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Guru] 빛의 제국·검은 꽃…한국 대표 젊은 소설가 김영하 씨
"바보같지만 이상하고
대담한 생각이 창조의 원천" | |
기사입력 2013.03.29 14:02: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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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소설가는 뛰어난 혁신가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스토리를 창조하기 때문이다. 늘 참신한 아이디어를
찾는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기업가와 다를 게 없다.
그렇다면 소설가에게 창조의 원천은 무엇일까.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소설가 김영하 씨(44)는 뜻밖에도 "어이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이상하고 대담한 생각들이야말로 창작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들으면 웃어버립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해서죠. 그러나 새로운 아이디어는 이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새로우니까요."
그렇다면 소설가는 어떻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전시킬까. 김 작가는 "고독의 시간을 갖고 혼자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킨다면 누구나 수준 높은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창조에는 고독으로 뜸을 들이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다음은 김 작가와의 일문일답이다.
그렇다면 소설가에게 창조의 원천은 무엇일까.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소설가 김영하 씨(44)는 뜻밖에도 "어이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이상하고 대담한 생각들이야말로 창작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들으면 웃어버립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해서죠. 그러나 새로운 아이디어는 이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새로우니까요."
그렇다면 소설가는 어떻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전시킬까. 김 작가는 "고독의 시간을 갖고 혼자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킨다면 누구나 수준 높은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창조에는 고독으로 뜸을 들이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다음은 김 작가와의 일문일답이다.

-당신 소설의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왔나.
▶소설로 세상에 나온 아이디어는 소설가의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 100개 중 1~2개에 불과하다. 바보 같고 어이없는 생각을 하는 중에 떠오른 한두 가지가 소설이 된다. 그래서 나는 이상하고 대담한 생각들로 소설을 시작하려고 한다.
-당신은 대담하고 이상한 아이디어로 시작해 걸작이 된 대표적인 사례로 카프카의 `변신`을 꼽는다.(변신은 `불안한 꿈을 꾸다 깨어난 어느날 아침, 그레고르는 잠자는 침대 속에서 자신이 한 마리의 흉측한 벌레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이상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소설쓰기는 한 문장을 쓰고 그다음 문장을 말이 되게 이어 쓰는 작업이다. 카프카는 대담한 첫 문장으로 변신을 시작했다. 만약 타인의 의견을 구했다면 `이상하다`는 얘기를 듣고 포기했을 것 같다. 그의 아버지가 봤다면 카프카에게 `미쳤구나` 했을 것이다. 예술가든 아니든, 처음부터 대담한 아이디어를 던지는 게 중요하다. 그러고는 타인과 협의 없이 밀어붙이는 힘과 정신이 필요하다. 플로베르가 소설 `보봐리 부인`을 쓰고는 3박4일 동안 친구들 앞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친구들은 `바람난 여자 이야기다. 재미가 없다`며 출간을 반대했다. 그러나 플로베르는 보봐리 부인을 발표했고 세계 문학사에 남는 명작이 됐다.
-당신 소설은 어떤가. 남들이 반대했나.
▶소설로 완성된 작품들은 처음 구상 단계에서 남들이 반대했던 것들이다. 동인문학상을 받은 `검은 꽃`은 1905년 멕시코로 이민 간 사람들의 얘기다. 주변에서는 "멕시코 이민 1세를 일컫는 `애니깽` 얘기 아니냐"며 "쓰지 말라"고 했다. 8개국에서 번역됐고 만해문학상을 받았던 `빛의 제국`도 주변에서는 "끈 떨어진 간첩 얘기"라고 반대했다. 반면 처음부터 될성부른 아이디어는 정작 소설을 쓰는 단계에서는 추진력이나 모멘텀이 생기지 않았다.
-처음에는 좋다 싶었던 아이디어가 소설이 되지 못했다는 게 뜻밖이다. 그렇다면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될 것 같다` 또는 `안 될 것 같다`고 미리 판단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렇다. 가장 나쁜 게 `판단`이다. 영어에서는 `판단하지 마라`(Don`t be judgmental)는 말도 있지 않은가. 판단은 보류하고 거친 아이디어를 북돋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발상과 구상 단계에서는 나 자신을 억압하지 않으려 한다. 처음 구상 단계에서는 어떤 것도 확신하지 않는다.
-남들과 협의 없이 아이디어를 밀어붙이는 힘이 왜 필요한가.
▶학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고 그룹을 지어 스토리를 만들게 한 적이 있었다. 독창적이지 않고 대단히 진부한 이야기만 나왔다. (집단 토의의 일종인) 브레인스토밍이나 그룹싱킹이 효과가 없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새롭기 때문에 이상하게 들린다. 그래서 사람들로부터 웃음을 산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브레인스토밍과 같은 집단 토의 중에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스스로 거둬들이는 자기검열을 한다.
반면 똑같은 거리를 주고 집에서 혼자 스토리를 만들어라고 하면 독창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하루치 신문을 주고 각자 이야기를 만들어라고 하면 학생마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고 온다. 우리는 충분한 고독의 시간을 갖고 혼자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직원들에게 혼자서 조용히 생각할 수 있는 방을 만들어준 회사도 있다고 들었다.
-예술가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자신을 표현한다. 당신은 `누구나 지금 당장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왜인가.
▶인간은 노동자가 아니라 예술가로 태어난다. 훈련ㆍ교육을 통해서 노동자가 될 뿐이다. `쉘위댄스`라는 영화가 있다. 춤바람 난 중년 직장인의 얘기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정말 열심히 춤을 춘다. 우리 내면에는 그런 예술가적 본성이 있다. 인간은 예술가로 태어났지만, 정작 예술가로 살 수 없다 보니, 그 같은 본성을 억누르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 안의 예술가들이 다시 움직일 수 있다면 삶은 더욱 활기차고 건강하게 될 것이다.
-예술가적 본성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표현하려는 욕구인가.
▶그렇게 볼 수 있다. 자기 내면에 숨어 있는 부분을 표현하는 것이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부분은 우리 내면의 아주 작은 부분이다. 공포심과 욕망, 욕구 등 다른 많은 부분들이 인간의 내면을 구성한다. 이것은 예술로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20세기는 사업가의 시대였다. (세계 최초로 자동차 양산에 성공한) 헨리 포드가 대표적이다.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디자이너의 시대가 됐다. 스티브 잡스도 어떤 의미에서는 디자이너다. 그러나 지금은 점점 예술가의 시대가 되고 있다. 노래하고 연기하고 춤추며 자신을 표현하는 연예인이 숭상을 받지 않는가. 트위터 폴로어 수 1위는 연예인인 레이디 가가다. 예술가들이 정치가와 사업가들을 압도하고 있다. 연예인 숭상을 나쁘게 볼 필요가 없다. 대량생산의 시대가 끝나고 인간 본연의 모습에 다가가고 있다는 증거다.
-직장인들은 예술가적 본성을 발휘할 여유가 없다. 자기를 표현하기는커녕 상사 눈치만 본다.
▶예술적 본능은 억눌려 있다고 해도 사라지지는 않는다. 음습한 양상으로 예술적 욕망이 드러난다. 뒤에서 남을 욕하는 뒷담화를 하거나, 인터넷에 나쁜 댓글을 단다. 그러나 뒷담화는 결국 매우 식상하고 진부한 이야기로 귀결된다. 스스로의 내면을 표현해야 삶이 건강해진다.
-예술가적 본성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예술가적 자아는 매우 연약하다. 예를 들어 당신이 소설을 써서 아내에게 보여준다고 생각해보라. 매우 떨릴 것이다. 예술가적 자아도 훈련이 필요하다. 어떤 아이디어를 떠올려 완결된 스토리로 만드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 이런 경험을 습관화한다면 예술가로서의 자아를 키울 수 있다.
-예술가적 자아는 예술에만 쓰이지는 않을 것 같다.
▶예술가적 자아를 충분히 숙성시키면 다른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나는 17년간 소설을 써왔다. 일상의 대화나 회의에서 사고가 자유로워진 것을 느낀다. 예술가적 자아는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늘 느끼는 것인데, 소설을 쓰고 있을 때는 정말 많은 생각이 난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소설을 쓸 때는 우리 뇌가 거짓말을 할 때와 비슷한 부위를 사용한다고 한다. 소설가는 한 소설을 쓰면서도 다른 소설의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현실적인 사고만 하는 사람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는 능력이 있다.
연극을 할 때도 비슷한 느낌이 있다. 회사원도 로미오(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남자 주인공)가 될 수 있다. 로미오에게 감정을 이입해서 로미오의 대사를 말하다 보면, 평소에 전혀 사용하지 않는 뇌의 어떤 영역을 사용하게 된다. 사고의 능력과 감정의 깊이가 풍성해지고 커진다는 경험을 많이 한다.
글로벌 가구 회사인 `이케아`가 탄생한 스웨덴에서는 사람들이 목공을 많이 한다. 어릴 때부터 부모와 함께 탁자 등을 만든다. 그러면서 어느새 목공 장인이 된 사람도 많다. 그런 문화에서 이케아가 나온 것 같다. 스웨덴에는 이케아 외에도 수천 개의 소규모 가구 회사들이 있다. 그들은 건강한 가구에 대한 시선을 갖고 있다.
-거짓말 얘기가 나왔으니까, 묻고 싶다. 당신은 `아이가 첫 거짓말을 하는 순간은 경이로운 순간`이라고 했다. 왜인가.
▶내 지론이다. 어린아이가 거짓말을 하려면 말을 배워야 하고, 가상의 이야기를 꾸며내야 한다. 이는 고도의 지능이 필요한 스토리텔링의 시작이다. 거짓말은 아이에게 새로운 지적 행동이 시작되고 있다는 증거다. 부모는 아이가 이야기를 끌어갈 수 있도록 `어떻게 했어` 등등으로 계속 묻는 게 좋겠다. 그러면 아이가 스스로 말이 안 된다고 깨닫는 순간이 온다. 그러면서 아이는 점점 정교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정말 직장인들이 예술가가 될 수 있을까.
▶제 관심은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예술은 그 자체로 행복감을 준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에 참여하는 이유도 그래서인 것 같다.
요즘은 예술적인 행위가 훨씬 쉬워졌다. 작곡을 예로 들어보자. 누구나 중고 컴퓨터를 한 대 사서 작곡 프로그램을 쓰면 곡을 만들 수 있다. 나도 작곡을 배운 적이 없지만 해보니까 되더라. 내 팟캐스트의 로고송도 내가 만들었다.
■ He is…
이상문학상을 비롯해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후 1995년 등단했다. 젊은이들의 삶에 밀착한 언어로 국내외에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가 1998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이래 `빛의 제국` `검은 꽃` 등이 15개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창작에 전념하기 위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직을 떠났다. 부산에 거주한다.
[김인수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소설로 세상에 나온 아이디어는 소설가의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 100개 중 1~2개에 불과하다. 바보 같고 어이없는 생각을 하는 중에 떠오른 한두 가지가 소설이 된다. 그래서 나는 이상하고 대담한 생각들로 소설을 시작하려고 한다.
-당신은 대담하고 이상한 아이디어로 시작해 걸작이 된 대표적인 사례로 카프카의 `변신`을 꼽는다.(변신은 `불안한 꿈을 꾸다 깨어난 어느날 아침, 그레고르는 잠자는 침대 속에서 자신이 한 마리의 흉측한 벌레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이상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소설쓰기는 한 문장을 쓰고 그다음 문장을 말이 되게 이어 쓰는 작업이다. 카프카는 대담한 첫 문장으로 변신을 시작했다. 만약 타인의 의견을 구했다면 `이상하다`는 얘기를 듣고 포기했을 것 같다. 그의 아버지가 봤다면 카프카에게 `미쳤구나` 했을 것이다. 예술가든 아니든, 처음부터 대담한 아이디어를 던지는 게 중요하다. 그러고는 타인과 협의 없이 밀어붙이는 힘과 정신이 필요하다. 플로베르가 소설 `보봐리 부인`을 쓰고는 3박4일 동안 친구들 앞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친구들은 `바람난 여자 이야기다. 재미가 없다`며 출간을 반대했다. 그러나 플로베르는 보봐리 부인을 발표했고 세계 문학사에 남는 명작이 됐다.
-당신 소설은 어떤가. 남들이 반대했나.
▶소설로 완성된 작품들은 처음 구상 단계에서 남들이 반대했던 것들이다. 동인문학상을 받은 `검은 꽃`은 1905년 멕시코로 이민 간 사람들의 얘기다. 주변에서는 "멕시코 이민 1세를 일컫는 `애니깽` 얘기 아니냐"며 "쓰지 말라"고 했다. 8개국에서 번역됐고 만해문학상을 받았던 `빛의 제국`도 주변에서는 "끈 떨어진 간첩 얘기"라고 반대했다. 반면 처음부터 될성부른 아이디어는 정작 소설을 쓰는 단계에서는 추진력이나 모멘텀이 생기지 않았다.
-처음에는 좋다 싶었던 아이디어가 소설이 되지 못했다는 게 뜻밖이다. 그렇다면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될 것 같다` 또는 `안 될 것 같다`고 미리 판단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렇다. 가장 나쁜 게 `판단`이다. 영어에서는 `판단하지 마라`(Don`t be judgmental)는 말도 있지 않은가. 판단은 보류하고 거친 아이디어를 북돋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발상과 구상 단계에서는 나 자신을 억압하지 않으려 한다. 처음 구상 단계에서는 어떤 것도 확신하지 않는다.
-남들과 협의 없이 아이디어를 밀어붙이는 힘이 왜 필요한가.
▶학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고 그룹을 지어 스토리를 만들게 한 적이 있었다. 독창적이지 않고 대단히 진부한 이야기만 나왔다. (집단 토의의 일종인) 브레인스토밍이나 그룹싱킹이 효과가 없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새롭기 때문에 이상하게 들린다. 그래서 사람들로부터 웃음을 산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브레인스토밍과 같은 집단 토의 중에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스스로 거둬들이는 자기검열을 한다.
반면 똑같은 거리를 주고 집에서 혼자 스토리를 만들어라고 하면 독창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하루치 신문을 주고 각자 이야기를 만들어라고 하면 학생마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고 온다. 우리는 충분한 고독의 시간을 갖고 혼자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직원들에게 혼자서 조용히 생각할 수 있는 방을 만들어준 회사도 있다고 들었다.
-예술가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자신을 표현한다. 당신은 `누구나 지금 당장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왜인가.
▶인간은 노동자가 아니라 예술가로 태어난다. 훈련ㆍ교육을 통해서 노동자가 될 뿐이다. `쉘위댄스`라는 영화가 있다. 춤바람 난 중년 직장인의 얘기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정말 열심히 춤을 춘다. 우리 내면에는 그런 예술가적 본성이 있다. 인간은 예술가로 태어났지만, 정작 예술가로 살 수 없다 보니, 그 같은 본성을 억누르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 안의 예술가들이 다시 움직일 수 있다면 삶은 더욱 활기차고 건강하게 될 것이다.
-예술가적 본성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표현하려는 욕구인가.
▶그렇게 볼 수 있다. 자기 내면에 숨어 있는 부분을 표현하는 것이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부분은 우리 내면의 아주 작은 부분이다. 공포심과 욕망, 욕구 등 다른 많은 부분들이 인간의 내면을 구성한다. 이것은 예술로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20세기는 사업가의 시대였다. (세계 최초로 자동차 양산에 성공한) 헨리 포드가 대표적이다.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디자이너의 시대가 됐다. 스티브 잡스도 어떤 의미에서는 디자이너다. 그러나 지금은 점점 예술가의 시대가 되고 있다. 노래하고 연기하고 춤추며 자신을 표현하는 연예인이 숭상을 받지 않는가. 트위터 폴로어 수 1위는 연예인인 레이디 가가다. 예술가들이 정치가와 사업가들을 압도하고 있다. 연예인 숭상을 나쁘게 볼 필요가 없다. 대량생산의 시대가 끝나고 인간 본연의 모습에 다가가고 있다는 증거다.
-직장인들은 예술가적 본성을 발휘할 여유가 없다. 자기를 표현하기는커녕 상사 눈치만 본다.
▶예술적 본능은 억눌려 있다고 해도 사라지지는 않는다. 음습한 양상으로 예술적 욕망이 드러난다. 뒤에서 남을 욕하는 뒷담화를 하거나, 인터넷에 나쁜 댓글을 단다. 그러나 뒷담화는 결국 매우 식상하고 진부한 이야기로 귀결된다. 스스로의 내면을 표현해야 삶이 건강해진다.
-예술가적 본성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예술가적 자아는 매우 연약하다. 예를 들어 당신이 소설을 써서 아내에게 보여준다고 생각해보라. 매우 떨릴 것이다. 예술가적 자아도 훈련이 필요하다. 어떤 아이디어를 떠올려 완결된 스토리로 만드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 이런 경험을 습관화한다면 예술가로서의 자아를 키울 수 있다.
-예술가적 자아는 예술에만 쓰이지는 않을 것 같다.
▶예술가적 자아를 충분히 숙성시키면 다른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나는 17년간 소설을 써왔다. 일상의 대화나 회의에서 사고가 자유로워진 것을 느낀다. 예술가적 자아는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늘 느끼는 것인데, 소설을 쓰고 있을 때는 정말 많은 생각이 난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소설을 쓸 때는 우리 뇌가 거짓말을 할 때와 비슷한 부위를 사용한다고 한다. 소설가는 한 소설을 쓰면서도 다른 소설의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현실적인 사고만 하는 사람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는 능력이 있다.
연극을 할 때도 비슷한 느낌이 있다. 회사원도 로미오(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남자 주인공)가 될 수 있다. 로미오에게 감정을 이입해서 로미오의 대사를 말하다 보면, 평소에 전혀 사용하지 않는 뇌의 어떤 영역을 사용하게 된다. 사고의 능력과 감정의 깊이가 풍성해지고 커진다는 경험을 많이 한다.
글로벌 가구 회사인 `이케아`가 탄생한 스웨덴에서는 사람들이 목공을 많이 한다. 어릴 때부터 부모와 함께 탁자 등을 만든다. 그러면서 어느새 목공 장인이 된 사람도 많다. 그런 문화에서 이케아가 나온 것 같다. 스웨덴에는 이케아 외에도 수천 개의 소규모 가구 회사들이 있다. 그들은 건강한 가구에 대한 시선을 갖고 있다.
-거짓말 얘기가 나왔으니까, 묻고 싶다. 당신은 `아이가 첫 거짓말을 하는 순간은 경이로운 순간`이라고 했다. 왜인가.
▶내 지론이다. 어린아이가 거짓말을 하려면 말을 배워야 하고, 가상의 이야기를 꾸며내야 한다. 이는 고도의 지능이 필요한 스토리텔링의 시작이다. 거짓말은 아이에게 새로운 지적 행동이 시작되고 있다는 증거다. 부모는 아이가 이야기를 끌어갈 수 있도록 `어떻게 했어` 등등으로 계속 묻는 게 좋겠다. 그러면 아이가 스스로 말이 안 된다고 깨닫는 순간이 온다. 그러면서 아이는 점점 정교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정말 직장인들이 예술가가 될 수 있을까.
▶제 관심은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예술은 그 자체로 행복감을 준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에 참여하는 이유도 그래서인 것 같다.
요즘은 예술적인 행위가 훨씬 쉬워졌다. 작곡을 예로 들어보자. 누구나 중고 컴퓨터를 한 대 사서 작곡 프로그램을 쓰면 곡을 만들 수 있다. 나도 작곡을 배운 적이 없지만 해보니까 되더라. 내 팟캐스트의 로고송도 내가 만들었다.
■ He is…
이상문학상을 비롯해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후 1995년 등단했다. 젊은이들의 삶에 밀착한 언어로 국내외에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김인수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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