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개성공단, '오목렌즈'가 아닌 '볼록렌즈'로 봐야

길벗 道伴 2013. 9. 24. 14:03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추석 연휴의 끝자락인 지난 22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찾았다. 가족과의 나들이를 위한 것이었지만 아들 녀석의 통일·안보 교육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아빠로서의 속내도 없지 않았다.

전망대에 오르니 시야가 탁 트였다. 우선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빼어난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북한과의 거리였다. 가장 가까운 곳은 직선거리로 500m가 채 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망원경으로 살펴보니 북한 땅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졌다. 희미하게나마 개성 송악산의 모습도 보였다. 눈으로는 볼 수 없었지만 ‘개성공단도 산 너머 어디쯤엔가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보니 개성공단은 5일간의 추석 연휴 동안 가장 바쁜 곳이었다. 입주 기업인들과 남북의 근로자들이 추석 당일만 제외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지난 4월 초 북한의 일방적인 통행 차단 조치에서 비롯된 파행사태가 5개월여 만에 마침표를 찍고 지난 16일 시운전을 거쳐 재가동에 들어갔기 때문. 남북의 근로자 모두 몸은 피곤했겠지만 그래도 마음만큼은 한가위 보름달처럼 넉넉했다.

옛말에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는 법’이라고 했다. 이제 개성공단의 앞날은 탄탄대로일까?

장밋빛 미래만을 꿈꾸기에는 여기저기 도사린 난관이 적지 않다. 군사적 대치를 이어가는 남북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언제라도 불똥이 튈 수 있다. 북한의 일방적인 통보로 이산가족 상봉 계획이 무기한 연기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입주 기업인들은 “설마”하면서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다.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로 이제 겨우 정상화의 물꼬를 튼 개성공단이 또다시 파행상태로 접어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우리가 자본과 기술을, 북한이 노동력을 제공하는 개성공단은 그저 단순한 공단이 아니다. 오히려 그 이상이다. 유무형의 시너지 효과는 엄청나다. 개성공단의 순조로운 항해가 가져올 효과는 경제적 가치로만 계산하기는 불가능하다.

지난 MB정부 때로 돌려보자. 남북관계는 정말 최악이었다. 북한군에 의한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사망은 물론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에 이르기까지 메가톤급 악재가 끝없이 이어졌다.

일촉즉발의 팽팽한 대치 속에서도 개성공단은 멈추지 않았다. 위기가 고조될수록 개성공단의 기계소리는 오히려 더 요란했다. 특히 북한측 근로자들에게 간식으로 나눠주던 ‘초코파이’는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며 남북화해를 상징하는 에피소드가 됐다. 만약 MB정부 시절 개성공단마저 중단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개성공단은 결국 삐걱거리던 남북관계를 잡아준 중심축이었다.

개성공단은 이제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남북이 개성공단의 전략적 가치를 인정하고 손을 맞잡은 만큼 한 단계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재발방지책 마련이다. 북한은 쓸데없는 고집과 몽니로 개성공단의 정상가동을 위협해서는 안된다. 남측 또한 압도적인 경제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북한을 필요 이상 자극할 필요는 없다. 우리의 두 팔은 상대를 밀어내기 위한 게 아니라 서로를 끌어안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남북의 그런 자세가 결국 개성공단의 국제화를 성사시켜 항구적인 평화의 길로 접어들게 할 수 있다.

개성공단은 어떻게 보면 ‘보물’이고 또 다른 시각으로 보면 ‘애물단지’다. 남북통일로 가는 험난한 여정의 첫 출발점일 수도 있고 단순히 북한 정권의 달러박스 역할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볼록렌즈로 보느냐, 오목렌즈로 보느냐의 차이다. 개성공단의 장점은 볼록렌즈로 확대해서 보고 단점은 오목렌즈로 축소해서 보면 어떨까?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북녘 땅을 바로볼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