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짜장? 짬뽕? 뇌는 어떻게 고를까
뇌로 通하다 / 김성일·김채연 등 12인 지음 / 21세기북스 펴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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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할 때 우리는 천근 같은 고민에 빠진다. 대통령 선거는 어떠한가. 도무지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도 한 명은 골라야 한다. 우리의 뇌는 분명 어떠한 기준에 의해서 선택을 한다. 2008년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원하는 제품을 골라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뇌는 하전두회, 중전두회, 상전두회, 설전부가 활성화된다. 과거와 관련한 기억을 관장하는 부분이다.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판단을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제품을 고를 때는 안와전두엽이 활성화된다. 안와전두엽은 의사결정을 대표하는 뇌영역이다. 이 영역이 활성화되었다는 것은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더 심사숙고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보상과 관련한 중뇌, 복측 피개구역, 측좌핵도 함께 활성화된다. 이들의 활성화는 좋아하는 제품을 고르는 과정이 더 많은 즐거움을 준다는 것을 말해준다.
성영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악마의 뇌는 프라다를 입는다"고 말한다. 패션업계 여성들의 일상을 담은 소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패러디해 한 말인데, 감각적 소비에 대한 뇌의 메커니즘을 에둘러 표현했다. 명품에 대한 소비욕은 교만이나 과시욕으로 치부됐지만, 뇌과학적 입장에서 이는 설득할 만한 과정에 기반한다는 얘기다.
문화, 법, 경제, 교육 등 우리 사회 전 분야를 뇌과학의 관점에서 뜯어보는 책이 나왔다. 심리학, 정신의학 분야의 교수 12명이 뇌과학을 매개로 독자와 소통하러 나선 것. 진리 탐구 그 자체에 함몰하면서 세상과 소통하지 못했다는 학자로서의 자아성찰도 있었다. 이들은 생생한 사례와 최신 연구를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서술한다. 2012년 봄에 열린 한국심리학회 심포지엄 때 발표한 내용을 다듬어서 책으로 묶었다. 전문적이고 까다로워서 일반인들에게 부담스러운 소재였던 `뇌`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득 담은 교양서의 주제가 됐다.
책은 `세상과 통하다` `타인과 통하다` `나와 통하다` 총 3부작으로 구상된다. 사회 전 분야를 아우르는 1부에 이어 2부에서는 사랑, 미술, 범죄 등 타인과의 관계를 조명한다. 마지막은 자아를 성찰하며 신경윤리학과 인지과학으로 넘어간다.
뇌를 이해하는 것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열쇠도 아니고, 모든 문제를 풀어주는 만병통치약도 아니다. 그러나 뇌의 이모저모를 알아가다 보면 나와 가족,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눈이 한 뼘쯤 자랐음을 알게 된다. 12명의 저자들이 각자 주제에 따라 자유롭게 집필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할 부담은 없으며, 독자의 기호와 시간에 따라 12편을 골라봐도 무방하다.
*. `쉼의 시간`에 대한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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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스페인에 왔을 때, 가장 당혹스러웠던 것은 바로 이 기나긴 점심시간이었다. 무려 세 시간. 아침에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들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가 밥 해먹고 낮잠 자기 충분한 시간. 바다에 나가 수영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일하다 말고 상점 문 닫고 집에 가 낮잠에 수영까지. 점심시간 이용해 잠깐 은행업무라도 보려는 사람은 어쩌라고. 왜 부지런한 사람까지 게으름을 강요받아야 하지? 남들 놀 때 일해야 잘살지. 병원도 문을 닫는 한 달간 긴 여름휴가는 어떻고. 아프려거든 휴가시즌 지나고 아프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 불편한 건 둘째 치고. 쯧쯧. 이래서야 어디 경쟁에서 살아남겠어? 혀 차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일처리는 얼마나 느린지. 우편물 하나 부치려 해도 시간 넉넉히 잡고 가야 한다. 휴식시간이 길었으니 대기 중인 사람도 많다. 앞에 할아버지가 운송료 차이를 이해하고 선택하기까지 30분이 걸린다. 그래도 뭐라 따지는 사람이 없다. 지금은 그 할아버지 차례니까. 직원을 독촉해봐야 소용없다. 할아버지에게 운송료를 명확히 알려주고 선택을 하게 하는 것은 그의 일이니까.
기다림이 길어서일까 차례에 대해서라면 놀라울 정도다. 버스정류장에 가면 우선 사람들 얼굴부터 둘러봐야 한다. 자칫 새치기 선수가 될 수도 있으니까. 줄을 선 것도 아닌데 순서가 있다. 앉아 있든, 서 있든, 떨어져 있든. 정류장에 먼저 온 사람이 먼저 버스를 탄다.
한국은 어떤지 설명해주면 여기 사람들도 혀를 내두른다. 24시간 연중무휴인 상점이 있다고? 누가 밤중에 일하고 싶어하는데? 손님이 왕이라고? 손님은 매번 손님이야? 사야 할 걸 미리 사두면 될 걸, 왜 파는 사람이 밥을 못 먹어야 해? 저녁 먹고 또 일을 한다고? 가족하고는 언제 시간을 보내?
물론 두 시부터 다섯 시 사이 이곳 여름 기온은 40도에 육박한다. 이때 나돌아다니는 사람은 바보 아니면 관광객뿐이다. 더위를 참아가며 일을 하느라 진을 빼느니, 에어컨을 가동하느라 전력을 낭비하느니, 조금 선선해질 때까지 잠깐 자고 일어나는 게 낫다는 것. 점심 먹고 난 후 잠깐 졸아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달콤한지. 한잠 졸고 나면 정신이 얼마나 쌈빡해지는지.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하루 두 번, 새로운 기분으로 출근을 한다.
날씨에서 비롯된 문화적 차이일 수도 있다.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인 것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그야말로 먼 나라 얘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생각만큼은 고개가 끄떡여진다. 밥 먹을 시간에는 모두 밥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 누군가의 편의를 위해 또 다른 누군가가 희생하지는 말자는 생각.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든, 물건을 파는 사람이든, 물건을 사는 사람이든.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든,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든, 그 누구든. 모두 제때 밥 먹고, 제때 쉬자는 생각.
[천운영 소설가]
*. 행복의 문 열려면 날마다 기록하라
발 밑에 꽃 핀 줄도 모르고 / 걀왕 드룩파 지음 / 유영일 옮김 / 다른 세상 펴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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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연연하지 마라. 미래에 자신을 팔지 마라. 과거는 이미 지나가 버렸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지금 여기에서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수행자에게 안정과 자유를 가져다준다."(붓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철학자와 수행자들은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수없이 정의를 내렸다. 표현은 다르지만 그 중심에는 현재에 집중하라는 메시지가 있다. 지금 여기 내 내면과 주변을 돌아보고 나를 사랑하라는 얘기다.
티베트 불교의 한 종파인 드룩파 교단 지도자인 걀왕 드룩파도 마찬가지 메시지를 설파한다. 그 역시 길고 긴 삶이라는 여정에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조금만 속도를 늦춰 현재를 살피라고 말한다. 그는 "매 순간이 행복이고 매일이 깨달음"이라고 일갈한다. 영적 구도자인 그가 제시하는 행복론이 `발 밑에 꽃 핀 줄도 모르고`라는 책 한 권으로 나왔다. 제목부터 목표가 어딘지도 모르게 바쁘게 달려가기만 하는 현대인들 현실을 풍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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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지금 당장이라도 날마다 당신 삶에서 감사할 것들의 목록을 적기 시작하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머물러 선 길에서도 꽃향기가 나고 바람마저도 감미로운 노래가 된다는 것이다.
행복이라는 게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발 아래 핀 꽃에 있음을 깊은 통찰력으로 풀어낸다. 쉽고 간결할뿐더러 삶에 대한 혜안을 지닌 문인들 잠언까지 인용해 읽는 맛을 더했다
행복이라는 게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발 아래 핀 꽃에 있음을 깊은 통찰력으로 풀어낸다. 쉽고 간결할뿐더러 삶에 대한 혜안을 지닌 문인들 잠언까지 인용해 읽는 맛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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