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 Biz] 세계최고 모로코 가죽은 `냄새 지독한` 전통에서 나온다
가죽 패션의 기원을 찾아 떠난다면 어디로 가는 것이 좋을까. 보통 사람들은 이탈리아나 프랑스 등을 이야기할 것이다. 수백 년 전통을 보유한 가죽 전문 브랜드가 많고, 우리에게 이름이 익숙한 것도 많기 때문에 그것이 당연한 `정답`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는 가죽 패션 기원을 찾는 여행의 목적지로 모로코 고대도시 페스(Fez)를 선택했다. 도무지 패션과는 관계가 없어 보이는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가장 트렌디한 패션의 한 장르로 자리 잡은 가죽 패션을 찾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할 사람이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로코에서 가죽 패션의 유래를 찾을 수 없다는 생각은 패션이라는 단어를 너무 제한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패션은 시대를 초월한, 모든 곳, 그리고 모든 것이다. 이 때문에 현대와 미래적 이미지를 가진 곳에서만 패션을 발견하려고 하는 것은 다소 편향된 것처럼 보인다. 가죽 패션 유래가 석기시대인들이 추위에서 몸을 보호하기 위해 짐승을 사냥해 이들 가죽과 털을 활용한 옷을 만든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과거에서 이 가죽 패션 유래를 찾아야 마땅하다. 그리고 사냥에 능했던 아프리카인들이 오히려 가죽 가공에 능하다는 유추도 해볼 수 있겠다. 실제로 가본 모로코 페스는 가죽 제품을 만드는 원재료가 되는 원피에 있어서는 이탈리아를 능가하는 가죽 패션의 메카와 같은 곳이었다. 먼저 모로코라는 나라를 보자. 아프리카에 위치하고 있지만 유럽 문화가 섞여 아주 이색적이고 독특한 문화예술적인 향기를 가지고 있다. 이곳 고대도시 페스는 수천 년 긴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고대도시 가옥 형태가 화석으로 그대로 남아 있고, 9000여 개 골목으로 이뤄져 세계 최대 미로도시라는 평가를 얻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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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페스의 상징은 단연 가죽염색 작업장인 `테너리`다. 테너리라는 단어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치 커다란 팔레트를 깔아놓은 것 같은 엄청난 규모의 작업장에서 수많은 인부가 가죽을 염색하기 위해 투입된 장면은 TV 다큐멘터리나 각종 자료 사진을 통해 심심치 않게 등장할 정도로 유명하다. 언제 시작됐는지조차 알기 어려울 정도로 오랜 시간 동안 페스 테너리에선 가죽을 염색해 제품을 만들어 왔다. 적게 잡아도 이 역사가 수천 년에 달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중요한 것은, 이 역사가 역사에 머무르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와 아직까지도 세계 최고 수준 가죽을 생산해 가죽 패션의 근원지이자 메카로 꼽히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와 현재, 모든 시대의 가죽 패션을 가능하게 한 곳인 셈이다. 오히려 과거엔 단순한 가죽염색 작업장이었던 이곳이 지금에 와서는 모로코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곳이 됐다. 페스 가죽작업 공정 방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대 시설과 차별되는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가죽 제품을 만드는 기본 재료가 되는 원피 품질은 세계 최고라고 하지만 멋진 가죽 관련 디자인 제품 하나도 찾아보기 힘들다. 수만 명의 관광객과 바이어들을 끌어들일 만한 매력이 언뜻 봐선 뭔지 잘 알 수 없다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필자는 페스의 테너리 방식과 현대 방식 중 어떤 것이 더 좋고 효율적이냐를 이야기하는 것이 이 이야기의 포인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과연 얼마나 많은 나라가 인류가 탄생했던 당시부터 존재해 왔던 의류 문화, 즉 패션 문화를 지금까지 이어오며 계승시키고 있는지, 그리고 이를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다.
현대의 빠르고 편한 가죽 염색과 제조 방식이 아니라 불편하고 냄새도 지독한 그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세계 최고 가죽`은 과거의 우직한 방식에서 나온다는 자부심과 믿음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모로코는 이 가죽염색 작업장을 통해 생산된 가죽 원피를 수출해 외화 벌이를 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이를 관광지화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패션의 비즈니스화가 잘 이뤄졌으면서도 보통 방식과는 조금 다른 아주 특별한 모범 사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로코 페스의 테너리는 깨끗하게 정리된 쾌적한 환경의 작업장과는 거리가 멀다. 전문화된 마케팅도 영업도 없다. 새로운 기술 개발도 찾아보기 힘들다. 골목은 지저분하고 가죽 냄새가 진동한다. 하지만 무조건 깨끗하고 현대적이며 편리한 것이 언뜻 보아선 가장 화려해 보이는 패션의 미덕은 아니다. [장수영 세종대 패션비즈니스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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