퇴출당한다.

그런가 하면 허술한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고, 자격 미달 후보자가 당선된다.

그것이 오늘날 시장의 정체다. 결국 대중의 가슴을 두드리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바로 시장을 지배하는 거대한 유령, 팬덤(Fandom) 때문이다.

오늘날 팬덤은 도처에 있다.

자동차부터 문화상품, 심지어 대통령 선거까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에 대중들은 본능적 편의를 위해 정보를 삭제하고 편집해 구미에 맞는 정보만 수용한다.

그리고 동조자들과 결속해 내 의사결정이 틀릴지도 모른다는 잠재적 불안을 해소한다.

 이러한 팬덤은 연결되기 쉬운 네트워크 세상에서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팬덤의 경제학`은 기존의 마케팅 구루들에게 카운터펀치를 날리는 책이다.

 팬덤이야말로 약자가 강자를 이길 수 있으며, 작은 아이디어로 시장의 흐름을 단번에 뒤엎을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제레미 D 홀든은 세계 3대 광고대행사인 퍼블리시스 카플란 탈러의 브랜드ㆍ마케팅 부문 최고전략책임자다.

 P&G 씨티그룹 네슬레 유니레버 힐튼 등의 마케팅을 담당했다.

그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은 "시장은 논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글에서 읽었는데, 그 사람은 아랍인입니다." 매케인의 연설 연단에 갑자기 올라선 여자가 횡설수설 내뱉은 말이다.

 2008년 미국 대선에서 많은 공화당 지지자들은 오바마를 이슬람교도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매케인 후보가 이를 부정했고, 공화당은 선거에서 졌다.

지지자들이 매케인이 자신들의 믿음을 저버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팬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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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악동이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마약과의 싸움을 계속하겠다고 팬들과 약속했고 팬들은 거대한 `팬덤`을 형성해 그와 아이언맨을 지지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할리우드 스타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였다.

  `아이언맨`에서 철갑 수트를 입고, 지능과 돈을 자랑하는 이 매력적인 슈퍼히어로는 한때 대중의 지탄을 받는 악동이었다.

5세에 `파운드`로 데뷔한 아역 스타였음에도 1990년대 들어 그는 여러 차례 마약 복용으로 체포돼 재활 치료를 받았다.

배우 인생은 벼랑끝에 몰렸다.

하지만 그는 대중과 사회적 계약을 맺었고 사람들은 그를 다시 받아들였다.

`그가 마약과의 싸움을 계속해나가며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한, 용서할 것`이라는 계약이었다.

 대중은 누군가 큰 잘못을 저지른 다음에 그 잘못을 뉘우치며 고치려 할 때 그 사람을 칭찬한다.

 하지만 또 다른 사람이 거만하다는 이유로 아주 사소한 잘못을 저지르기만 해도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이것이 팬덤의 못 말리는 특징이다.

팬덤을 만드는 핵심은 광신자ㆍ신봉자ㆍ신도의 세 집단을 차례로 사로잡는 것이다.

 최초의 관심에 불을 지피는 광신자가 없다면 신봉자는 자기 의견을 내지 못한다.

그리고 신봉자의 신중한 보증이 없다면 신도는 좀처럼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다.

 세 집단은 각자의 역할을 담당하면서 수동적인 사람들까지 끌어들인다.

대표적인 예로 1999년 페이크 다큐멘터리 공포영화 `블레어 윗치`를 들 수 있다.

 이 영화는 개봉 1년 전부터 공포스러운 웹사이트를 통해 조금씩 정보를 공개했고, 입소문이 나도록 했다.

웹사이트 조회수는 300만을 넘어섰고 그렇게 만들어진 광신자 집단은 신봉자를, 다시 신도를 만들어냈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영화를 홍보했다.

 영화는 50만달러의 제작비로 2억5000만달러를 벌어들이는 경이적인 성공을 거뒀다.

이러한 예는 부지기수다.

데이비드 레터맨이 TV쇼에서 "우주 비행사를 깜짝 놀라게 할 장난으로 우주선의 중앙 계기판에 현대 로고를 붙여놓으면 된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현대차의 미국 내 존재감은 미미했다.

터닝포인트가 된 것은 `현대 어슈어런스`라는 프로그램. 2008년 말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 현대차는 할부로 구매한 고객 중 구매일로부터 1년 이내에 실직하거나 파산하거나 상해를 입으면 추가 비용 없이 차를 딜러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파격적 조치는 소비자의 불안한 마음을 직접 어루만졌다.

현대가 어디서 왔든 간에 그들은 미국의 다른 자동차회사보다 평범한 미국인의 편에 더 가깝게 서 있다는 인상을 심은 것이다.

 현대차는 북미 시장에서 2009년 43만대, 2010년에는 53만대를 팔았다.

 현대차는 단순한 마케팅을 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과 사회적 계약을 맺은 것이다.

저자의 또 다른 조언은 최고 신봉자를 활용하라는 것.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도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신봉자들을 거느리는 매력적인 브랜드가 됐다.

 이는 애플의 매력뿐만 아니라 스티브 잡스라는 리더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CEO이기 이전에 대중의 감정을 좌우하는 최고 감정 책임자였던 것이다.

 

팬덤 마케팅에서는 비논리적 비약도 포용해야 하고, 소셜미디어를 이용한다면 더 좋다.

 마치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처럼 팬덤은 확산될 것이다.

21세기에는 그렇게 상품이 팔린다.

[김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