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슬럼프 `바그네리안` 에 답있다
공감층 타깃 인그룹 마케팅으로 충성도 살려라 창업초기 과감함·도발성 더하면 충분히 극복 | |
|
|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
대표적인 사례가 페이스북이다.
지난 3월 마케팅조사기관 인터브랜드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IT 기업 중 구글의 소비자 경험(Customer experience) 및 인지도 경쟁력은 4위, 아마존이 9위를 차지했던 데 반해 페이스북은 60위로 밀려났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페이스북이 고속 성장으로 인해 다양한 기업을 인수하면서 서비스가 다각화됐기 때문이다.
과거 페이스북은 20~30대 사용자들의 관계 형성을 돕는다는 분명한 사용자 경험의 목표가 있었다.
그러나 성장세를 거듭하면서 플랫폼이 비대해지자 페이스북 고유의 명료한 사용자 경험이 혼탁해 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경고다.
그렇다면 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실마리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19세기 공연예술산업에서 그 대안을 고민해 볼 수 있다.
콘텐츠 분야에서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을 전략적으로 이용했던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가 그 사례다.
19세기 중반까지 스토리와 가수의 역량에 의존했던 오페라를 `음악극(Musikdrama)`이라는 기술 지향적 콘텐츠로 바꾼 그는 특정 계층에 집중화된 사용자 경험 개발을 통해 죽은 지 200년 뒤에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지금도 매년 7~8월 10만여 명의 관객이 `바그너 순례`를 위해 독일의 바이로이트 음악 페스티벌을 다녀갈 정도.
바그너 오페라의 사용자 경험이 이토록 성공적일 수 있었던 비결은 철저한 인그룹 마케팅(Ingroup marketing)에 있다.
콘텐츠의 주제와 성향에 대해 공감하는 지지자 집단에게 충실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펼친 것이다.
바그너의 작품은 상징과 신화적 요소가 많이 가미되어 있는 데다 연주자들이 소화하기도 어려운 측면이 많다.
그러나 바그너는 청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기보다는 `운명을 극복하려는 교양인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오페라`, `위대한 인간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라는 식으로 포장했다.
오페라가 특수 계층의 자기계발서 역할을 한 것이다.
지금도 초인적인 스토리에 매료된 관중은 그의 오페라를 숭배하기까지 할 정도다.
그래서 클래식 팬들 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바그너 애호가들을 가리켜 `바그네리안(Wagnerian)` 또는 바그너 산업의 구성원(Members of the Wagner industry)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바그너는 생존 당시에도 공연뿐만 아니라 논문과 강연을 통해 자신의 특이한 아이디어를 받아줄 만한 관중에게 집중적으로 설득 전략을 펼쳤다.
바그너의 인그룹 마케팅은 콘텐츠 내적 요소를 통해서도 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는 자신의 청중이 반복적으로 오페라를 찾게 만드는 중독적인 요소를 개발했다.
그 결과 `라이트모티브(Leitmotiv)`, 특정 인물이나 상황을 상징하는 선율, 표현을 구성해 내기에 이르렀다.
예를 들어 유명한 오페라이자 북유럽 신화인 `니벨룽겐의 반지`에서 주인공 지크프리트와 그를 대적하는 마녀들은 각각 다른 선율과 상징으로 그려진다.
관객들은 서두의 주제 선율만 듣고도 어느 주인공이 등장하는지 예상할 수 있다.
이런 종류의 연상작용을 일으키는 장치를 극 내부에 여러 군데 조성해 놨고, 나중에는 작품들끼리 모티브를 잇기에 이르렀다.
`반지 3부작`이라고도 불리는 바그너의 오페라연작이 탄생하게 된 것도 이러한 콘텐츠 구성을 통한 마케팅 전략에 힘입은 것이다.
첫 번째 작품에 만족한 관객이 그다음 이야기를 찾게 만드는 장치이기도 하다.
상품의 정체성, 콘텐츠의 특수성뿐만 아니라 입소문이 퍼져 나가는 채널을 관리하는 것도 인그룹 마케팅의 중요한 전략이다.
바그너는 모든 청중을 대상으로 광고를 하기보다는 영향력이 강한 소비자들을 적극적으로 `낚았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그를 후원했던 바이에른의 루트비히 왕이다.
50세가 다되도록 무일푼이었던 2류 작곡가에게 극장을 짓도록 예산을 할애해 주고, 어떤 예술적 실험도 허용했던 막강한 후원자이자 소비자였다.
바그너는 브람스나 멘델스존과 같은 기성 음악계의 전문가들을 신봉하는 관중에게는 냉대를 받았다.
그러나 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싶어했던 통치자들을 설득하고 열광적인 소비자로 변화시키는 데에는 탁월했다. 사회 내에서 네트워크의 중심에 있던 그들은 자연스럽게 바그너 오페라가 일류 콘텐츠로 유통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바그너가 막연히 대중화 전략을 시도했다면 불가능한 성과였다.

상품의 특성을 모방하기도 쉬울뿐더러, 이미지 상 다른 제품들과 대상 시장이 겹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낮은 브랜드 성과와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때 과감성과 도발적 이미지로 승부했던 페이스북이다.
한번쯤 바그너의 인그룹 마케팅 전략이 가진 매력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겠다.
[천영준 연세대창조경영센터 책임연구원]
'참고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짜 브레인스토밍, 해보셨습니까? (0) | 2013.07.28 |
---|---|
`어떻게 묻는가` 따라 결론도 바뀐다 (0) | 2013.07.28 |
김인수 기자의 사람이니까 경영이다 (0) | 2013.07.28 |
배신안할 동업자 만나라, 스타트업 퍼즐이 풀린다 (0) | 2013.07.28 |
바보야, 문제는 호감이야 (0) | 2013.07.28 |