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

수처작주 (隨處作主)

길벗 道伴 2013. 11. 5. 10:34

[매경춘추] 수처작주
기사입력 2013.11.03 19:33:17 | 최종수정 2013.11.03 19:49:45

`수처작주`(隨處作主)는 `어디서든 주인이 되라`는 불가의 선구(禪句)다.

사람이 외물(外物)에 휘둘려 몸과 마음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되며 모름지기 스스로 몸과 마음을 부리는 주인이 되라는 의미다. 선학적 의미를 떠나 "어디서든 나그네나 종이 아닌 주인과 같은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살라"는 주인정신을 호소함에 있어 선(禪)과 속(俗)을 가리지 않고 사랑받는 경구다.

주인정신은 주인이든 아니든 간에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주인처럼 주체적으로 임하는 마음과 자세를 말한다.

경국(經國)의 관점에서 보면 그 발현 대상에 따라 국가를, 국민을, 그리고 일(業)을 향한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국가를 향한 영역이다. 화랑도의 `멸사봉공` 정신, 이순신 장군의 `생즉사 사즉생` 정신, 안중근 의사의 `위국헌신` 정신. 이 모두가 국가를 향한 투철한 수처작주 정신이다.

둘째, 국민을 향한 영역이다. 애민에 바탕을 둔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정신, 곤궁한 백성 걱정에 평생 보리밥 소찬 일일이식(一日二食)을 실천한 퇴계 선생의 `위민`정신,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자는 새마을정신은 국민을 위한 모범적인 수처작주 정신이다.

셋째, 일(業)을 향한 영역이다. 인간 정밀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팔만대장경을 만든 고려인들, 노비 출신이나 물시계를 발명한 조선의 과학자 장영실, 새로운 예술세계를 열어 세계를 놀라게 한 백남준 선생, 전 세계를 한류로 휘감고 있는 우리의 아이돌 스타들. 이들은 모두가 자기 일(業)에 수처작주 정신을 유감없이 발휘한 결과다.

수처작주 정신이 어떻게 발현되느냐에 따라 국가의 흥망이 결정된다. 우리를 둘러싼 작금의 국내외 환경은 불가측의 외평내환(外平內患)의 형국이다. 제2의 한강기적을 이루고, 민족부흥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위치에서 보다 철저한 수처작주 정신으로 임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인 듯싶다. 안창호 선생의 말씀을 자문해 보자. "당신은 주인입니까? 나그네입니까?"

[백운찬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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