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균형발전 멈춰라 서울에 좋은게 한국에도 좋다

길벗 道伴 2013. 6. 19. 22:35

균형발전 멈춰라 서울에 좋은게 한국에도 좋다

도시 미래모델의 대가 리처드 플로리다 토론토大 교수 인터뷰
도시가 기업보다 창조적이어야 `지식의 순환` 가능…지금 한국 거꾸로 가고 있다

 

 

소득이 결정되는 곳, 친구를 만드는 곳, 함께 일할 파트너가 정해지는 곳, 아이들과 가족에게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는 곳, 그리고 살면서 힘든 일을 겪더라도 이를 극복할 에너지를 주는 곳. 그가 여러 베스트셀러를 통해 밝힌 도시란 곧 사람이자 삶 그 자체다. 미국 미시간 주에 있는 도시인 랜싱(Lansing)을 아내 라나를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 도시로 기억하듯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도시가 추억 속에만 머물러 있는 건 아니다. 전 세계 주요 도시 정책결정자들이 도시의 미래 발전을 모색하고자 할 때 제일 먼저 찾는 전문가가 바로 그다. `도시` 외에 `창조`라는 단어도 그를 따라다닌다. `창조적 계급(Creative Class)`이란 말을 처음 만들어낸 것도 바로 그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양하고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주인공은 바로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 캐나다 토론토대 로트먼 경영대학원 교수다.

지난 14일 벤처창업사 스파크랩 주최로 열린 제1회 넥스트 콘퍼런스에 참석한 세계적인 `도시 이론가(Urban Theorist)` 플로리다 교수를 매일경제신문이 단독 인터뷰했다.

만나자마자 그는 "무(無)에서 창조도시가 나올 수 없고, 도시의 위대함은 역사를 통해 나타나는 것"이라며 "창조도시 건설의 핵심은 바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플로리다 교수는 도시를 건설할 때는 반드시 지역 주민들과 입주 기업들에 도시를 어떻게 만들고 싶은지 물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건설은 상의하달(上意下達) 식으로 되는 게 아니다"는 얘기다.

자칫 그의 도시철학 얘기만 듣다 끝날지 모른다는 판단에 서울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바꿨다.

플로리다 교수는 "서울은 뉴욕ㆍ런던 등에 비해 인구밀도가 높다는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며 "중요한 건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만들어 시민이 서로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그럴 경우 길거리가 창조도시의 주요 부분이 될 수 있다"며 "각자의 능력을 결합하고 또 재결합할 수 있다는 게 바로 도시의 비밀"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여느 서울 시민 못지않은 강한 톤으로 `서울 예찬론`을 펴 눈길을 끌었다. 플로리다 교수는 "서울에 좋은 것은 한국에도 좋은 것"이라며 "서울이 도시 국가(City State)처럼 운영될 수 있도록 더 많은 자치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영국이 각각 뉴욕과 런던의 성장을 통해 나라도 성장했듯이 프랑스는 파리, 중국은 상하이가 국가 성장을 주도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지역균형발전을 적극 추진했다가 실패를 맛본 옛 소련을 예로 들며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폐해를 설명했다. 플로리다 교수는 "정부는 서울시장이 서울의 경제발전과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고려해야 하며,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과 부산을 비롯한 주요 메가시티가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그는 `지식의 순환(Brain Circulation)`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플로리다 교수는 "해외에서 공부한 한국인 유학생들도 싱가포르, 인도, 대만 학생들처럼 해외에 남는 것이 중요하다"며 "혁신 생태계의 일부가 돼 창업과 창조를 배우고, 훗날 그것을 가지고 귀국해야 `지식의 순환`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유학생들의 해외 정착을 장려해야 한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창조기업이 창조도시를 만든다는 사고방식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창조도시는 삼성 같은 창조ㆍ혁신 기업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한국도 미국처럼 도시가 기업보다 창조적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삼성 같은 혁신 기업이 있지만 도시는 뒤처져 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미국은 도시가 기업보다 창조적인데 한국은 정반대라는 얘기다.

자연스레 이야기는 한국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으로 넘어갔다.

플로리다 교수는 "한국 사회는 `위험을 무릅쓰면 실패하기 마련`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이 때문에 벤처ㆍ스타트업 창업보다 공무원이 되거나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선호하는 모습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창업 지원 같은 정책을 국가의 중요 정책으로 강조하는 것은 위험을 무릅쓰고 창업하려는 이들에겐 의미 있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어 그는 "한국 젊은이들의 스타일, 개인 활동, 장래희망 등에서 창조성을 볼 수 있다"며 "부모세대를 닮기 싫어했던 1960년대 미국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창조경제를 만드는 3가지 요소로 3T, 즉 기술(Technology)ㆍ재능(Talent)ㆍ관용(Tolerance)을 지목한 그는 `정말 좋은 직업`으로 "창의적이면서도 깊은 지식이 필요한 예술,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과학"을 언급했다. 하지만 한국이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분야의 직업 비율이 20%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 플로리다 교수는…

1957년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시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럿거스대에서 정치학 학사, 컬럼비아대에서 도시계획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캐나다 토론토대 로트먼 경영대학원 교수 겸 마틴경제연구소 대표다. 하버드, MIT, 뉴욕대에서도 활동 중이며 미국 시사잡지 더 애틀랜틱(The Atlantic)의 수석 에디터직도 맡고 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창조적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들(The Rise of the Creative Class)` `도시와 창조계급(Cities and the Creative Class)` `후즈 유어 시티(Who`s Your City)` 등의 작가로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